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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번홀(파3)에서 ‘칩인’ 버디가 터지자 김시우(27)는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며 “와우”라고 외쳤다. 버디가 꼭 필요했던 순간 자신의 계획대로 칩인 버디가 나오자 우승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16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 와이알레이 컨트리클럽(파70)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소니오픈(총상금 790만달러) 최종 4라운드. 3타 차 공동 5위로 마지막 날 경기에 나선 김시우는 착실하게 타수를 줄이면서 공동 선두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남은 홀은 단 2개. 김시우보다 한 홀 뒤에서 경기하던 헤이든 버클리(미국)이 먼저 버디를 하면서 1타 차 선두로 앞서 갔다.
이 상황을 알고 있었던 김시우의 선택은 과감한 공격이었고 그 선택이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그는 “17번홀에서 칩인 버디가 들어가기 전에, 뒤에서 환호하는 소리가 들려 버클리 선수가 버디한 것을 알았다”며 “저도 잃은 게 없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한 것이 (칩인으로) 들어갔고, 그러면서 흐름이 나에게 왔다”고 말했다.
18번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선 김시우는 3번 우드를 들었다. 그리고 티를 높게 꽂아 공을 놀렸다. 탄도를 높여 자연스럽게 드로(공이 왼쪽으로 휘어지면서 떨어지는 구질)가 나올 수 있게 했다.
18번홀은 전장 548야드의 길지 않은 파5 홀이다. 티샷을 잘 보내면 2온이 가능해 버디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
티샷은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왼쪽으로 떨어지면서 페어웨이 벙커에 빠졌다. 그린까지 222야드를 남긴 김시우는 아이언을 뽑아 들었고 강하게 쳤다. 공은 페어웨이 잔디에 떨어졌으나 굴러서 그린에 올라갔다. 홀까지 남은 거리는 약 12m여서 2퍼트로 마무리하면 계획대로 버디를 잡아내 1타 차 선두로 먼저 경기를 끝낼 수 있었다.
이번에도 계획대로 맞아떨어졌다. 이글 퍼트가 홀을 살짝 벗어나 멈췄으나 약 30cm에 불과해 탭인 버디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김시우는 “1, 2라운드에선 샷이 좋았으나 퍼트가 잘 안됐다. 거리 조절이 좀 어려웠는데 3라운드부터는 거리도 맞고 짧은 버디 기회가 많이 생겼다”라며 “17번홀에서 버디가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2021년 1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우승으로 통산 3승을 거뒀던 김시우는 한국 선수 중 최경주(8승)에 이어 다승 부문 2위로 PGA 투어에서 두 번째로 많이 우승했다. 그러나 지난 시즌 29개 대회에 출전해 딱 한 번 톱10에 든 게 전부였다. 우승 시즌으로 마무리한 임성재, 이경훈, 김주형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었다.
김시우는 “매우 기쁘고 올해 남은 대회가 많지만 더 자신감 있게 해서 승수를 추가하고 싶다”면서 “3승 이후 4승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새해 첫 대회에서 우승해 기쁘다. 다음 주 대회가 2021년 우승한 대회인데, 팬 여러분께서 계속 응원해주시면 열심히 치러보겠다”고 2주 연속 우승의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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