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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세상을 떠난 고(故) 구봉서는 힘겨운 시절을 웃음으로 견디게 해준 ‘희망’이었다. 풍자와 해학이 담긴 웃음이 서민들의 삶을 위로했다.
향년 90세인 고인은 평양 출신으로, 1945년 태평양악극단 악사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라디오와 TV에서 코미디언으로 활동했다. 1969년 시작해 약 16년 간 방송된 MBC 코미디 프로그램 ‘웃으면 복이 와요’가 대표작이다. 동갑내기 배삼룡과 명콤비로 활약한 것도 이 프로그램이다. 희극 작가가 없던 시절 그는 손수 대본을 썼다. ‘김 수한무 거북이와 두루미 삼천갑자 동방삭 치치카포…’로 시작하는 유행어도 그의 솜씨다. 또 다른 콤비 곽규석과는 1970년대 중반 ‘형님 먼저, 아우 먼저’ 하는 라면 CF로 화제가 됐다.
고인의 웃음엔 철학이 있었다. 삶을 꿰뚫는 통찰력을 웃음에 담으려 했다. 고인은 생전 인터뷰에서 “코미디는 그냥 웃고 마는 게 아니다.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며 “찰리 채플린처럼 웃음의 이면에 슬픔이 묻어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공로를 인정받아 2006년 대한민국 연예예술상 연예예술발전상, 2013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족은 부인 정계순 씨와 네 아들이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9일 오전 6시, 장지는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