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연 신임 KBO총재 "난 9회말 1사 만루에 올라온 구원투수"

  • 등록 2022-03-29 오후 3:47:59

    수정 2022-03-29 오후 4:00:14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KBO) 신임 총재가 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야구인 출신 최초로 한국야구위원회(KBO) 수장을 맡게 된 허구연(71) 신임 KBO 총재가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허구연 총재는 29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열린 취임 기자회견에서 “9회말 1사 만루 절체절명 위기에 올라온 구원 투수라고 생각한다”며 “힘든 상황에 올라오기는 했지만 야구를 사랑하는 팬과 전문가가 있어 두렵지 않다. 위기에서 반전시킬 답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허구연 총재는 별도의 취임식을 갖지 않았다. 대신 KBO 사무국은 허구연 총재의 이름이 새겨진 올 시즌 프로야구 공인구를 선물하면서 취임식을 간단하게 대신했다. 이날 취임식에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다.

허구연 총재는 특히 세 가지 핵심 과제를 강조했다. 그는 “우선 팬 퍼스트를 위해 시대 흐름에 맞춘 디지털 사업을 꾀하고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해 MZ세대 위원회를 창설하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규제 완화와 인프라 개선을 위해 관계 기관과 협력해 노력하겠다”며 “야구 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2군 선수단과 초·중·고 선수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야구 시설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한국 야구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A매치 교류전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허구연 총재는 “한국 야구는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이후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며 “자아도취에서 벗어나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고와 고려대를 나온 뒤 실업팀 상업은행, 한일은행에서 선수로 뛴 정통 야구인인 허구연 총재는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방송 해설위원으로 변신해 지난 시즌까지 최고의 야구 해설가로 이름을 떨쳤다.

1985년에는 청보 핀토스 감독을 맡으면서 역대 최연소(34세) 사령탑에 오르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성적 부진으로 인해 이듬해 중도 해임되는 아픔을 겪었다. 이후 1987년 롯데 자이언츠 코치, 1990년 미국프로야구 토론토 블루제이스 코치를 맡아 현장감각을 쌓았다.

행정 경험도 풍부하다. 2005년 규칙위원장을 시작으로 2007년 기술위원회 부위원장, 2009년 야구발전위원회 위원장, 2018년 총재 고문을 역임했다.

허구연 총재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대표들의 추대를 거쳐 25일 구단주 총회에서 만장일치 서면 결의로 24대 KBO 총재로 선출됐다. 허구연 총재의 임기는 지난 2월 중도 사임한 정지택 전 총재의 잔여 임기인 2023년 12월 3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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