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민족학교 교토국제고, 고시엔 우승에 KIA도 함께 웃었다

  • 등록 2024-08-23 오후 1:59:01

    수정 2024-08-23 오후 1:59:01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 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일본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고시엔) 결승전 교토국제고와 간토다이이치고 경기. 2-1 승리를 거두고 우승을 차지한 일본 내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 재학생들이 관중석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결승전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한국계 국제학교인 교토국제고 포수 오쿠이 소다이(등번호 2번)가 투수 니시무라 잇키(가운데)를 얼싸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재일한국인이 세워 운영 중인 민족학교 교토 국제고교가 일본야구 ‘꿈의 무대’인 2024 여름 고시엔(甲子園·일본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 가운데 이 학교와 KIA타이거즈의 각별한 인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교토국제고는 23일 효고현 니시노미야시 소재 한신고시엔구장에서 열린 여름 고시엔 본선 결승전에서 도쿄도 대표 간토다이이치고를 연장 접전 끝에 2-1로 눌렀다.

9회까지 팽팽한 투수전이 펼쳐지면서 양 팀 모두 단 1점도 뽑지 못한 가운데 0의 균형은 연장 10회에 갈렸다. 교토국제고는 연장 10회초 무사 1, 2루 상황에서 공격을 시작하는 승부치기에서 안타와 볼넷, 외야 뜬공 등을 묶어 2점을 뽑았다. 이어 10회 말 수비떼 간토다이이치고에 1점만 내주면서 극적인 승리를 일궈냈다.

교토국제고 선수들은 대부분 일본 선수들이지만 우승 직후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大和·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라는 한국어 교가를 목놓아 불렀다. 이 모습이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국에 생생하게 중계됐다. 고시엔은 경기 전후 출전학교 교가가 연주되며 공영방송 NHK가 모든 경기를 방송한다.

교토국제고는 1947년 재일 한국인 민족학교로 처음 설립됐다. 당시 이름은 ‘교토한국학원’이었다. 교토국제고는 학교에 들어오려는 재일한국인 학생이 줄어들자 학생 모집을 위해 1999년 야구단을 창단했다. 2004년에는 교명을 바꾸고 일반 고교로 승인 받으면서 재일한국인 뿐만 아니라 일본 국적 학생도 입학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중고교생을 모두 합쳐 전체 학생이 약 160명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40%에 육박하는 61명이 야구부 소속이다. 재적 학생의 약 70%가 일본인이고 한국계는 30% 정도다.

KIA 구단은 올해 2월 우연한 기회에 교토국제고와 인연을 시작했다. 심재학 KIA 단장이 일본 고치현에 있는 퓨처스 스프링캠프를 둘러보러 갔다가 재일동포로부터 교토국제고의 딱한 사연을 듣게 됐다. 교토국제고 야구부 선수들이 후원을 제대로 못 받아 찢어진 공을 재활용해 사용한다는 얘기를 들은 것.

심 단장은 2군 스프링캠프가 끝난 뒤 연습구 가운데 쓸만한 공 1000개를 모아 교토국제고에 보냈다. 보통 일본에서 동계 훈련을 치르는 한국 프로야구 팀들은 훈련 때 사용한 공을 스프링캠프 주변 학교에 기증하는게 일반적이다.

공을 선물받아 훈련에 큰 도움이 된 교토국제고는 감사 편지와 함께 심 단장에게 3월 선발 고등학교야구대회(봄 고시엔) 초청장을 보내기도 했다.

교토국제고의 여름 고시엔 우승을 계기로 KIA는 교토국제고에 후련 장비 등을 계속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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