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멜론 발라드 차트는 1위는 물론 써클차트 노래방 차트 1위 자리까지 꿰차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헤어지자 말해요’는 박재정이 지난 4월 발매한 정규 앨범 ‘얼론’(Alone) 타이틀곡이다. 데뷔 10년 만에 완성한 첫 정규앨범으로 일궈낸 성취라 박재정의 최근 활약은 더욱 드라마틱하고 값져 보인다.
박재정은 ‘얼론’에 ‘헤어지자 말해요’를 포함해 ‘얼론’, ‘B에게 쓰는 편지’, ‘집’, ‘나의 겨울’, ‘표현하지 못했던 아쉬움’, ‘망가진 내 자신을 보면서’, ‘일상’, ‘끝인사’, ‘슬픔이 나를 지배할 때’ 등 총 10곡을 앨범에 수록했다. 전곡을 직접 작사, 작곡한 자작곡으로 채워 리메이크 광풍 영향 탓 신곡 고갈 현상에 시름하고 있는 발라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도 했다.
-‘얼론’, 어떤 앨범인가.
△20대를 보내며 겪은 경험을 토대로 사람은 왜 외롭고, 왜 혼자인가에 대해 쓴 10가지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다. 이별해서, 가족과 떨어져서, 사회 생활을 잘 못해서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텐데, 수록곡 중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곡은 ‘헤어지자 말해요’와 ‘B에게 쓰는 편지’뿐이다.
-어떤 곡이 앨범의 출발점이었나.
△4번 트랙 ‘집’이다. 집에선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없는 행위까지 하면서 지내지 않나. 집 밖에 나가면 타인의 비유를 맞추며 살아야 하니까. 그래서 100% 솔직할 수 있는 공간은 집이라는 생각과 ‘뭐가 진짜 나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곡을 썼다.
-앨범 재킷으로 쓴 사진 속 집은 미국에서 실제로 거주했던 곳인가.
-사랑 주제 2곡을 빼면 딥한 분위기의 앨범이다. 7번 트랙 ‘망가진 내 자신을 보면서’ 같은 곡은 제목부터 세다.
△가사가 전반적으로 슬프다. 박재정이라는 사람이 궁금한데 굳이 앨범 전곡을 다 듣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가사만 보셔도 어느 정도 저를 이해하실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만큼 가사에 속 깊은 이야기를 담았다. ‘망가진 내 자신을 보면서’의 경우 성인이 되기 직전부터 가수 활동을 하면서 느낀 바를 주제로 다룬 곡이다. 예를 들어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고 쳤을 때 그 사람은 인터넷에 이름만 치면 나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지 않나. 반대로, 난 그 사람에 대해 알려면 엄청난 시간을 들여야 하고. 지금은 그런 삶이 완벽하게 적응이 됐고, 오히려 저에 대해 많은 걸 알고 계시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는데, 한 때는 그게 힘들게 느껴지던 때가 있었다.
|
|
-히트 성공 후 가장 기억에 남는 반응은.
△멜론에서 추천 수 1위인 댓글인 ‘박재정의 답이 박재정이었다니..’다. 데뷔 후 10년 만에 첫 히트곡을 자작곡으로 만들었다는 걸 많은 분이 축해해 주셔서 기쁘고 뿌듯했다.
-수록곡 중 깊은 사연이 녹아있는 곡이 있다면.
△6번 트랙인 ‘표현하지 못했던 아쉬움’이다. 이 곡은 2010년, 폐암으로 순천향병원에 입원해 계셨던 할아버지의 간병을 맡았을 때의 기억을 모티브로 한 곡이다. 할아버지가 그해 8월에 돌아가셨는데, 하늘로 가시기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도 아버지에게 친밀한 대화를 못하셨다. 그래서 이 곡을 통해 제가 할아버지 입장이 되어 아버지에게 하고픈 말을 대신 해봤다. 개인적으로 가족분들이 이 곡을 훈훈하게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첫 정규앨범의 성공이 앞으로의 음악 활동에 미칠 영향은.
△진실 된 마음을 전달하기엔 싱글 하나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 정규앨범을 준비했다. 앞으로도 앨범 단위 위주의 결과물을 내면서 수록곡으로 하고 싶었던 음악과 이야기를 펼쳐내고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음악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우는 방향으로 활동하는 게 어떨까 싶은 생각을 해보고 있다.
-어떤 가수로 성장해나가고 싶은지.
△인간은 동물 중 유일하게 언어를 쓰는 기술이 뛰어나다. 언어라는 건 내 마음을 타인에게 전달할 때 쓰는 것인데, 음악과 함께했을 때 해상도가 더 높아지고 누군가를 울리기도, 웃기기도 할 수 있게 되지 않나. 앞으로도 언어의 해상도를 높인다는 생각으로 음악을 해나가려고 한다. 그래서 윤종신 선배님처럼 가사를 정말 잘 쓰는 가수가 되고 싶고, ‘박재정 발라드, 글 좋네’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