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 에필로그, 데뷔 15년 장인가수가 빚은 명품 '신상 콘서트'

  • 등록 2008-06-15 오후 6:34:37

    수정 2008-06-15 오후 6:36:17

▲ 가수 김동률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한국 발라드 콘서트 사상 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콘서트였다”

14일 밤 가수 김동률의 마지막 콘서트를 보고 나온 프로젝트 그룹 토이의 한 소속사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13일과 14일 이틀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김동률의 에필로그 콘서트는 데뷔 15년 차 가수의 장인 정신과 열정이 빚어낸 ‘명품 신상 콘서트’였다.

김동률은 공연 3시간여 동안 이어진 20여곡의 열창에도 흐트러짐 없는 노래를 선보이며 관록을 뽐냈다. 체조 경기장에서의 공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음향 스태프들의 사운드 콘트롤은 훌륭했다. 마치 쇼를 방불케 하는 공연 구성과 무대 연출은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함과 동시에 발라드 콘서트의 새로운 길을 열어 보이기도 했다.

에필로그 공연은 지난 2월부터 4개월여간 준비해 온 김동률의 노력이 이틀 동안 공연장을 찾은 2만여 관객에게 감동으로 치환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지난 13~14일 양일에 걸쳐 서울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지장에서 김동률의 에필로그 공연이 펼쳐졌다.
 
◇ 김동률의 ‘무한도전’…발라드 콘서트에서 ‘쇼’를 연출하다

김동률의 ‘에필로그’ 공연에서 단연 돋보였던 것은 지난 1930년대 미국 빅밴드의 쇼를 연상케 하는 무대연출이었다.

김동률은 마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을 하는 가수처럼 자신의 영문 이름이 새겨진 전광판을 무대 뒤에 배치했다. 또 100여 명의 뮤지션이 자리한 무대를 계단식으로 꾸며 흥겨운 곡이 나올 때면 층과 층 사이 판넬이 형형색색의 빛을 내는 시각적 효과로 무대를 빛냈다. 김동률이 이적과 ‘그땐 그랬지’, ‘거위의 꿈’ 등 카니발 시절 노래를 부를 때는 무대 위와 아래에서 불꽃이 뿜어지고, 폭죽이 터지는 등의 시각적 효과도 잊지 않았다.

복고풍 쇼 콘셉트의 무대 연출은 공연의 구성과도 자연스레 이어졌다. 김동률의 공연은 쇼 형식의 1부와 2부로 이루어졌으며 무대 천장에 긴 막을 설치해 그 시작과 끝을 알렸다. 2부 공연의 스타트는 8명의 남녀 혼성 무용단이 나와 캉캉춤을 추며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조명 또한 이번 공연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무대 연출의 일등 공신이었다.
 
발라드 가수 공연에서는 비주얼이 중요한 댄스 가수들의 콘서트와는 달리 조명에 특별한 신경을 써오지 않아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에필로그 공연에는 이소은과 김동률이듀엣으로 부른 ‘기적’과 스윙풍의 재즈곡 ‘J’s bar’, 이적과 함께 부른 ‘그땐 그랬지’ 등의 노래에서 무지갯빛 조명들이 무대의 분위기를 띠우며 흥을 고조시켰다.
 
발라드 가수의 공연은 ‘무대 연출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편견을 한 번에 날려버리는 순간이었다. 이는 무대 제작에만 2억원을 투자하고, 무대 연출을 위해 공연 일주일 전 부터 체조경기장을 빌려 꼼꼼히 준비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지난 13~14일 양일에 걸쳐 서울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지장에서 김동률의 에필로그 공연이 펼쳐졌다.

◇ 김동률표 발라드의 향연…오케스트라와 백밴드의 협연으로 풍성함을 입다

화려한 무대 연출과 동시에 가수로서 김동률은 사운드의 풍성함에도 손을 놓지 않았다. 이날 공연에 동원된 연주 인원은 49인조 오케스트라, 백밴드 12명, 코러스 30명과 게스트 뮤지션 등 총 100여 명에 이르렀다. 록 콘서트나 클래식 콘서트가 아니면 좀처럼 보기 힘든 사운드 스케일이었다.

김동률은 오케스트라 현악 세션이 두드러지는 전람회 시절의 ‘새’, ‘하늘높이’, ‘기억의 습작’ 등의 노래에는 49인조 오케스트라와 함께 피아노 협연을 펼쳤으며, ‘그땐 그랬지’, 마이 앤트 메리의 정순용과 함께 한 ‘점프(Jump)’ 등의 신나는 곡에는 브라스 밴드를 활용에 음악에 활기를 더했다.

지난 13일 콘서트에서 김동률은 “미국 유학 시절 오케스트라와 빅밴드 등과 협연하는 여러 뮤지션의 공연을 보면서 왜 우리나라 발라드 콘서트에는 이런 공연이 없을까란 생각을 했다”며 “동시에 나도 한번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나도 열심히 준비해보면 되지 않을까로 이어져 시도하게 됐다”고 이번 공연을 기획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김동률의 소속사 관계자에 따르면 김동률은 에필로그 공연의 사운드를 위해 몇 개월간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포함한 뮤지션들과 의견 조율을 해왔으며, 총 리허설도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새천년홀에서 따로 진행했을 정도로 세심한 신경을 기울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13~14일 양일에 걸쳐 서울 올림픽공원 내 체조경지장에서 김동률의 에필로그 공연이 펼쳐졌다.

◇ '에필로그', 발라드 콘서트의 새 길을 열다
 
이렇게 부단한 노력으로 준비한 콘서트였기에 김동률의 팬들은 공연이 끝나도 콘서트의 울림과 잔상을 놓치지 않기 위해 쉬 공연장을 떠나지 못했다. 지난 13일 공연장을 찾은 여러 커플들은 퇴장을 알리는 곡 ‘귀향’이 스피커에 울려 펴질 때도 끝까지 자리에 남아 콘서트의 여운을 즐겼고 14일 공연에서는 관객들이 마지막 앵콜곡 이후에도 20분간 앵콜을 연호하기도 했다.

14일 관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예정에 없던 커튼콜에 나선 김동률은 “음악 인생을 통틀어 지금이 내 인생의 최고 전성기인 것 같다. 지금 주신 사랑을 평생 나눠 쓰면서 꾸준히 음악을 하겠다. 이런 성과가 정말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이날 김동률의 공연을 본 한 여성 관객은 “지금까지 여러 발라드 콘서트를 다녀봤지만 한번도 이렇게 새로운 공연을 접해보지 못했다"며 "김동률의 이번 콘서트는 그야말로 예술 그 자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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