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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는 “미국에서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또 은퇴 후 하고자 했던 일들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도 점검했다. 하지만 가장 충실하게 훈련을 했던 기간이기도 했다. 결국 아무것도 결정내리지 못했다. 내일 또 생각이 바뀔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한 뒤 “좀 더 고민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구단과 상의한 후에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에 있는 동안 날씨가 좋아 훈련을 계속했다. 그러면서 예전 다저스때의 운동량을 소화해내는 나를 발견했다. 예전의 체력이 돌아온 듯 의욕이 생기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또 한계를 느꼈다. 그래서 여전히 고민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말을 가만히 듣다보니 영화 한편이 떠올랐다. 지난 2006년 개봉한 ‘록키 발보아’. 최고의 스포츠 영화 시리즈 중 하나였던 록키의 마지막 편으로 제작된 영화였다. 1편의 감동을 조금씩 갉아먹던 이후 시리즈들의 부진을 한방에 정리한 수작이었으며 추억의 뒷편으로 사라진 줄만 알았던 위대한 복서 록키를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하지만 록키는 결국 다시 링에 오르겠다는 결심을 한다. 링에 오르기 전 말리는 오랜 친구 폴리에게 울부짖으며 이렇게 말한다. “내 가슴 속에 야수가 있어. 내 내면속에 꿈틀거리는 이 야수를 억지로 누르고 있다고. 그게 그렇게 힘들 줄 몰랐어.”
그러나 결국 박찬호는 이별을 택했다. 가슴 속의 열정은 잠시 묻어둔 채 세월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로 결정했다. 아마도 한동안은 적잖이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런지도 모른다. 박찬호에게선 아직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부디 박찬호의 가슴 속 야수는 그를 많이 괴롭히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준 것 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했으니 말이다. 그는 충분히 편안하게 제2의 인생에 도전할 권리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