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 모 마틴, 할아버지 영전에 바친 '메이저 트로피'

  • 등록 2014-07-14 오전 11:04:24

    수정 2014-07-14 오전 11:04:24

모 마틴이 14일 끝난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후 팔을 번쩍 들고 갤러리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AP/뉴시스)
[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무명’ 모 마틴(미국)이 14일(한국시간) 영국 랭커셔의 로열 버크데일 골프클럽에서 끝난 브리티시 여자오픈 골프대회에서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2부 투어(퓨처스 투어)에서 세 차례 우승한 경력이 전부인 마틴은 2012년 정규 투어 데뷔 후 2년 만에 ‘메이저퀸’ 반열에 당당히 올라섰다.

드라이버샷 비거리 234야드로 LPGA 투어 최하위권인 156위에 불과한 마틴이 우승할 거란 예상은 아무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확도 높은 아이언샷과 쇼트 게임 능력으로 이번 대회 유일의 언더파 스코어(1언더파 287타)를 적어내며 극적인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18번홀이 결정적이었다. 마틴은 이 홀에서 짜릿한 이글을 잡아내며 단독 선두로 먼저 대회를 마쳤다. 추격자들은 마틴의 스코어를 넘어서지 못했고, 결국 우승컵에 짜릿한 입맞춤을 했다.

마틴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할아버지 목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돼 너무 기쁘다”며 뭔가 사연이 깊은듯한 우승 소감을 전했다.

사연은 이랬다. 마틴의 아버지는 60세 때 갑자기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이후 그의 옆을 묵묵히 지켜준 이는 지난 3월, 10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 링컨이었다.

링컨은 100세 가까운 고령에도 손녀를 따라 대회장을 따라다니는 것으로 유명했다. ‘백발의 노신사’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손녀보다 더 유명 인사가 돼 미국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되기도 했다.

영원히 곁을 지켜줄 것만 같던 할아버지와도 이별의 시간이 찾아왔다. 지난 3월 전립선암과 피부암을 앓던 할아버지는 중태에 빠졌고, 마틴은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9시간을 직접 운전해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할아버지는 손녀와 함께 하루를 더 보낸 후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

할아버지 이름을 따 ‘L’자 형상의 목걸이를 목에 걸고 있는 마틴은 “캘리포니아주 포터빌에 가면 할아버지가 만드신 목장이 있다. 목장을 계속 유지하게 돼 기쁘다. 그 목장은 나와 할아버지의 모든 추억이 담겨 있는 곳으로 나에게는 안식처와도 같은 장소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골프여제’ 박인비(26·KB금융그룹)는 9부 능선을 넘지 못하고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 실패했다.

이날 박인비는 5타를 잃어 최종 합계 1오버파 289타를 기록해 마틴에 2타 뒤진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지난해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LPGA 챔피언십, US여자오픈까지 3개 메이저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박인비는 오는 9월 열리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재도전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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