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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은 ‘표절 작곡가’란 불명예 꼬리표를 달고 사느냐 창작의 날개를 펴느냐, 강성훈은 사기꾼으로 몰리느냐 아니냐를 두고서다. 두 사람은 아직까진 불리한 처지다. 재판부가 이들의 일부 혐의를 한 차례 인정했거나 피의 사실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억울함을 항변해 온 두 사람의 세밑이 싸늘하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 4부(부장판사 이기택)는 박진영과 김신일의 ‘표절 시비’ 항소심에 대한 선고를 내년 1월3일 오후 2시 10분 하겠다고 12일 밝혔다.
이날과 앞서 두 차례 항소심에서 양측은 입장 차만 확인했다. 박진영 측은 ‘섬데이’에 사용된 화성과 가락, 리듬 등은 이미 기존 곡에서 수차례례 써 왔다“고 반박했다. 박진영 측은 그 증거로 ‘섬데이’ 이전에 발표된 곡들인 ‘무브 온(Move on)’, ‘귀향’, ‘노바디(Nobody)’ 등의 악보를 제시했다. 이들 곡에서는 모두 동일한 화성과 후렴구의 배치·구성, 리듬이 나온다. 표절이 아닌, 대중음악에서 두 마디(2마디 반복 총 4마디)가 유사할 가능성은 높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러나 고소인(김신일) 측은 “음악의 3요소인 화성·가락·리듬 중 하나 또는 두 가지 요소가 비슷할 수는 있어도 ‘섬데이’와 ‘내 남자에게’서처럼 화성과 가락, 리듬, 장르, 템포, 여성 보컬의 사용까지 유사하기는 힘들다”고 그의 표절 의혹을 거두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원고 김신일의 곡과 피고 박진영 곡의 후렴구 4마디가 현저히 유사하다”며 “저작권에 대해서는 고의성과 관계없이 과실에 대해서도 일부 손해배상이 인정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 박진영 측은 이에 불복, 항소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강영훈 재판장)은 같은 날 오전 열린 공판에서 ”피고인(강성훈)이 사건을 해결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없다”며 “내년 1월 최종변론을 끝으로 선고기일을 잡겠다”고 밝혔다.
그간 고소인 측 주장에 완강히 맞서고 있는 강성훈인 데다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여러 복잡한 사연과 고충을 토로한 그인 만큼 재판부의 판결이 자신에게 불리하면 상고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개인의 속사정과 사건의 본안을 놓고 보는 재판부의 시선은 객관적이고 단호한 상태다.
강성훈 측은 “배상명령 신청을 이행할 의무가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중이다. “이미 한 차례 합의서를 작성했고 고소인인 오 모 씨와 제 3자인 고 모 씨가 (빚을 대신 갚기로) 합의·이행하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강성훈이 오씨에게 변제할 의무는 없다”는 게 강성훈 측 설명이다.
이미 이로 인해 법적 처분을 받은 고씨는 반성하는 의미에서 일종의 ‘양심고백’을 하며 강성훈의 편을 들고 있다. 강성훈은 또 다른 채권자로 알려진 한 모 씨가 자신에게 명의만 빌려줬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인감증명서 뒷면에 작성한 서류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의 뒤에는 고씨와 비슷한 수법의 이면 계약 및 불량 거래가 난무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오씨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오씨는 “고씨와 합의한 적 없다”며 “지금까지도 캐피탈사와 (대출받아 사 강성훈에게 빌려준) 차량 문제로 고통스럽다”고 재판부에 하소연했다.
재판부는 일단 강성훈 측 증거를 채택한 후 “다음 기일에 심리를 종결하겠다”며 양측의 조속한 합의를 권고했다. 재판부는 “(어쨌든 강성훈이 고소인에게) 변제하지 않았다면 합의를 성실히 이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강성훈은 오씨와 한씨, 황 모 씨 등 3명에게 약 10억 원 상당의 돈을 편취해 사기 혐의로 3월19일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그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강성훈의 꾸준히 변제 의지를 보인 점을 참작해 지난 9월 그를 보석금 없이 석방했다. 강성훈은 침묵을 지켜온 것과 달리 지난달 1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돈을) 사용할 당시 편취의 목적이 아니었다”며 “왜곡된 부분은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