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그후③]비인기종목 외면해온 스포츠 중계, 변화 기반 마련

  • 등록 2008-08-26 오후 1:45:33

    수정 2008-08-26 오후 1:47:26

▲ 국가대표 여자 핸드볼팀



[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2008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지상파 방송사들의 스포츠 중계 행태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이 역대 가장 많은 13개의 금메달을 획득한 이번 올림픽 이후 그동안 '비인기종목'으로 치부됐던 종목들에 방송사들은 물론 시청자들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부풀리게 하고 있다.
 
4년마다 한번씩 열리는 올림픽에는 국내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TV로 집중시켜 왔다. 한국이 메달권에 있는 종목이면 인기, 비인기를 가리지 않고 시청자들의 뜨거운 응원이 쏟아졌다. 방송사들도 이 기간에는 종목의 인기도를 가리지 않고 한국 대표팀이 선전하는 경기들을 조명했다.
 
그러나 4년에 한번 올림픽이 열리는 보름 남짓한 기간에만 그랬을 뿐 나머지 3년 350일 가량은 빛을 보지 못하는 종목들이 허다했다. 핸드볼, 양궁, 배드민턴, 태권도 등 수많은 종목들이 올림픽 기간에는 사랑을 받지만 올림픽이 끝나면 세계 선수권 대회라도 대중은 물론 TV에서도 조명을 받지 못하는 일이 되풀이 돼 왔다. 

하지만 올해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대한민국 선수단이 어느 때보다 다양한 종목에서 선전을 하고 감동적인 명승부를 펼치면서 시청자, 네티즌 사이에서는 비인기종목을 등한시한 데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특히 이번 올림픽 기간 중 인기종목이나 메달이 기대되는 종목에만 중계가 집중되는 것에 강도 높게 비판을 했다. 시청률이 높게 나오는 종목, 한국 선수의 메달 획득 장면만 연거푸 보여주는 방송에 대한 지적도 쏟아졌다. 비인기종목에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는 데는 방송만한 것이 없는데 정작 방송사는 시청률만 의식해 이를 외면한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 테니스의 간판스타인 이형택은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었으나 메달과 거리가 있는 그의 경기가 생중계되지는 않았다.
 
방송사들도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개선이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분위기다.
 
한 지상파 방송사 스포츠제작부 관계자는 “비인기종목과 아마추어 종목 경기에 대한 중계방송이 많지는 않더라도 꾸준히 해왔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이들 종목의 경기 중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편성 관계자들과 나눴다”고 전했다.
 
하지만 방송사의 변화만 있어서는 안된다. 시청자들도 스포츠 중계 행태의 문제점을 지적만 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줘야 변화는 정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방송사 관계자는 “TV 주 시청층인 40~50대 여성들이 드라마에 대한 충성도가 높아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은 프라임 시간대에 스포츠, 그것도 비인기종목을 중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면서 “평소 주목받지 못하는 종목들에 대한 관심이 한때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기위해서는 체육계와 방송의 노력뿐 아니라 대중들의 지속적인 성원이 필요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뜨거웠던 올림픽 열기가 점차 식어가면서 올림픽 후유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은 요즘이 비인기종목 중계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에 적절한 시기라는 견해도 있다.
 
한동안 올림픽에서 선전한 대한민국 선수들 덕분에 TV 중계를 보며 행복했지만 올림픽이 폐막하자 주변에서는 ‘이제 무슨 낙으로 사나’ 하는 허무한 한숨도 심심치 않게 쏟아지는 이 때에 올림픽 당시 주목받은 종목들을 중계하면 관심을 이어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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