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 인물탐구]이 시대 최고의 로맨티스트...김동률과의 감성 토크

  • 등록 2008-01-30 오후 8:17:57

    수정 2008-01-30 오후 8:26:16

▲ 가수 김동률

[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젠체 하는 음악보다 마음 한 부분을 건드리는 음악하고 싶다.”

김동률이 4년 만에 내놓은 정규 5집 앨범 ‘모놀로그’는 ‘변화’라는 단어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가 없다.

◇ "어느새 30대 사회인이 된 나, 나의 변화가 앨범에 담겼다"

최근 인터뷰를 통해 만난 김동률에게 ‘많이 들은 질문이겠지만 앨범 전체적으로 변화가 큰 것 같다’고 묻자 “가벼워져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고 내가 변한 것이 자연스레 담긴 것 같다. 곡을 고르는 과정에서 나도 모르게 편안하고 담백한 곡들이 많아졌다. 많이 비우고 절제하고 만든 앨범”이라고 답했다.

김동률의 설명대로 4집 ‘토로’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바로 만든 앨범이라 치열하고 무거웠던 반면, 5집은 정장 수트 대신 면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느낌이다. 가사도 더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가면서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하오체’를 벗어 던졌다. “거짓말하기가 점점 힘들어져” 가사의 화자가 가수 자신인 곡도 3곡이 들어갔다.

김동률은 “4집 활동을 마치고 나니 어느새 30대가 되고 학생이 아닌 사회인이 돼 있더라”면서 “보스턴에서 다시 서울로 돌아와 보니 (일반적인 사회 생활을 하고 있는) 친구들과 거리감도 느껴지면서 이곳에서의 내 삶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생각의 변화를 드러냈다. 

 ◇ "평론보다 팬들의 진심 느껴지는 감상평 듣고 싶어"
 
그의 생각이 바뀌는 데에는 1년 반가량의 라디오 DJ 활동이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지난해 4월까지 KBS 2FM에서 '김동률의 뮤직아일랜드'를 진행한 그는 "DJ를 하면서 모던록 등 최근 유행하고 있지만 잘 듣지 않았던 음악들을 골고루 듣게 되면서 음악적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을 하고 있다는 안도감과 좋은 사람들(스태프)과 노는 것처럼 일했던 것, 오랜만에 청취자들과 소통하며 느낀 보람은 정신 건강에 좋았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DJ 자리에서 물러난 후 새 앨범을 준비하면서 여행과 사진을 즐기고 소소한 일상을 통해 재미를 찾아다니며 느리게 사는 것의 미학을 깨달았다는 김동률은 무게감을 한결 덜어낸 이번 앨범에 대해 팬들도 그런 평가를 해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는 “예전에는 음악을 평론가처럼 감상하는 팬들의 의견이 눈에 많이 띄었다면 이제는 그들의 진심이 느껴지는 소감을 듣고 싶다”면서 “‘마냥 좋았다’부터 시작해 ‘과거의 누군가가 떠올랐다’거나 ‘노래를 듣고 힘이 됐다’는 등의 얘기를 듣고 싶다. 현학적이고 젠체 하는 음악보다 마음 한 부분을 건드리는 음악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취중진담’, ‘천일동안’ 히트 칠 거라 예상 못했어요."

 
김동률은 가수로써 뿐만 아니라 히트 작곡가로도 유명하다. ‘취중진담’, ‘천일동안’, ‘거위의 꿈’처럼 발표된 지 10년이 지나도록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는 곡들이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다. 김동률은 이에 대해 “‘취중진담’은 나는 싫다고 했는데 기획사 사장님이 밀어보자고 하셨던 곡”이라며 “결국 ‘취중진담’이 사랑받는 것을 보고 대중성을 판단하기에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의 대표적 히트곡 중 하나인 이승환의 ‘천일동안’ 역시 미국까지 가서 완벽에 가깝게 만들어온 곡이지만 대중적인 성공은 의외의 결과였다고. 장혜진이 부른 ‘1994년 어느 늦은 밤’ 역시 피아노 반주 하나와 보컬만으로 만들어진 곡이 큰 사랑을 받아 놀랐다고 한다.
 
한편 인순이가 리메이크해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은 ‘거위의 꿈’에 대해 김동률은 “우리(카니발)는 수험생이나 취업 준비생들에게 힘이 되는 정도였지만 인순이 선배는 (‘거위의 꿈으로’) 전국민적으로 힘을 주셨다”면서 폭넓은 세대를 흡수하는 인순이의 ‘능력’에 존경의 뜻을 표했다.
 
카니발 때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게 된 것이 기분 나쁘지 않았냐는 질문도 받았다는 그는 “(인순이가) KBS 2TV ‘낭독의 발견’에서 처음 가사를 읊었던 방송을 보고 나도 감동을 받았다”며 “그 방송이 대중들에게 먼저 큰 호응을 얻었고 그 후 정식 리메이크가 됐기 때문에 기분 나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좋아하는 선배가 내 노래를 알고 불러주셔서 신기할 따름”이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히트곡들이 자신을 유명하게 해준 고마운 곡들이지만 그보다 아끼는 곡들이 빛을 못 보는 것이 한편으로는 속상하기도 했다는 김동률은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는 곡과 히트곡이 일치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 받아들이게 됐다”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내가 바라는 연애는..."

 
우리 나이로 서른다섯. 전람회 파트너 서동욱, 카니발 파트너 이적은 모두 유부남이 됐지만 김동률은 아직 혼자다. 이번 앨범 수록곡 ‘아이처럼’을 만들기 위해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을 열심히 챙겨봤다는 김동률은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좋아 죽는 단계의 감정이 절실히 필요했다”면서 “드라마를 보며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서른 넘어서 그런 연애를 하면 주책이란 소리를 들을 것”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2008년 새해 소망 중 하나로 ‘연애’를 꼽은 김동률에게 어떤 연애를 하고 싶은지 묻자 한참을 고민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한 꿈”이라며 입을 열었다. 김동률의 연애에 대한 꿈은 자신을 전혀 모르는 사람을 자주 마주치다가 사랑에 빠져버리는 것.
 
얼굴과 이름이 이미 알려진 연예인인 탓에 자신은 상대방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이 상대방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미리 알고 있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더 재미있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는 김동률은 “30대 중반이면 이래야 된다는 틀, 결혼도 그 범주에 있다. 기성세대들은 늘 ‘이렇게 살라’고 얘기하는데 그 틀과는 상관없이 앞으로도 다른 삶, 더 나를 위한 삶을 살고 싶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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