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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대만’ 되지 말아야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의 현 상황을 보며 대만을 떠올린다. “한국 콘텐츠 시장이 어느 정도 기초 체력을 가지곤 있지만 그럼에도 ‘제2의 대만’이 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을 떨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대만의 드라마 시장은 중국보다 앞섰다. 정서적으로 공감대가 높은 드라마, 트렌드를 주도할만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콘텐츠로 성공을 거뒀다. 대만 방송사는 ‘로맨틱 코미디의 왕국’이라 불리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대만 드라마가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꽃보다 남자’, ‘장난스런 키스’, ‘운명처럼 널 사랑해’, ‘너를 사랑한 시간’ 등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성황을 이루던 대만 드라마 시장은 중국 자본에 휩쓸렸다. 대만의 콘텐츠를 사고, 노하우를 얻으려던 중국 자본에 의존하기 시작한 것. ‘밑천 개발’보다 ‘현실 안주’에 휩쓸리면서 내수 시장이 침체됐다. 위안화 투입은 중단됐고, 중국 엔터인들은 철수했다. 대만 드라마 시장에 ‘중국 거품’이 빠지자 바닥이 보였다. 불과 4년 전 일이다.
중국에서 작품활동에 임하는 한국 제작자, 연출자들의 접근 방식에도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다른 제작사 대표는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 진출하는 활로는 일반적인 게 됐고, 중국에서 현지 콘텐츠를 생산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유연한 가치관과 그 문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수반되는 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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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Netflix)가 올 초 한국 시장에 진출하겠다고 지난해 공식 선언했다. 그레그 피터스(Greg Peters) 글로벌사업 총괄책임자는 “한국 콘텐츠 업계와의 긴밀한 관계 구축으로 한국 콘텐츠의 해외 수출은 물론 한국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 소개할 수 있는 활발한 교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현재 50여개 국가에서 약 6500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으로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료방송 시장계 강자다.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모든 곳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 ‘IT강국’이라 불리는 한국에 넷플릭스가 진출하는 상황을 전 세계 관련 업계에서 주목하는 이유다.
‘콘텐츠 유통자’의 시선과 달리 ‘콘텐츠 창작자’는 다른 입장이다. 새로운 길이 보인다는 긍정적이 전망도 내놓고 있다. TV방송, 영화상영 등 과거 전통적인 미디어로는 동시다발의 콘텐츠 교류가 이뤄지기 힘들었다.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시장은 진입장벽이 낮다. 하나의 콘텐츠 공급이 제2, 제3의 소비자로 재생산되는 파급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류 최대이자 마지막 시장이 될 것이라는 중국과의 의존도는 낮아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CJ E&M tvN 소속인 나영석 PD가 온라인 영상 서비스로만 선보인 ‘신서유기’라는 콘텐츠가 큰 성공을 거뒀다. 한중 최대 포털사이트를 기반으로 전 세계 네티즌을 ‘시청자’로 유입시켰다. 넷플릭스의 진출을 글로벌 시장과의 ‘콘텐츠 공조’ 기회로 보는 배경이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국장은 “한국 시장은 오히려 넷플릭스에게 중국에 진출할 수 있는 중개무역 같은 시장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넷플릭스에선 중국시장에서 검증된 한국 콘텐츠를 통해 아시아를 공략하고, 한국은 글로벌 유통 채널인 넷플릭스를 플랫폼 삼아 중동, 남미, 영국 등에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창구가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승범 한국케이블TV협회 홍보부장 역시 “넷플릭스를 통해 국내 드라마와 예능 등의 콘텐츠가 중국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 선보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