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선수에 배영수가 속해 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그가 어느 정도 공을 던져주느냐에 따라 한화는 참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
배영수는 그 어느 때 보다 열심히 몸을 만들었다. 비활동 기간 동안 미국과 태국으로 훈련지를 옮기며 개인 훈련으로 꽉 채웠다. 특히 태국 훈련에는 새로운 트레이닝 방법을 동원해 땀을 흘렸다.
여기까지는 보통의 선수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훈련량에서 차이가 날 수는 있어도 스케줄 상으로는 별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배영수의 이번 훈련은 성과면에서 분명 다른 결과를 냈다. 이전의 페이스보다 무척 빠르게 몸 상태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배영수가 캐치볼을 시작한 것은 이미 지난 해 연말 부터였다. 이전 같았으면 공을 손에 쥐지 않았을 시기다. 체력 훈련 정도로 조금씩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훈련을 떠나기 전 김 감독과 면담을 했던 배영수도 이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에 따라 훈련 스케줄도 좀 더 타이트하게 짰다. 캐치볼을 위해 개인 훈련에도 후배와 동행하는 등 세심한 신경을 썼다.
훈련은 오전 7시부터 20분간 조깅과 스트레칭, 후 아침식사를 하고, 9시부터 수영, 이어 캐치볼을 하고, 튜빙(고무줄 당기기)을 했다. 줄넘기와 런닝이 끝나야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최근 미국에서 배운 바이퍼(VIPER) 운동과 웨이트트레이닝을 했다.
식이 요법도 병행해서 5kg 감량에도 성공했다.
그 결과 보름 이상 빠르게 몸을 만들 수 있었다.
배영수가 이 처럼 빠르게 몸을 만들어 캠프에 합류한다는 건 한화에 큰 호재가 될 수 있다.
김 감독은 이미 캠프 초반부터 강하게 리드해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12월 훈련이 이뤄졌다면 굳이 말로 할 필요가 없었겠지만 이번엔 그 과정이 생략됐다. 실제로 말한 대로 지키는 수 밖에 없다.
캠프를 시작하자 마자 잘 따라오는 선수들 위주로 전략을 구상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팀을 옮겨 온 베테랑 투수가 앞장서서 페이스를 리드해 나간다면 팀 분위기는 또 한 번 크게 바뀔 수 있다. 배영수가 그만큼 빠르게 한화라는 팀에 녹아들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될 것이다.
또한 경쟁 구도 형성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며 다른 투수들의 분발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일종의 선순환이 일어 날 수 있는 배경을 배영수 스스로 만든 셈이다.
“예전처럼 가슴으로 야구해 보고 싶다”던 배영수. 그의 독한 각오가 한화에 새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