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 리뷰]창조주에 도전한 영화의 왕 '아바타'

  • 등록 2009-12-15 오후 7:45:49

    수정 2009-12-22 오전 11:22:17

▲ '아바타' 포스터(사진=이십세기폭스)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1998년 제70회 아카데미 시상식.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타이타닉’은 작품상과 감독상 등 주요부문을 휩쓸며 11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가져간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전 세계에 생중계 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타이타닉’의 남자주인공 잭 도슨의 대사를 빌어 “나는 세상의 왕이다”고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타이타닉’은 최초로 제작비 2억 달러를 돌파한 영화로 제작 당시부터 화제가 됐다. 개봉 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한 편의 영화로 전 세계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수입을 거둔 첫 번째 감독이 됐다. 게다가 아카데미에서도 11개 부문을 수상했으니 흥행과 평단 양쪽에서 모두 성공했다. 그가 감히 세상의 왕이라고 외칠만한 근거는 충분했던 셈이다. 참고로 ‘타이타닉’의 전세계 최종 흥행수익은 18억 달러에 이른다. 이 기록은 아직 깨지지 않고 있다.

‘타이타닉’으로 흥행과 작품성의 최고점에 닿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이제 왕을 넘어서 조물주가 되고 싶은 욕심을 서서히 드러낸다. 자신이 영화계에서 가지고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스크린 위에 신세계를 구현하고 싶어진 것이다. 그것이 창작자인 감독들의 꿈이자 본질적인 목표이기도 해서다.

그가 12년 만에 관객들에게 선보인 신작 ‘아바타’는 한마디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영화의 왕을 넘어 영화의 신이 되고 싶은 야심의 결과물이다. 새로운 하늘과 땅, 그리고 새로운 생명이 살고 있는 곳에서 벌어지는 인간과 외계인간의 모험과 사랑. 이것을 만들기 위해 제임스 카메론은 ‘터미네이터 2’와 ‘타이타닉’을 거쳐 영화의 왕이 되어야 했다.

조물주가 되고 싶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우선 ‘아바타’를 위해 지구에서 4.4 광년 떨어진 신천지 ‘판도라’를 창조했다. 판도라는 지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원색적인 자연과 인간과 생김새가 다른 나비족이 사는 행성. 카메론 감독은 마치 눈앞에 실재하는 것 같은 판도라를 만들기 위해 ‘타이타닉’ 침몰 장면 촬영 당시 필요했던 2테라바이트의 500배인 1페타바이트의 CG 처리 용량을 투입했다.

▲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

결론적으로 카메론 감독은 지금까지 할리우드가 만들어낸, 아니 인간이 만들어낸 최첨단의 선두에 있는 영상물을 관객들 앞에 내놨다. ‘트랜스포머’와 ‘2012’의 시각적 성과도 대단했지만 두 작품 모두 상영시간 내내 균질한 영상미를 선보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아바타’는 2시간42분 간의 상영시간 동안 끊임없이 놀라운 영상들을 선사한다. 특히 3D로 봤을 때 영상들의 신기함과 기이함은 배가 된다. 또한 부드럽고 유연한 나비족의 모습은 ‘반지의 제왕’에서 선보인 CG캐릭터 골룸이 어디까지 발전했고 또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보여준다.

문제는 사람의 시각적 인지능력이 생각보다 빨리 새로운 영상에 적응한다는 것이다. 또한 영상에 특별히 관심을 가진 관객이 아니라면 영화를 볼 때 볼거리보다는 줄거리의 흡입력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평가를 내린다.

카메론 감독은 이 지점에서 창조주의 역량을 발휘하는 데 부족한 느낌을 안겼다. 1995년도에 처음 ‘아바타’의 스토리를 구상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아바타’의 기본 줄거리는 ‘늑대와 춤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또한 아마존의 열대 우림에 들어간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갈등을 다룬 ‘미션’의 이야기도 ‘아바타’의 한 축을 이룬다. 게다가 자신의 분신인 아바타에 접속하는 주인공 제이크의 모습은 ‘매트릭스’와 흡사하다. 제이크가 고민하는 지점도 ‘매트릭스’의 주인공 네오가 ‘어디가 가상이고 어디가 현실인가’를 묻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 '아바타'의 나비족

이 밖에도 판도라 행성의 허공에 떠다니는 섬들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천공의 섬 라퓨타’를 연상시킨다. 또한 나비족의 집단 군무와 생활방식 역시 아프리카 원주민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이미지와 겹친다. 나비족을 멸살시키기 위해 나비족의 본거지를 공격하는 인간들의 모습은 베트남전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와 포개진다.

영화의 시작부터 볼거리에 압도당하다 어느 순간 수많은 영화에 대한 기시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 ‘아바타’는 창조의 별천지가 아닌 이종교배의 장으로 축소된다. 또한 서구 제국주의의 만행을 되돌아보면 영화의 결말은 반갑지만 설득력이나 커다란 울림을 전하지는 못한다.

영화의 제작사인 이십세기폭스에서는 ‘아바타’의 제작비를 2억6000만 달러가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공식적으로는 약 5억 달러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으로 알려졌다. 영화를 보면 제작비 5억 달러 설에 더 수긍 하게 된다.

미국에서는 ‘아바타’가 ‘타이타닉’의 흥행기록을 깰 것으로 미리 기대하는 사람도 많다. 6억 달러였던 ‘타이타닉’의 미국 내 흥행수입을 ‘아바타’가 능가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전 세계에서 18억 달러를 벌어들인 ‘타이타닉’의 흥행기록을 넘기에 ‘아바타’는 힘에 부칠 것으로 예상된다.

감동을 느끼고 싶은 관객들이 ‘아바타’의 신세계 보다는 ‘타이타닉’의 3등 객실에서 서로의 신분격차를 무시한 채 춤추고 사랑을 확인하던 잭 도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과 로즈(케이트 윈슬렛 분)의 모습을 더 가슴에 담고 있을 것이 분명해서다. 17일 개봉.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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