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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박미애기자] "제 고민은 남들에게 봉구가 섹시하게 보일까 하는 거예요."
박용우는 고정된 얼굴이 없는 배우다. 그만큼 변신에 주저함이 없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천하의 사기꾼으로 변신, 또 하나의 얼굴을 선보일 준비를 마쳤다. 31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한국판 '인디아나 존스', 바로 '원스 어폰 어 타임'을 통해서다.
◇"고민? 섹시하게 보여야 한다는 거죠"
이 모험극을 주도해나가는 박용우는 능청스럽기 짝이 없는 오봉구로 분해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를 완성시킨다. 하지만 박용우는 '미워할 수 없는 사기꾼'에 만족할 수 없는 듯했다.
"봉구는 '쿨'한 인물이에요. 그러면서도 섹시하죠. 하지만 내가 그려낸 봉구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섹시하게 비춰질지는 의문이에요. 섹시한 것도 잘 생긴 것처럼 타고나는 것 같더라고요. 전 타고 나질 못해서 엄청난 노력을 쏟아야만 했죠. 봉구가 섹시하게 보여야 할 텐데 걱정이네요."(웃음)
하지만 그의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상반신을 드러낸 채 거울 앞에 꼿꼿이 물구나무를 선 그를 본다면, 또한 그 배에 또렷이 새겨진 '왕'(王)자 복근을 본다면 누구라도 섹시하다고 느낄 테니 말이다. 박용우는 자신도 확신하지 못하는 사이에 섹시한 오봉구가 되어 있었다.
◇"연기? 유일하게 싫증내지 않은 분야"
박용우는 오봉구에 대해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따지고 보면 비단 오봉구뿐만 아니다. 첫 영화 '올가미'(1997) 때부터 '쉬리'(1998) '혈의 누'(2005) '달콤, 살벌한 연인'(2006)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2007) 등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이 모두 속을 훤히 꿰뚫어 볼 수 없는 인물들이었다.
"우연히 시작했지만 유일하게 싫증을 안 낸 분야예요. 그래서 지금까지 하고 있고 살면서 제일 잘한 선택이었다 생각하죠. 학창시절 다소 폐쇄적인 성향이 있어서 내 자신을 오픈하는 걸 꺼리곤 했어요. '숙맥'인데다 딱 놀려먹기 좋은 스타일이어서 타인과 소통하는 게 두려웠거든요. 그걸 연기로 극복했어요. 그러니 저한테 연기는 계산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이제 데뷔 13년차. 남들은 '충분하다' 말하지만 박용우는 '아직'이다. 배우가 '천의 얼굴'을 가진 사람이라면 박용우는 아직도 갖춰야 할 얼굴이 너무나 많단다.
"이제 13년차예요. 어느 분처럼 존경받을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인생의 참맛을 알기에 아직 멀었죠. 인생의 참맛을 알아야 진실된 연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40대가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40대가 되면 결혼도 했을 것이고 아이도 있을 것이고 인생의 단맛, 쓴맛을 다 경험하지 않겠어요? 연륜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잖아요."
◇"결혼? 때가 되면 하겠죠"
40대에 결혼을 하겠다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가정을 꾸리는 일에 남 얘기하듯 여유를 부리는 듯했다. 하지만 박용우도 어느 덧 30대 후반이 아닌가.
"결혼이요? 때 되면 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어요.(웃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혼자 살지 뭐 진정한 사랑이 어디 있겠어?' 그랬는데 어느 순간 '아니지. 진정한 사랑이 없으면 행복한 인생도 없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결혼에 대한 바람은 있는 듯했지만 그렇다고 서두르는 것 같진 않았다. 박용우는 조급해하지 않고 진정한 사랑을 만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릴 셈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작품도 마찬가지다. 박용우는 세상의 어떤 것도 일방적인 것은 없다고 했다. 배우가 작품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으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음은 물론이다. 관객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작품은 일방적인 말하기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타인에 대해서도 작품에 대해서도 언제든지 소통할 준비가 돼 있다"는 그의 말이 잔잔한 울림을 남기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진=김정욱기자)
한참을 진지하게 얘기하던 박용우가 화제를 근육질 몸매로 돌리자 금세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돌변했다. "그 장면이 사실은 롱 테이크로 찍었 거든요. 더 길게 갈 수도 있었지만 원성(?)이 자자해 1분 정도 촬영하고 끝냈죠. 감독님도 그다지 필요한 장면이 아니라며 짧게 끊어버리시더라고요."(웃음) '원스 어폰 어 타임'에서 박용우는 전작보다 업그레이드 된 근육질 몸매를 공개한다. 극중에서 자신의 방으로 들어선 박용우는 상반신을 노출한 채 음악에 맞춰 섹시한 막춤을 선보인다. "그 상황이 참 재미있어요. 방 한 쪽에 전신거울이 있는데 그 앞에서 '필'(feel)에 따라 춤을 추죠. 그러다가 거울 앞에서 물구나무를 서는데 전신거울이 회전하면서 멋지게 밀실로 들어가게 돼요." 처음엔 요령을 몰라 밀실로 들어가기는커녕 튕겨 나와 애 먹었다고. 박용우는 "'원스 어폰 어 타임'은 그런 소소한 볼거리가 많은 작품"이라며 기대를 당부했다. |
살면서 가장 아쉬웠던 순간에 대해 박용우는 학창시절을 꼽았다. 그 순간이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풋풋한 감정들 그리고 시행착오들을 겪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연기자들은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 행동반경이 다른 사람들처럼 자유롭지 못해요. 그래서 부족한 부분들은 간접경험을 하려고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죠. 그런 점에 있어서 전 특히 사랑에 관한 경험이 다양하지 못한 편이에요." 사랑에 관한 경험이 꼭 이성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이성도 될 수 있고 동성, 즉 우정이 될 수도 있다. 학창시절 소극적인 성격이었던 박용우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에도 서툴렀다고 고백했다. "그런 아쉬움이 커서 지금은 만나는 사람마다 착실한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해요. 그들을 통해서 과거에 겪지 못했던 경험을 쌓고 인생 공부, 덩달아 연기 공부도 하고 있죠. 연기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관심 없이 도전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잖아요." 박용우는 차기작 '원스 어폰 어 타임'의 개봉을 눈앞에 두고 있다. '원스 어폰 어 타임'은 3000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차지하기 위한 좌충우돌 작전극을 다룬 영화로 31일 개봉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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