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아름다운 꼴찌' 한국 럭비가 보여준 투혼의 의미

  • 등록 2021-07-28 오후 1:03:07

    수정 2021-07-28 오후 9:29:54

28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7인제 럭비 대한민국 대 일본 11~12위 결정전. 대한민국 김광민이 경합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림픽 본선 무대에 처음 진출한 럭비대표팀 장정민이 28일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7인제 럭비 대한민국 대 일본 11~12위 결정전에서 일본 수비를 뿌리치며 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열악한 환경을 딛고 위대한 도전에 나섰던 한국 럭비가 ‘아름다운 꼴찌’로 첫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서천오 감독이 이끄는 럭비 대표팀은 28일 오전 9시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7인제 럭비 11~12위 결정전에서 일본에 19-31(12-19 7-12)로 패했다.

한국 럭비는 2019년 11월 도쿄올림픽 아시아 지역 예선에서 해외 귀화 선수들이 수두룩한 홍콩을 상대로 기적 같은 역전 드라마를 펼치며 사상 첫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한국 럭비가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은 건 1923년 럭비가 국내에 도입된 이후 약 100년 만이다. 실업팀 3개(한국전력공사·포스코건설·현대글로비스), 대학팀 4개(연세·고려·경희·단국대)에 불과할 정도로 어려운 환경에서 이룬 쾌거였다.

하지만 세계의 벽은 너무 높았다. 세계 최강 뉴질랜드를 상대로 5-50으로 패한 데 이어 호주에도 5-42로 무릎을 꿇었다. 아르헨티나에는 1점도 뽑지 못하고 0-56으로 완패했다. 아일랜드에도 0-31로 패했다.

1승도 거두지 못한 한국은 11~12위전으로 떨어졌다. 한국의 마지막 상대는 숙적 일본. 다른 경기는 몰라도 일본만큼은 반드시 이기고 싶었다. 럭비 대표팀의 도쿄올림픽 유일한 목표이기도 했다.

하지만 객관적인 전력에서 우리는 일본에 크게 뒤진다. 일본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4강까지 진출한 아시아 절대 강자다. 피지에서 귀화한 외국인 선수도 4명이나 된다. 사실상 팀의 절반 이상이 용병이었다.

일본의 럭비 세계랭킹은 10위, 한국은 31위에 머물러 있다. 한국 럭비 등록선수는 채 1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일본은 등록 선수가 10만명 이상이다. 일본에서 럭비에 대한 관심은 야구, 축구에 버금갈 정도로 뜨겁다. 2019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럭비 월드컵을 개최하기도 했다.

“전쟁을 치르듯이 경기에 임하겠다”는 서천오 감독의 경기 전 각오 대로 선수들은 몸을 아끼지 않았다. 경기 시작 46초 만에 혼혈 선수 안드레진 코퀴야드(한국명 김진)가 거친 태클을 뚫고 트라이(미식축구의 터치다운)에 성공해 선취점을 뽑기도 했다.

한국은 전반전까지 일본과 대등한 싸움을 벌이며 기적을 일궈내는 듯했다. 하지만 후반전 들어 체력이 떨어지면서 잇따라 실점을 내줬고 경기가 기울어졌다. 그래도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1점이라도 더 뽑기 위해 투혼을 불살랐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일본전에서 선취점을 뽑는 트라이를 성공시켰던 코퀴야드는 “지는 건 아프지만, 일본에 지는 건 특히 더 아프다”며 “태극기를 도쿄스타디움에 올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대표팀 에이스 정연식(현대글로비스)은 “끝까지 모든 힘을 다하는 게 바로 럭비 정신”이라며 “마지막까지도 이길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 럭비가 도쿄올림픽에서 거둔 최종 성적표는 5전 5패. 12개 팀 전체 12위였다. 29득점을 올렸고 무려 210실점을 내줬다. 비록 원했던 1승을 거두진 못했지만 럭비 대표팀은 ‘아름다운 꼴찌’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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