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믿는다 황의조-부활하라 황희찬' 김학범호, 베트남과 4강

  • 등록 2018-08-28 오후 4:16:31

    수정 2018-08-28 오후 4:16:31

27일 오후(현지시간)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남자 축구 8강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한국이 연장 후반 황희찬 패널티킥 결승골로 4-3 승리한 뒤 황의조가 황희찬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김학범 23세 이하(U-23) 남자 축구대표팀 감독은 인터뷰 도중 눈물을 흘렸다. 그만큼 힘들고 고된 여정 끝에 준결승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아직 끝난게 아니다. 목표한 금메달을 목에 걸기 위해선 아직 2경기를 더 이겨야 한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축구대표팀은 한국시간으로 29일 오후 6시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돌풍의 팀’ 베트남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인 준결승전을 치른다.

베트남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보좌해 한국 축구의 4강을 이끈 박항서 감독이 이끌고 있다. 16년이 지난 지금 베트남을 4강으로 올린 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은 우리가 당연히 앞선다. 성인대표팀 기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한국이 57위다. 반면 베트남은 102위에 머물러있다. U-23 대표팀 상대 전적도 우리가 4승무패로 우위다.

하지만 지금 베트남은 예전 베트남이 아니다. 계속된 돌풍으로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우리는 베트남 보다도 약체인 말레이시아에게 덜미를 잡혔다. 2달 전 러시아 월드컵에선 반대로 우리가 세계 최강 독일을 이겼다. 공은 둥글고 경기는 해봐야 안다. 가장 경계할 적은 방심이다.

▲믿는다 와일드카드, 살아나라 황희찬

‘와일드카드’ 황의조(26·감바 오사카)가 없었다면 김학범호의 4강도 없었다. 황의조는 한국이 8강전까지 기록한 14골 가운데 혼자 8골을 책임졌다. 전체 팀득점의 절반이 넘는 57%나 된다.

바레인과 조별리그 1차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한 황의조는 ‘미리 보는 결승전’이었던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 두 번째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인맥축구 논란’을 잠재웠다. 모든 연령별 축구대표팀을 통틀어 단일 대회에서 2번이나 해트트릭을 기록한 선수는 황의조가 최초다.

1골 2도움을 기록 중인 ‘캡틴’ 손흥민(26·토트넘)의 존재감도 설명이 필요없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서 스스로 빛나는 대신 ‘헌신의 아이콘’이 됐다. 16강 이란전서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며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가 하면 적극적인 수비 가담으로 대표팀의 2-0 승리를 도왔다.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는 황의조의 3골 중 2골을 도우며 4-3 역전승 발판을 마련했다. 연장 후반 페널티킥 기회를 후배 황희찬(잘츠부르크)에게 양보하는 결단력까지 보여줬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리더로서 솔선수범하며 후배들을 이끄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월드컵 스타’ 조현우(27·대구FC)는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에 무릎 부상으로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출전한 다른 3경기에선 단 1골도 허용하지 않는 철벽 방어를 뽐냈다. 조현우가 부상을 털고 4강전에 출전한다면 수비 불안을 어느정도 지울 수 있다.

황희찬(21·잘츠부르크)의 부활은 김학범호가 가장 기다리는 부분이다. 황희찬은 이번 대회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자 자기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돌출행동을 했다가 더 큰 논란을 일으켰다.

지금까지 와일드카드 형님들의 힘으로 8강까지 올랐다면 이제는 황희찬 등 젊은 피가 분전할 때다. 손흥민은 그의 기를 살리기 위해 가장 중요한 순간 페널티킥까지 양보했다. 4강전 상대 베트남이 체격 면에서 우리에게 뒤진다는 점을 감안할때 힘이 좋고 저돌적인 황희찬의 한 방이 더욱 기대된다.

▲하루 쉬고 4강전...승부는 수비와 체력에서 갈린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은 마지막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한 명승부였다. 반대로 보면 불안한 수비 때문에 끝까지 마음을 졸여야 했다. 우리가 내준 3골 모두 수비수들의 어설픈 플레이가 원인이었다. 선수들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어이없이 실점을 내주는 장면이 반복됐다.

베트남은 이번 대회 5경기에서 8골을 넣고 단 1골도 실점하지 않았다. 4강 진출 팀 가운데 무실점은 베트남이 유일하다. 전력면에서 우리가 앞선다고 해도 베트남을 상대로 3~4골 대량득점을 하기는 쉽지 않다.

관건은 수비다. 수비가 1골 이내로 막아야 우리에게 승산이 있다. 우즈베키스탄전처럼 3골 이상 내준다면 승리는 물건너간다. 수비 조직력의 보완과 함께 선수들의 정신 무장이 필요하다. 주전 수비수 김민재(전북)는 “3골이나 내줘 공격수들에게 미안했다. 3골 모두 우리 실수로 먹혔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체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도 중요한 숙제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일정이 살인적이다. 겨우 18일 동안 7경기를 치러야 한다. 선수들의 체력은 이미 바닥난 상태다. 4강전과 결승전은 정신력으로 싸워야 한다.

우리나 베트남 모두 겨우 하루 쉬고 4강전을 치른다. 두 팀 모두 연장전 혈전을 치렀다. 굳이 비교한다면 베트남 보다 3시간 30분 먼저 경기를 치른 우리가 조금이나마 더 쉴 수 있었다.

체력이 떨어지면 100% 실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반면 어이없는 실수가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체력 안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하느냐가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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