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 그리고 '창수'라는 보통 남자(인터뷰)

보통의 남자들과 닮은 창수..男관객 공감 얻을 것
남자, 마음에 폭탄이라는 짐을 짊다
남자, 여자 앞에선 돈키호테가 되다
남자, 주인공의 탈을 쓴 바보로 살다
  • 등록 2013-11-28 오전 11:01:38

    수정 2013-11-28 오전 11:10:09

영화 ‘창수’에서 내일을 포기한 징역살이 대행업자 창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가수 겸 배우 임창정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한대욱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세상을 크게 두가지로 나누자면, 당신은 어떤 기준을 선택할 것 같나. 답은 없겠지만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정답’이 있다. 남자와 여자다.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바다와 육지처럼 하늘과 땅처럼, 화성과 금성처럼 멀다. 그럼에도 서로가 서로를 늘 필요로 하고 찾는 건 그렇게 다름에도 맞닿는 부분이 있기 때문일 거다. 바다와 육지는 해안선에서, 하늘과 땅은 지평선에서, 화성과 금성은 우주라는 한 공간에서 만나있지 않나. 두 존재는 분명 다르지만 경계를 허문 한 공간에 있는 셈이다.

임창정이 주연한 영화 ‘창수’도 그렇다. ‘창수’는 내일이 없는 남자 창수(임창정 분)와 그가 첫눈에 사랑하게 된 여자 미연(손은서 분)의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사랑은 위험했고, 운명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내용이 전체적으로 남자가 보기엔 공감 100%인데, 여자가 보기엔 의아한 지점이 있다. 그럼에도 ‘창수’를 연인 관객에게 추천하고 싶은 이유는 서로 생각을 교류할 수 있는 지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멀리 떨어진 두 공간이 하나의 지점에서 만큼은 경계를 허물고 맞닿아 있듯, ‘창수’를 통해 남자는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될 터고 여자는 그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창수’는 그렇게 보통의 남자들을 닮은 영화라 의미를 더한다.

임창정도 그랬다. ‘창수’ 속 창수를 연기한 그는 “이 인물엔 보통 남자들이 가지고 있는 성격이 투영돼 있다”고 말했다. 자신도 창수를 닮았다며 “원래 남자가 다 그렇다”고했다.

“창수는 보통의 남자들을 닮아있어요. 남자가 다 그렇거든요.”(사진=한대욱기자)
◇남자, 마음에 폭탄이라는 짐을 짊다

어떤 면이 그렇다는 걸까. ‘임창정에 따르면’, 남자들은 이렇단다. 언젠가 터져버리는 폭탄을 저마다 마음 속에 하나씩 짊어지고 산다. 보기만 해도 눈물나는 우리 엄마, 제발 그렇게 구부정하지 않았으면 하는 뒷모습의 아부지를 보며 참고 사는 아들의 속앓이가 있다.

그런 남자 역시 자식들에게는 또한 그런 아부지가 된다는 이중성이 남자들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짐이다. 보면 미소짓지만, 뒤돌아서면 그 미소가 책임감으로 꽃히는 인생의 무게, 그런 걸 말하는 것 같다.

그 속을 몰라주는 친구1, 나보다 잘 나가는 친구2, 세상 만사 걱정 없는 친구3, 내 코가 석자인데 도와줄 수밖에 없는 친구4, 뭐 이런 다채로운 인간 관계 또한 남자들의 마음 속 폭탄을 터트리게 만드는 요소다.

남의 잘못을 뒤치닥거리하며 사는 징역 살이 대행업자 창수가 태어나는 것도, 살아지는 것도 내 맘대로 하나 되지 않는 불행한 인생의 한 가운데에서 “뒤지는 거 하나만큼은 내 맘대로 하고 싶다고!” 소리지르는 모습에서 이런 남자들의 폭탄이 같이 터져버릴 것 같다. 그리고 사랑하는 여인과의 마지막 의리를 위해, 온 몸이 부서져라 복수하는 창수의 고군분투가 남자 관객들의 응원을 받을 것 같다.

“창수가 그렇잖아요. 죽는 것 만큼은 내 맘대로 한다고. 자기 인생 무엇하나 뜻대로 한 게 없다고. 남자들이 그래요. 부모, 자식, 친구 때문에 참아야 할 게 많아요. 마음껏 하고 싶은 대로 마지막 복수를 하는 창수를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내맘대로 한번이라도 해보자는 그 ‘객기’, 보통 남자들이라면 다 알 거예요. 저도, 창수의 그 대사처럼 23년을 살았잖아요. 제가 창수고, 보통 남자들이고, 그렇죠.”

“남자들, 여자 앞에선 뭐든 바칠 준비가 돼 있는 돈키혼테 같은 기질이 있죠.”(사진=한대욱기자)
◇남자, 여자 앞에선 돈키호테가 되다

닮은 면은 또 있다. 창수처럼 한 여자를 위해 목숨 바치는 지점이다. 자, 창수는 미연을 보고 첫 눈에 반했다. 싸움도 못하는 ‘놈’이 누군가에게 당하고 있는 미연을 지켜주려고 나선다. 마음이 몸을 앞서는, 의욕이 현실을 외면하는 그런 남자다. 얼굴 예쁘고, 몸매 착한 미연을 보며 “내가 어떻게 감히 저런 여자를”이라지만 창수의 세계에선 이미 자신이 미연의 남편이 돼 있다. “아아, 가격 생각하지 말고 제일 비싼 거”라면서 동네 쥬얼리 샵에서 반지를 고르는 창수의 모습은 마치 청담동 명품관을 찾은 재벌 2세 같다.

조금 과장된 면이 있겠지만 이런 창수의 모습 또한 보통 남자들의 감성을 자극할 거라는 게 임창정의 생각이다. 그 공통분모를 “돈키호테 기질”이라고 표현했다. 기사도를 너무 많이 읽은 나머지 그 매력에 매료돼 자신이 마치 세상을 구하고 모든 걸 해결하는 ‘만능’이 된 것처럼 착각하며 사는 돈키호테 말이다.

“남자들은 첫눈에 반하는 게 분명 있어요. ‘내가 저 여자를 사랑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죠. 그럼 이미 저 여자를 사랑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남자는 누구나 ‘돈키호테 같은 게’ 있어서, 모든 걸 바칠 준비가 돼 있거든요. 남자들은 아마 이해를 할 거예요. ‘처음 본 미연이 뭐가 좋다고 저렇게 인생을 바쳐 사는 건데?’라고 여성 관객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요.”

자유롭게, 편안하게, 보통의 그런 남자들처럼.(사진=한대욱기자)
◇남자, 주인공이란 탈을 쓴 바보로 살다

이런 모습이 남자라면 이들은 분명 ‘바보’가 맞다. 그렇게 마음 속의 갖가지 짐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처럼 짊어지고 살면서, 모든 다 해결할 수 있을 거라며 희생할 준비가 돼 있는 돈키호테에 빙의된다는 것 아닌가. 멋있어보이기도 하는데, 안쓰러움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임창정도 그래서 “그래서 창수가 불쌍한 남자라는 거다”고 재차 강조했다.

“창수는 바보에요 바보. 동네 바보죠. 자기가 그 동네를 다 접수했다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다 창수를 동네 바보라고 생각해요. 옥살이를 하면서 면회 온 동생한테 완전 멋있게 쿨한 척,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어요. 아마 창수는 그러고 다시 방으로 돌아갔을 때 ‘아, 나 그때 완전 잘한 것 같아’, ‘아, 나 진짜 멋있는 것 같은데’ 이런 생각했을 걸요?(웃음)”

이런 창수의 바보 같은 모습은 보통의 남자들이 가지고 있는 ‘허세’와 닮았다는 게 임창정의 생각이다. 왜 간혹 여자들이 이런 남자를 싫다고 말하지 않나. 있는 척, 가진 척, 아는 척, 일명 ‘3척하는 남자’들 말이다. 그 말에 “맞아 맞아”라며 공감하는 여자들이 많다는 건 결국 많은 남자들이 허풍기를 가지고 있다는 뜻일 거다.

“남자의 허세나 허풍은 다들 공감하는 부분이죠. 자기 자신한테 멋있다. 잘한 것 같아, 이런 주문을 많이 걸거든요. 그런 성격 때문에 손해도 많이 보고는 거예요. ‘아 내가 낼게’, ‘아, 그거 내가 해줄게’ 이런 말을 지르고 보잖아요. 그래서 여자들한테 많이 혼나기도 하고. 아마 남자들은 누구나 창수처럼 ‘주인공병’이 있을 거예요. 부풀려 이야기도 하고, 두 세번 그렇게 말하다보면 내가 진짜 한 일이 되고. 저도 그랬고, 저 옛날에 동네 형들 중에도 있었던 것 같네요.(웃음)”

이제 관객들이 확인할 일만 남았다. 남자들은 거울 보러, 여자들은 그 거울의 얼룩을 닦아주러, ‘창수’와 마주해봐도 좋을 것 같다. ‘창수’는 28일, 오늘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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