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박찬호 심경 총정리, 이유와 계획 그리고...

  • 등록 2012-11-30 오후 12:38:26

    수정 2012-11-30 오후 12:38:26

사진=권욱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코리안특급’ 박찬호(39)는 30일 오전 서울 플라자호텔 다이아몬드홀에서 현역 생활을 정리하는 은퇴 기자회견을 가졌다.

먼저 자신이 그동안 걸어온 길을 차분하게 돌아 본 박찬호는 긴 고민을 해야 했던 이유와 결국 은퇴를 선택하게 된 동기,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은퇴식에 앞서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 중 “한때 거만하기도 했었고 젊은 시절에 고마운 줄 모르고 당연하듯 지나간 일들도 많았지만 이렇게 나이가 들어가면서 마음속에 느껴지는 감정이란 참.....”이란 문장은 그의 현재 심경이 어떤 것인지를 조금은 엿볼 수 있도록 했다.

▲은퇴 심경

박찬호는 기자회견에 앞선 인사말에서 “많은 고민을 했다. 긴 시간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결심을 하기 어려웠다. 은퇴 결정에 아쉬움도 있고 그리울 것도 같다. 이제 끝난다는 말을 한다기보다 새로운 걸 시작한다는 생각을 갖겠다”며 “하룻 밤사이에 많은 메시지를 받았다. 한 시즌 동안 함께 한 후배들의 메시지에 미안하고 마음이 무거웠다. 구단에서는 내게 변함없는 애정을 표현해주셨다. 그 뒤로 며칠 동안 심각하게 고민했고 어려운 결정을 하게 됐다. 초등학교 때 야구를 시작해서 프로, 대학의 갈림길에 섰을 때, 미국 진출을 높고 갈림길에 섰을 때, 다저스에서 기쁘게 시작하고 몇 년동안 좋은 성적을 갖고 또다른 팀으로 이적할 때, 양키즈에서 방출을 당하고 은퇴해야하나 고민도 했었다. 그 갈림길에서 피츠버그에서 손을 잡아줘 124승을 할 수 있게 해줬던 순간들, 오래전부터 소망해왔던 한국 진출. 눈앞에 있었을 때 설레였던 순간들. 1년 전 한화 입단식 순간들. 한국무대 첫 경기에 등판해서 팬들과 함께 한국 야구에 진출하고 마운드에 올라서 공을 던질 때. 많이 성숙해있을 때이기 때문에 다저스 첫 등판 때보다 더 설레였고 의미가 깊었다”고 자신의 야구 인생을 돌아보았다.

이어 “생각해보면 운이 좋은 선수가 아닌가 싶다. 시골에서 태어나서 주위 권유로 야구를 시작했는데 그 야구가 재미있었고 옆에 있는 친구, 동료보다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에 우승하고 상도 탔다. 그러면서 야구를 더 잘하고 싶고 프로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더 큰 무대에서 뛸 수 있었고 오랜 시간 메이저리그에서 몸담을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한국 야구 역사상 나만큼 운이 좋았던 선수가 또 있을까 생각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다”라는 마음을 표했다.

▲은퇴를 결정한 이유?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박찬호는 은퇴 결정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오래전부터 한국 무대에서 뛰기를 소망했다. 꿈을 잃지 않고 있었는데 건강함을 지킬 수 있었기에 기회가 왔다. 1년 계획을 잡고 왔다. 1년을 보내니 아쉬움이 많더라. 많은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1년이라는 시간이 혼자 적응하는데 바쁘고 여유가 없었다. 아쉽고 미안함 마음이 들었다. 팀은 결국 성적을 내기 위해 구성된 것이다. 그 팀에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결정이 결코 쉽지 않았음도 분명히 했다. “시즌이 끝난 뒤 동료들이 내년에도 다시 함께 하자는 말을 많이 했었다. 그래서 고민이 길어졌다”며 여전히 남아 있는 아쉬움을 전했다.

▲향후 계획? 미국에서 야구 행정 공부

박찬호가 은퇴를 선언한 뒤 가장 궁금했던 건 단연 ‘그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모아졌다.

야구를 떠난 박찬호는 상상하기 어렵다. 다만 지도자와 행정가 등 선택의 길이 다른 선수들 보다 넓은 인물이었기에 어떤 선택을 할지에 더 큰 관심이 모아졌다. 이에 대한 박찬호의 답은 “야구 행정 공부”였다.

박찬호는 “야구를 경험하고 배워오고 했던 부분들은 시간이 갈수록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부분은 제가 오래전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던 야구 행정과 경영 쪽이다. 그리고 여러 가지 매니지먼트를 비롯해서 커뮤니와의 관계 등의 야구를 통해서 다양한 도전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에 남는 것보다는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를 더 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그는 “미국은 산업으로서의 야구를 하고 있다. 팬들과 할 수 있는 것들이 다양하다. 선수들에 대한 가치가 분명하다. 그런 부분에 매력을 많이 느꼈다. 한창 한국야구도 발전해야할 때다. 팬들에 대한 성원, 열정이 그것을 말해준다. 한국 구단들도 산업으로서의 야구를 통해 팬들과 선수들의 가치를 더 높여줄 수 있는 것이라 짐작한다”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더 체계적인 공부를 할 생각이다. 미국 쪽에 관심이 있다. 지금도 하고 있는 유소년들에게 시간이 지나면서 기술과 꿈을 심어줄 수 있는 걸 준비하겠다. 의미를 더 높일 수 있도록 힘쓰기 위해 준비하고 싶다”고 밝혔다.

▲본즈 그리고 이승엽.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선수 시절, 가장 고마웠던 선수와 까다로웠던 타자를 꼽았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시절 고마웠던 타자. 까다로웠던 타자를 각각 꼽아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마웠던 타자대신, 고마웠던 선수들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필라델피아에 있을 때 선수들이 많은 배려와 인정을 해줬다. 전년도 우승팀의 팀워크 등을 배우게 됐던 계기가 됐다. 최하위팀 피츠버그에 가서도 흥미진진한 선수들을 만났다. 나에게 의지하고 배우려는 선수들도 많아서 기억에 남는다. 특히 마지막 124승을 할 수 있도록 해준 당시 선발 투수가 고맙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가장 까다로웠던 선수로는 배리 본즈를 꼽았다. 박찬호는 “배리 본즈가 가장 까다로웠다”면서 “투수입장에서는 홈런을 치는 타자들이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배리 본즈는 홈런타자이면서도 선구안이 좋아서 볼을 잘 치지 않는, 유인구에 속지 않는 선수였다. 홈런도 치고 볼넷도 얻어내는 타자들은 정말 힘들다. 한국에선 이승엽이 그런 선수였다”고 말했다.

▲박찬호에게 야구는 배움의 터전

라디오 스타의 빼 놓을 수 없는 질문, “당신에게 00란?”

은퇴 기자회견에 나선 박찬호에게 묻지 않을 수 없는 질문은 바로 “당신에게 야구란?”이었다. 그에 대한 박찬호의 답은 “학교”였다.

박찬호는 “공부보다 더 시간을 투자했다. 책으로서 배워보지 못한 가르침을 야구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야구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오히려 더 성숙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게 할 수 있는 동반자 역할을 했다. 야구를 통해 국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도 값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야구장에 나가면 ‘오늘은 뭘 배울까’ 생각했다. 지난 10년 정도는 성적에 대한 부담을 갖고 야구를 해나갔다면 텍사스에서 오랜 시간 시련을 겪고 팀을 옮기면서 오히려 배우는 것들이 많았다. 야구는 머리로 하지 않고 가슴으로 대해야한다는 것을 느꼈다. 더불어 성과를 내야하는 게 야구라는 것도 월드시리즈에서 느낄 수 있었다. 떠날 땐 어떤 자세로, 어떤 마음으로 떠나야하는지도 그간 추억들을 통해 얻었다. 야구는 여러 가지 면에서 나에게 학교다. 마운드 위에 서면 항상 외로웠지만 나에게 야구는 사랑할 수 있는 시련, 환희를 반복할 수 있었던 그런 과목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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