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베이스볼]아줌마 팬 김지숙씨의 하루(창간 기획)

  • 등록 2012-10-05 오전 11:56:58

    수정 2012-10-05 오후 3:19:00

[이데일리 스타in 박은별 기자] 프로야구가 700만 관중시대를 열었다.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2006년 300만 관중을 겨우 넘어섰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폭발적 증가다.

관중 증가와 함께 수익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프로야구는 최근 매년 100억원 가까이 입장 수입을 늘려왔다. 2009년 338억원에서 2010년 412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55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입장수입은 지난해 대비 15% 증가, 600억원을 넘어섰다. 사상 최고치다. 아직 구단의 적자 구조를 메울 정도는 못되지만 프로야구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확인한 것 만은 분명하다.

프로야구 르네상스의 중심엔 여성이 있다. 충성도 높은 여성팬들이 흥행 몰이에 큰 몫을 했다. 구단 별 집계만으로도 이제 50%에 육박하는 여성팬들이 야구장을 찾고 있다. 승.패만이 아니라 문화생활로도 자리잡은 야구. 2012 시즌을 마무리하며 야구와 사랑에 빠진 여성을 만나봤다.


김지숙 주부. 지난 26일 주부야구특공대 고급반 1기 수료식 현장에서.
주인공은 넥센의 열혈팬 김지숙(39. 양천구 목동) 주부다. 목동에 사는 주부들로 구성된 넥센 서포터즈 ‘주부야구특공대’ 1기 ‘회장님’이다.

지난 달 26일 SK와 넥센의 경기가 열린 목동구장. 경기 전에 앞서 김지숙 주부의 집을 찾았다. 도착하자마자 즐거운 야구 수다가 시작됐다.

야구장에 가기 전 하루 일과를 모두 정리해놓는다. 가족들이 유니폼을 챙기는 것에서부터 청소도 미리 끝내놓고 저녁도 차려 놓아야 마음 편히 야구장에서 응원할 수 있단다.
◇ 등떠밀려 처음 간 야구장. 이젠 내가 더 즐겨


야구는 일상이다. 야구장에서 만난 선수들은 이제 친구, 혹은 동생같은 존재다.

TV에서만 보던 양준혁 SBS 해설위원을 길에서 만났을 땐 불쑥 인사를 건넸다. 한 번은 차를 몰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던 중 투수 오재영이 길을 거닐고 있는 것을 봤을 땐 멀리서 실루엣만 보고도 알아채 급히 창문을 내리고 “오재영 선수 반가워요”라며 손을 흔들기도 했다.

처음부터 야구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라고 했다. 야구를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넥센 홈구장인 목동 구장을 처음 찾았다.

서포터즈 ‘회장’을 맡게 된 것도 남편이 등떠밀어서였다. “집에서 놀면 뭐하나 싶어서 함께 취미를 나누자는 의미에서 내가 모집 접수를 해줬다”는 게 남편 김창균(42. 자영업)씨의 말이다.

우연찮게 야구에 입문한 김지숙씨. 이제는 야구 공부를 스스로 할 정도로 능동적이 됐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변했다. 그때 눈에 띈건 김지숙씨의 작은 수첩이었다. ‘주부야구특공대’ 야구 수업 시간에 듣는 교과서. 빼곡히 깨알처럼 적힌 야구 용어들. 공부의 흔적이 아주 잘 남아 있었다.

몰랐던 야구 용어들이 빼곡히 적혀있다. 워낙 어렵기 때문에 반복학습이 필요하지만 이젠 야구보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남편과 어려운 야구 이야기도 덕분에 잘 통한다고 했다.
◇ 백화점 쇼핑엔 인색. 히어로즈 샵은 얼마든지


김지숙씨는 남편의 외조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야구 사랑에 집안일에 조금은 소홀해질 수 있지만 남편은 쿨하게 이해해준다.

무엇보다 유니폼, 액세서리 등을 파는 매장에서는 남편이 시원시원하게 지갑을 연다며 좋아한다. “백화점에서는 돈을 잘 안쓰지만 히어로즈 샵에서는 사달라는 대로 다 사준다”며 싱글벙글이다.

그렇게 장만하기 시작한 것이 네 가족 유니폼을 비롯해 차량용 액세서리, 야구 배트, 글러브, 응원도구 등으로 넘쳐난다. 신상품이 나오면 바로 매장으로 달려간다.

이제 그녀의 야구 열정은 남편도 말릴 수 없을 정도다. 넥센을 위한 일이라면 뭐든지 한다.

최근엔 넥센의 홈인 목동구장을 리모델링하는 사안과 관련해 동네 주민의 민원으로 공사에 차질이 생기자 발벗고 나섰다. 직접 동네를 돌면서 찬성하는 주민들의 서명을 받기도 했다. 저녁을 차리지 못하고 나가도 남편은 쿨하게 이해해준단다.

헬스장에 갈 때 등등 주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넥센 사랑해주세요”라는 말도 잊지 않는다. 그야말로 걸어다니는 넥센 홍보맨이다. 집에서부터 유니폼을 입고 야구장에 나가는 남편이 창피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나란히 유니폼을 입고 당당하게 집을 나선다.

김지숙씨에게는 두 딸이 있다. 사내가 아니어서 야구에 대한 열정은 크지 않지만 자녀들에게도 야구는 교육의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학구열이 높은 동네 목동. 김씨는 절대 공부만을 강요하진 않는다. 야구도 사회생활의 일부다. 자녀들에게 야구도 좋은 교육이라 생각한다.

마침 이날은 주부특공대 1기의 수료식이 있는 날이었다. 넥센은 가족들을 모두 VIP석에 초청해 야구 경기를 관람하게 했다. 중학생 딸은 시험기간이었지만 그래도 야구장을 함께 찾았다. 저녁도 먹고 네 식구가 야구도 함께 봤다. 공부보다는 가족의 일에 참여하고 화목을 다지는 게 더 중요하다는 신념때문이었다. 물론 딸은 경기가 끝날 무렵 책을 꺼내들긴 했지만….

김지숙씨 가족. 남편 김창균씨와 두 딸 김도연, 김가연
◇야구장은 놀이터.주부 스트레스 푸는 데 최고


야구장은 놀이터다. 김지숙씨에게 야구장은 틈틈이 시간이 나면 들를 수 있는 놀이터같은 곳이다. 한창 많이 갈때는 1주일에 4번정도, 올해는 30번 정도 야구장을 찾았다.

사실 전체 경기를 안 볼때가 많기도 하다. 가족들을 챙기다보면 자주 야구장에 가긴 힘든 게 주부의 현실이다. 김씨는 “주그래도 시간 틈틈이 즐길 수 있다는 게 크다. TV로 보다가도 게임이 흥미진진해진다 싶으면 유니폼을 챙겨 야구장에 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가족간의 화목도 ‘야구 사랑’이 가져다 준 선물이었다. 김지숙씨는 “부부싸움도 많이 줄었다”고 했다. 공통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생기니 대화도 늘고, 응원을 하며 자연스레 부부금슬이 더 좋아졌다는 이야기였다.

덕분에 삶에 활력도 생겼단다. “스트레스가 많이 풀린다. 바깥에 자꾸 나가게 되고 야구장에 가면 응원가도 따라 부르고 하면 재미있다. 남편과 늙어도 함께 야구장에 다니고 싶다. 야구를 좋아한 이후로 운동도 시작했는데 몸도 가벼워졌다. 자녀들이 사춘기라 받는 스트레스가 극심하지만 야구를 보다보면 잊어지는 것 같다. 거리도 두고 내려놓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는 게 김지숙씨의 말이었다.

야구장에서 새로운 사람과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오늘은 누구를 만날까. 뭘 배울까”하는 마음에 야구장에 가는 길이 설렌다는 김씨다. 나를 위한 재미를 찾았다며 싱글벙글이었다.

김지숙씨가 하나씩 사서 모은 가족 유니폼과 모자 등 야구용품들. 김지숙씨는 내야수 강정호의 열혈팬이다.


김지숙 주부 가족. 사진=넥센 히어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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