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범 `빈잔`을 채운 노래철학

  • 등록 2011-05-09 오후 12:47:30

    수정 2011-05-09 오후 12:50:45

▲ 임재범(사진=`나는 가수다` 방송캡처)


[이데일리 SPN 김용운 기자] 임재범이 8일 방송된 MBC `우리들의 일밤`의 `나는 가수다`에 출연해 부른 `빈잔`이 화제다.

`빈잔`은 남진의 히트곡으로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칠갑산`,`옥경이` 등의 노랫말을 쓴 조운파 시인이 작사하고 `비 내리는 호남선`,` 초우`, `못잊어` 등을 작곡한 고 박춘석 작곡가가 만든 노래다.

임재범은 트로트 곡인 `빈잔`에 국악을 접목시킨 프로그래시브한 음악으로 재해석해 불렀다. 거기에는 임재범이 가수인생을 통해 고민하던 그의 노래철학이 담겨있었다.

우선 임재범은 통상적으로 대북이라 칭하는 법고 연주로 곡의 시작을 알렸다. 법고는 주로 사찰에서 아침저녁 예불 때와 법식을 거행할 때 `중생을 계도하기 위해` 사용된다.

임재범은 기계음에 익숙해져 있는 시청자들에게 법고 소리를 통해 죽비를 내려치는 듯 벼락같은 일깨움을 안겼다. 가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목청을 통해 나오는 순수한 목소리라는 점이다.

이어 임재범은 티베트의 수도승이 게송을 할 때 주로 사용하는 저음으로 `빈잔`의 앞부분을 채워갔다. 평소 명상음악과 아시아의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임재범의 취향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판소리를 익혔던 뮤지컬 배우 차지연의 구음이 `빈잔`의 중반부와 후반부를 받쳐주며 임재범의 가슴에서 터져나오는 탁성과 맞물려 지금까지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빈잔`이 탄생했다.

임재범은 20대 초반이었던 1986년 시나위의 메인 보컬로 데뷔했다. 시나위는 국악에서 굿거리와 살풀이할 때 쓰는 무속음악을 뜻한다. 그만큼 시나위는 한국적인 록음악을 추구했다. 이후 임재범은 외인부대와 아시아나 등의 그룹을 통해서도 한국적인 록음악에 대한 탐구를 계속했다.

임재범은 `빈잔`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단순히 "술 마시면 부르는 정말 좋아하는 노래"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25년간 가수활동을 하면서 화두로 삼았던 `한국적인 록음악`의 고민이 지속되지 않았더라면 `나가수`의 `빈잔`은 결코 대중 앞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임재범의 `빈잔`에 대해 윤중강 음악평론가는 "법고 연주와 차지연의 구음, 임재범의 목소리 등 세 가지가 절묘하게 결합되었고 거기엔 국악적인 감수성이 분명히 담겨있었다"며 "기존 가요에서 이처럼 국악적인 요소가 잘 접목된 노래가 나온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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