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핑 뮤비로 또 불거진 간호사 성적대상 논란

블랙핑크 '러브식 걸즈' 뮤직비디오 두고
간호사 단체 "성적대상화·비하했다" 반발
이효리도 12년 전 논란… 대중 반응 '분분'
  • 등록 2020-10-07 오전 11:00:00

    수정 2020-10-08 오전 11:00:52

블핑 뮤비로 또 불거진 간호사 성적대상 논란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하필 코로나19 시국에 간호사 의상을….” VS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왜?”

그룹 블랙핑크의 신곡 ‘러브식 걸즈’(Lovesick Girls) 뮤직비디오가 ‘간호사 성적 대상화’ 논란에 휩싸였다. 멤버 제니가 뮤직비디오 속에서 입은 간호사 의상에 대해 특정 단체가 ‘성적 대상화이자 비하적 묘사’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부터다.

문제가 된 장면은 5초 가량. 제니가 간호사를 연상시키는 복장을 하고 환자와 마주 앉은 신이다. 일부 네티즌은 제니가 몸에 딱 달라붙는 짧은 치마와 빨간 하이힐을 신은 것을 두고 ‘간호사를 성적 대상화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과도한 해석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의상 선정에 있어 ‘간호사 복장 외에 다른 복장은 없었나’라는 아쉬움은 들지만, 성적 대상화 논란이 제기될 만큼 문제될 만한 요소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작품의 맥락을 보지 않고 표현과 장면 하나만으로 논쟁이 계속된다면 자칫 예술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랙핑크 ‘러브식 걸즈’ 뮤직비디오(사진=YG엔터테인먼트)
◇“명백한 성적 대상화” VS “예술일 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는 5일 논평을 내고 ‘러브식 걸즈’ 뮤직비디오에 대해 “명백한 성적 대상화이자 비하적 묘사”라고 비난했다. 보건의료노조 측은 “헤어 캡, 타이트하고 짧은 치마, 하이힐 등 실제와 동떨어진 간호사 복장은 전형적인 성적 코드를 그대로 답습한 복장과 연출”이라며 “간호사는 보건의료 노동자이자 전문의료인임에도 해당 직업군에 종사하는 성별에 여성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성적 대상화에 노출되고 전문성을 의심받는 비하적 묘사를 겪어야만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간호사들이 오랜 기간 투쟁해왔는데도 YG엔터테인먼트는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에서 간호사를 성적 대상화 해 등장시켰다”며 “대중문화가 왜곡된 간호사의 이미지를 반복할수록 이런 상황은 더 악화한다”며 YG의 책임감 있는 대처를 촉구했다.

현직 간호사로 구성된 페이스북 페이지 ‘간호사 이야기’에서도 같은 지적은 이어졌다. 자신을 현직 간호사라고 소개한 한 네티즌은 “간호사는 애교 머리 못하고, 캡은 현장에서 수십 년 전에 사라졌고, 손톱 길러서 진하게 젤라틴 네일 못하고, 원피스 입고 엉덩이 흔들고 차트 못 들고 다닌다”며 “시국이 이 모양인데… 내 직업이 이딴 취급을 받아야겠습니까?”라고 울분을 토했다.

블랙핑크 ‘러브식 걸즈’ 뮤직비디오(사진=YG엔터테인먼트)
논란이 확산하자 YG는 “특정한 의도는 전혀 없었으나 왜곡된 시선이 쏟아지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YG 측은 “‘러브식 걸즈’는 우리는 왜 사랑에 상처받고 아파하면서도 또 다른 사랑을 찾아가는지에 대한 고민과 그 안에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 곡”이라며 “뮤직비디오 중 간호사와 환자가 나오는 장면은 노래 가사 ‘No doctor could help when I’m lovesick’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YG는 뮤직비디오도 ‘하나의 예술’로 봐달라고 강조했다. YG 측은 “뮤직비디오도 하나의 독립 예술 장르로 바라봐 주시길 부탁드리며, 각 장면들은 음악을 표현한 것 이상 어떤 의도도 없었다”며 “제작진은 해당 장면의 편집과 관련해 깊이 고민하고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보건의료노조에 이어 대한간호협회도 간호사 성적 대상화에 대한 YG의 공개 사과와 시정 조치를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간호협회 측은 “가사의 맥락과 상관없는 선정적인 간호사 복장을 뮤직비디오에 등장시킨 것은 예술 장르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간호사 성적 대상화 풍조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글로벌 가수의 뮤직비디오가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을 감안할 때 사회적 책임을 무겁게 느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왜곡된 간호사 이미지를 심어주는 풍토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이 같은 선정적인 장면을 예술로 포장해서는 안 된다”고 재차 시정을 요구했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엇갈린 반응… 해외선 ‘멋있다’ 반응도

블랙핑크 뮤직비디오 논란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nurse is profession’(간호사도 직업이다) ‘#stop sexualizing nurses’(간호사의 성적 대상화를 멈춰라) ‘#간호사는코스튬이아니다’ 등 해시태그를 곁들인 글을 게재하며 단체 행동도 시사하고 있다. 이들은 각종 SNS, 커뮤니티를 통해 “간호사라는 직업을 굳이 저렇게 표현해야 하나” “간호사 본인들이 싫다는데, 왜 남들이 괜찮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표현의 자유도 있듯, 불쾌함을 표현하는 자유도 존중 받아야 한다” “간호사 코스프레를 제발 멈춰줬으면” “의료진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는 시기에 시의적절하지 못한 듯” 등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네티즌들은 특정 단체들이 굳이 논란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은 “뮤직비디오 속 연출일 뿐인데 너무 의미부여 하는 거 아닌가?” “성적 대상화로 보일 만큼 나쁘게 표현한 것도 아닌데” “뮤직비디오 심의도 통과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란 것인지” “논란을 스스로 만든 격” “다른 가수들한테는 아무 말도 안 하면서 블랙핑크에게 이러는 건 이해가 안 된다” 등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해외 네티즌들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바라볼까. 해외 네티즌들은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연구와 배려가 부족할 수 있었겠지만, 블랙핑크 뮤직비디오를 보고 간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편견을 가질 만큼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해외 네티즌들은 각종 SNS를 통해 “섹시? 오히려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불편함 감정을 느끼지 못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가” “간호사 의상이 섹시하게 표현됐다고 해서 간호사 모두가 섹시하다고 느껴지는 건 아니지 않나” “간호사를 보고 성적 대상화를 느끼는 사람 자체의 문제가 아닌가. 왜 제니가 비난을 받아야 하나” “뮤직비디오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시스루나 노출 의상도 아닌데 불편하게 볼 이유는 없다” 등 반응을 보였다.

간호사 비하 논란에 휩싸였던 이효리의 ‘유고걸’ 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12년 전 이효리도 논란… 블랙핑크와 다른 점은?

간호사 의상의 성적 대상화·비하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가수 이효리는 2008년 발표한 3집 앨범 타이틀곡 ‘유고걸’ 활동 당시 ‘간호사 비하’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다. ‘유고걸’ 뮤직비디오에서 이효리가 빨간 입술에 간호사 복장을 하고 주사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 논란이 됐다. 당시 대한간호협회 측은 “이효리가 간호사의 이미지를 훼손했다”며 대응에 나섰고 이효리는 결국 해당 장면을 뮤직비디오에서 삭제했다.

김 평론가는 12년 전 이효리 논란과 현재 블랙핑크 논란의 차이점에 대해 “당시 이효리는 섹시 콘셉트로 활동했던 가수고, 진한 화장과 자극적인 요소들이 더해지면서 문제가 된 것”이라며 “반면 블랙핑크의 ‘러브식 걸즈’는 섹시 콘셉트도 아니고, 간호사 의상이 뮤직비디오에서 비중이 높은 것도 아니다. 성적 매력을 앞세워 누군가를 유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적 대상화’ 논란과는 거리가 멀다”고 평가했다.

아이돌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다수 제작한 한 뮤직비디오 감독도 “섹시 콘셉트로 촬영하는 뮤직비디오와 화보, 재킷 등은 논란이 안 되는데, 간호사 의상을 입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블랙핑크 뮤직비디오만 문제가 되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뮤직비디오 제작자와 가수, 대중도 간호사를 성적 대상화로 보고 있지 않은데, 특정단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이 아니냐”고 자신의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김 평론가는 “작품은 전체적인 해석과 맥락이 중요한데, 단지 물리적으로 의상 길이가 짧다고 해서 ‘성적 대상화’라고 주장하는 것은 낡은 관행의 답습일 뿐”이라며 “이런 논란이 반복되면 문화적 퇴행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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