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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스타 싸이가 떴다. 심장이 뛰고, 관객들도 두 발을 동동 구르며 뛰었다. 싸이가 잠실벌을 또 한 번 뜨겁게 달궜다. 싸이는 관객을 미치게 하는 가수다. 싸이의 무대를 보기 위해 공연장을 찾은 이들은 관객이 아닌 광객(狂客)이 됐다.
싸이는 2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SK컴즈(싸이월드)와 협업 프로젝트 무료 콘서트(CY X PSY 싸이랑 놀자)를 열었다. 1만여 명의 관객이 입추의 여지 없이 공연장을 채웠다. 무려 400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로이터·AP·NHK 등 외국 유력 통신·방송사들까지 예외는 없었다.
해가 지면 제법 쌀쌀한 날씨지만 공연장 안은 처음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싸이의 등장과 “뛰어”라는 그의 외침에 관객들은 두 발을 굴러 심장박동수를 높였다. 공연의 3요소는 관객·무대·가수(배우)지만 싸이의 콘서트는 지구력·근력·끈기로 바뀐다. 싸이는 “이 세 가지만 있으면 공연이 끝나지 않는다”고 말해 관객들을 열광하게 했다.
그는 ‘라잇 나우’(Right Now), ‘연예인’으로 공연의 문을 열었다. 라이브 밴드가 그의 뒤를 받쳤다. 공연장 바닥이 들썩일 정도의 사운드가 관객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십여 대의 레이저·사이키 조명, 쉴 새 없이 터지는 폭죽, 화염 등을 연출하는 특수 장치는 공연의 절정을 이끌어내는 데 일조했다.
‘새’, ‘오늘 밤새’, ‘아버지’, ‘뜨겁게 안녕’(피처링 성시경), ‘흔들어 주세요’, ‘위아 더 원’, ‘강남스타일’, ‘낙원’, ‘예술이야’ 등 그의 히트곡들은 웅장하면서도 강한 흡입력으로 관객들을 몰입하게 했다. 공연장 안 스탠딩석과 좌석의 구분은 애초에 의미가 없었다. 모든 관객은 형광봉과 풍선을 흔들며 땀을 비오듯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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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 싸이는 미국 빌보드 차트에 대한 기대감도 언급했다. 싸이는 지난달 28일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인 ‘핫100’ 40주차(10월6일 자)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달 30일에는 영국 오피셜차트 싱글 부문 1위에 올랐다. 앞서 귀국 기자회견에서 싸이는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를 경우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상의 탈의한 채 말춤을 추겠다”고 공약을 내 걸었다.
싸이는는 “목요일(4일)이면 빌보드 차트가 나온다. 지금 빌보드 2위다. 영국차트는 1위를 했다”며 좋은 결과가 있을 수도, 제자리에 머물 수도, 순위가 떨어질 수도 있다“고 운을 뗐다.
싸이의 예정된 마지막 곡이 끝날 때마다 관객들의 앙코르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싸이는 윤복희의 ‘여러분’을 불렀다.
다음은 ‘여러분’의 가사다. ‘네가 만약 괴로울 때면/ 네가 만약 괴로울 때면 내가 위로해 줄게/ 네가 만약 서러울 때면 내가 눈물이 되리/ 어두운 밤 험한 길 걸을 때/ 내가 너의 등불이 되리/ 허전하고 쓸쓸할 때 내가 너의 벗 되리라/ 나는 너의 영원한 형제야/ 나는 너의 친구야/ 나는 너의 영원한 노래여/ 나는 너의 기쁨이야.(이하 생략)’ 싸이가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전한 노래다.
싸이는 “많은 분이 바라시는 것처럼 나도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게 어딘가. 나는 한 번도 온라인을 믿어본 적이 없다. 빌보드보다 더 중요한 건 현장에서 이렇게 열광해 주시는 여러분“이라며 감격해했다.
관객들은 “박재상”을 또 다시 연호했다. 싸이는 불후의 히트곡으로 기록될 ‘강남스타일’로 화답했다. 스탠딩석은 ‘말춤’ 물결을 이뤘다. 팬들의 환호성과 앙코르 요청도 계속 됐다. 싸이는 ‘77학개론’ DJ 콘셉트로 서태지와아이들·DJ DOC·김건모 등의 신 나는 곡을 리믹스 메들리로 편곡, 댄스 파티를 펼쳤다. 싸이는 진심을 담아 히트곡 ‘언젠가는’으로 관객들과의 재회를 약속했다. 관객들의 치켜든 엄지손가락이 이날 싸이의 모든 것을 대신 말해줬다.
한편 지난달 25일 미국에서 금의환향한 싸이는 이후 전국 곳곳을 돌며 예정됐던 대학 축제 등 일정에 참여해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링거투혼을 해야 할 정도로 체력이 바닥난 싸이는 팬들과의 약속을 저버리지 않고 거의 매일 무대에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