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열린 리우올림픽 골프 여자부 경기 1라운드에서 스웨덴 대표 안나 노르드크비스트가 힘찬 티샷을 하고 있다.(사진=AFPBB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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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인오 기자] 한국 여자골프 ‘최강 드림팀’이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메달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맏언니’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손가락 부상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막내’ 전인지(22·하이트진로)는 팀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양희영(27·PNS창호)과 김세영(23·미래에셋)도 무난하게 이틀을 보냈다.
골프 코스도 한국 선수들에게 익숙한 ‘맞춤형 잔디’가 식재돼 있어 메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올림픽 골프장에는 한국 잔디의 개량종이 깔려있다. 학계에서도 ‘고려잔디’로 불리는 제온 조이시아(Zeon Zoysia)다.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잔디(중지)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일반적인 양잔디(벤트·버뮤다·켄터키 블루그래스·페스큐 등)는 추위에 강한 한지형이다. 일본 농학자가 개발한 제온 조이시아는 한지형 잔디와 난지형 잔디의 특성을 동시에 가졌다. 물과 비료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으며 추위는 물론 더위에도 강한 친환경 품종이다. 온도 변화가 심한 브라질의 자연 환경을 놓고 코스 설계가 길 한스(미국)가 고심 끝에 이 잔디를 선택한 이유다.
2006년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에 있는 잭 니클라우스 시그니쳐 골프장에서 이 잔디가 처음 심어졌다. 어떤 날씨에도 적응할 수 있는 잔디 특성과 잎이 촘촘해 양탄자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호평을 받았다. 2011년 메이저대회인 PGA 챔피언십이 열린 미국 조지아 주의 애틀랜타 어슬레틱 골프장 등 여러 곳에 식재돼 있다.
제온 조이시아는 잔디의 밀도가 높고 빳빳한 잎의 특성 때문에 풀잎이 서 있다. 마치 티펙 위에 놓고 치는 느낌이라 양잔디와 달리 공을 띄우기가 쉬운 편이다. 2014년 이 잔디가 식재된 코스에서 우승한 바 있는 지미 워커(미국)는 “골퍼들에게 최상의 라이를 제공하며 골퍼들이 친대로 결과가 나타난다”고 평가했다.
최상의 잔디로 평가받고 있지만 누구에게나 쉬운 것은 아니다. 볼과 잔디가 밀착되는 양잔디에서 골프를 경험한 선수들은 애를 먹을 수 있다. 힘있게 내려치다가는 토핑과 뒤땅의 위험이 있다. 미국이나 유럽 프로골퍼과 달리 한국 선수들에게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풀 위에 떠 있는 잔디는 골프를 시작하면서부터 접했기 때문이다. 눈에 익숙한 잔디는 실수에 대한 부담이 적어 심리적인 안정감을 준다. 어쩌면 대회 마지막 날 메달의 일등공신이 제온 조이시아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