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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관점에서 흔히 하는 말이 바로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다. 감독이 아무리 치밀한 전략을 짜도, 선수들이 정신력을 아무리 발휘해도 결국 좋은 선수 많은 팀이 많이 이긴다는 논리다. 만화나 영화가 아닌 현실 속에선 이 법칙이 매우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에선 이와 다른 흐름을 만드는 팀이 선두권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이제 1군 무대 2년차에 불과한 NC 다이노스가 주인공이다.
NC는 8일 현재 19승13패로 1위 넥센에 반 경기차 뒤진 2위다. 매년 두 명씩의 FA를 보강했고 신생팀 프리미엄으로 외국인 선수 4명을 쓸 수 있는 것이 성적 반등의 중요한 요소다. 일각에선 “결국 NC도 좋은 선수를 많이 뽑을 수 있었던 덕에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다. 팀으로서의 NC가 지닌 끈끈함이 아니라면 결코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없다.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이 “주전 15명, 후보 5명을 뺀 나머지 선수들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팀 성적이 달라진다”고 늘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NC는 덕아웃 분위기가 참 좋아 보인다”는 말에 대한 김경문 NC 감독의 대답 속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경기에 자주 못 나가는 선수들을 늘 신경 쓰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신경을 쓴다 해도 출장 기회를 무작정 줄 수는 없다. 다만 한 번씩 기회가 왔을 때 잘해주면 그 선수가 좀 더 자신이 준비한 걸 보여줄 수 있도록 시간을 주려 한다”고 전제한 뒤 “덕아웃에 있더라도 경기에 뛰고 있는 선수들과 같이 집중하고 함께 호흡 하는 선수들이 기회를 잡는 경우가 더 많다. 다른 생각 하다 갑자기 나가서 좋은 결과를 내긴 어렵다. 그런 것 들이 모여 결국 팀워크가 되는 것이다.”
최근의 사례에서 NC가 찾은 답을 엿볼 수 있다. 주전 3루수 모창민을 대신해 기용된 지석훈은 등장하자마자 맹타를 휘두르며 잇달아 선발 출장 기회를 잡았다. 8일 목동 넥센전도 그랬다. 비록 패하긴 했지만 0-3으로 뒤진 7회, 지석훈은 추격의 안타를, 대타로 등장한 모창민은 동점 2루타를 쳤다.
김 감독은 “야구는 절대적으로 팀 스포츠다. 개인이 매우 중요하지만 팀이라는 틀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진짜 강팀이다. 다만 NC는 아직 갈 길이 먼 팀이다. 어떻게든 지금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