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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장르’가 방송 드라마의 큰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휴먼, 멜로, 판타지, 서스펜스 등 하나의 장르로 규정되는 드라마를 찾기 어렵다. ‘장르 융합’ 혹은 ‘장르 파괴’의 드라마가 방송가에서 주목 받고 있다. 형식의 이종교배가 장르의 이종교배로 진화한 게 바로 ‘복합장르’ 드라마다.
최근 최고 시청률 27%까지 찍으며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는 SBS 수목 미니시리즈 ‘별에서 온 그대’는 로맨틱 코미디로만 부르기가 어렵다. 400년 전 지구에 떨어진 외계인 도민준과 버릇없는 한류스타 천송이의 로맨스를 그리는 게 이 드라마의 주요 내용이다. 시간여행, 판타지, 스릴러까지 버무려진 덕에 볼 거리는 더욱 풍성해졌다. 외계인과 한류스타의 사랑, 조선시대와 현대를 오가는 시간 초월, 외계인의 초능력으로 인한 공간 이동, 소시오패스 살인마의 스릴러 에피소드까지 다양한 장르의 내용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결과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드라마가 완성됐다.
‘복합장르’라는 용어가 등장한 때는 지난 2010년 즈음이다. 2009년 방송된 SBS 드라마 ‘찬란한 유산’은 가족애에 집중된 주말 드라마의 전형을 깨고 법정 이야기 등을 다루면서 전국 시청률 40%를 돌파하기도 했다. 불륜, 이혼 등을 주로 다룬 ‘막장 드라마’ 형식을 거부하면서도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냈고, ‘착한 드라마’라는 별칭도 얻었다.
드라마는 2010년 들어서면서 한 장르를 기본으로 다른 장르를 받아들이는 형식을 넘어서 아예 두, 세가지 장르를 뒤섞는 형식으로 진화했다. 특히 종합평성채널과 케이블채널 드라마의 제작 여건이 활발해지면서 ‘복합장르’ 드라마는 금세 트렌드로 떠올랐다. 시트콤과 콩트를 결합한 JTBC ‘시트콩 로얄빌라’, 군대 이야기와 의학드라마를 섞은 tvN ‘푸른 거탑’ 등이 대표적이다. 강태규 문화평론가는 “2010년 즈음 연극 뮤지컬 무용 등으로 나뉘던 공연 장르 구분이 모호해지고 댄스컬, 클래시컬 등 복합장르를 표방하는 공연이 인기를 얻은 문화계의 흐름이 TV로 이어진 것”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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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장르’의 인기로 SBS 수·목요일 오후 10시는 10대와 20대 시청자로부터 기본적으로 볼만한 작품이 나오는 시간대라는 광고 효과까지 이어졌다. 단일 장르에서 벌어지는 예측 가능한 이야기에 싫증 난 시청자를 사로잡는 데 성공한 셈이다. 정통적인 장르로는 뻔한 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미 4,5년전부터 ‘복합장르’를 주장해온 김영섭 SBS 드라마 국장은 “스릴러라면 시청자가 계산하는 것 이상의 이야기를 보여줘야 하고, 멜로라면 캐릭터와 캐스팅의 조화로 시청자를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복합장르’ 대표 드라마, 어떻게 섞였나
SBS ‘별에서 온 그대’ = 로맨틱 코미디 + 시간여행 + 스릴러
MBC ‘투윅스’ = 액션 + 멜로 + 시간여행
KBS ‘감격시대: 투신의 탄생’ = 액션 + 느와르 + 멜로
tvN ‘나인’ = 멜로 + 타임슬립 + 스릴러
JTBC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소리’ = 멜로 + 영혼로맨스 + 판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