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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종합편성채널 JTBC 새로운 프로그램인 ‘썰전’의 제작발표회장. 프로그램의 진행 자 중 한 명으로 참석한 박지윤 KBS 전 아나운서는 옆에 앉은 40대 중반의 남자를 보며 말했다. 그 남자는 ‘썰전’을 함께 진행하게 된 강용석 전 한나라당 의원이었다.
강 전 의원은 2010년 JTBC의 모회사인 중앙일보가 자신이 사석에서 한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을 보도하면서 궁지에 몰렸다. 이후 KBS 아나운서들은 강 전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공교롭게 강 전 의원은 공천에서 탈락했다. 이후 강 전 의원은 방송인으로 변신하며 ‘썰전’의 공동진행자로 발탁되기에 이르렀다.
먼저 주목을 받은 것은 표민수PD와 노희경 작가다. 표PD와 노 작가는 1998년 KBS 드라마 ‘거짓말’로 일약 방송가의 주목을 받는다. 이른바 ‘마니아 드라마’의 시초를 만들어서다. 이후 ‘바보같은 사랑’, ‘고독’, ‘그들이 사는 세상’ 등을 함께 하며 한국 드라마의 명콤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지난 13일 이들의 운명이 갈라졌다. 시작한 KBS2 수목 미니시리즈 ‘아이리스2’와 같은 날 시작한 SBS 수목 미니시리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만났다. ‘아이리스2’는 표 PD가 연출을 맡았고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노 작가가 대본을 썼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연출하는 김규태 PD는 표 PD의 KBS 후배 일뿐만 아니라 ‘아이리스1’편을 연출했다. 어제의 동지들이 시청률을 놓고 치열한 대결을 펼치게 된 셈이다.
당사자들 역시 곤혹스럽기 마련이다. 표 PD는 노희경 작가의 대결하는 심정을 묻자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본 방송은 전혀 보지 못했고, 메이킹 영상만 봤다“고 답했다. 그리고 한 마디를 덧붙였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됐다. 그렇지만 오늘의 적이 다시 내일의 동지가 되지 않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