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김성근 SK 감독이 취임 이후 처음 2군(퓨쳐스) 경기를 관전한 뒤 했던 말이다. 경기력 문제가 아니었다.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소외된 자들의 맥 빠진 경기가 큰 실망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아무런 임팩트도 없다. 이런 경기는 많이 해봐야 별로 도움이 안된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김 감독만 느낀 실망이 아니다. 대부분 1군 감독들은 2군에서의 성적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특급 선수들이 부상 후 재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 가급적 2군 보다는 1군에 머물도록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혹시라도 2군의 맥 빠진 분위기에 젖어들까 걱정돼서다.
한국 프로야구의 2군 현실은 이처럼 실망스러웠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그들만의 리고... 승리에 대한 열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기려는 의지가 없는 스포츠 보다 맥 빠지는 것은 없다. 자연히 선수들의 플레이에서도 의욕을 찾기 힘들었다. 그런 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팬들은 점차 줄어드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그런 한국 야구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겨울의 매서운 바람 사이로 조금씩 희망을 전해오더니 봄과 함께 현실로 우리 앞에 다가왔다.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NC 다이노스의 홈 개막 3연전은 신선한 충격의 연속이었다. 그들은 예상보다 훨씬 야구를 잘했고, 기대 이상으로 세련됐다.
경기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NC 다이노스 선수들은 플레이 하나 하나에 집중하고 환호했다. 꼭 이기겠다는 의지가 멀리서도 전해졌다. 그들에게 지금의 2군 경기는 생존을 의미한다. 내년이면 NC는 20여명의 새로운 선수들이 입단한다. '패자의 역습'을 꿈꾸는 NC 선수들에겐 한 경기 한 경기가 절실할 수 밖에 없다.
승리를 위한 노력은 자연스럽게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정한 노하우는 단순히 경기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이기는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2군 경기서 기대하기 어려운것이었지만 이젠 가능해졌다.
여기에 올시즌 2군엔 독립구단인 고양 원더스도 가세한다. 이번 주말로 예정돼 있는 SK와 3연전, 또 6월에 있을 NC와 3연전은 벌써부터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고양 원더스 감독이 김성근 감독이기 때문이다. 고양 원더스 역시 승리에 목말라 있기는 마찬가지다. 김성근 감독은 기존 선수들에게 이기는 경험을 만들어주기 위해 외국인 선수까지 영입했다.
관심은 미디어로도 옮아가고 있다. 인터넷 중계가 꾸준히 예정돼 있고 월요 야간 경기는 TV를 통해서도 만날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올시즌 2군은 그동안 우리가 해보고 싶었던 모든 것들을 실험해 볼 수 있는 무대가 됐다. 퓨처스리그 발전의 좋은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심이 늘어나면 선수들의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사실 관중이 많이 들어올 수록 NC 구단과 창원시는 손해를 보게 된다. 무료 개방이기 때문이다. 관중이 많이 들면 그만큼 관리 인원도 배치해야 한다. 야간 경기까지 하게 되면 전기료도 많이 나온다. 하지만 시민들의 여가를 위해 과감하게 무료 입장을 결정했다.
그러나 계속 손해만 날 것 같지는 않다. 이미 구장엔 NC 유니폼을 입은 관중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지금처럼 야구장 가는 것이 생활로 자리잡게되면 상품 판매 등 새로운 활로 개척도 가능할 것이다. 이 모두 NC가 프로야구의 새로운 회원사가 되고 독립리그로 시장이 확대되며 얻어진 결과다.
경기력과 관중 동원력? 일부 구단이 9,10 구단의 행보를 막으려는 가장 큰 이유다. 그러나 NC의 첫 걸음은 그들의 오만에 강한 한방을 날려줬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매서운 주먹을 날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