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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효진은 지난 1일 막을 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경기에서 53득점을 책임지며 우승 일등공신이 됐다.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등록명 모마·109점) 다음으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특히 블로킹 13개나 잡으며 ‘블로킹 여신’다운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현대건설이 1~3차전 모두 풀세트 역전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양효진이 고비마다 블로킹을 책임지며 흐름을 바꾼 것이 결정적이었다.
양효진은 선수로서 이미 모든 것을 이뤘다. 현역 선수 뿐만 아니라 한국 배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들블로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챔프전 우승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물론 챔프전 우승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2010~11, 2015~16시즌, 두 차례 챔프전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이후 챔프전은 양효진에게 아쉬움 그 자체였다.
결국 양효진은 긴 기다림 끝에 이번 시즌 우승의 한을 풀었다. 통산 3번째 챔프전 우승이었지만 첫 우승을 이룬 것 같은 감동을 느꼈다.
양효진은 “우승할 수 있는 타이밍은 너무 많았는데 코로나 때문에 못 하기도 하고, 시즌 도중 고꾸라지기도 했었다”며 “우승한 지 너무 오래돼서 실감 나지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모든 팀이 저희를 우승 후보로 거론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을 비우고 시즌을 시작했다”면서 “마지막까지도 욕심을 내진 않았다. 그냥 지금 팀원들과 배구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즐겁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챔프전 3경기 모두 풀세트 접전을 치른 양효진은 특히 3차전 5세트가 가장 힘들었다고 떠올렸다.
양효진은 “15점이 아니라 25점에 끝난다는 마음으로 계속 달렸다”며 “‘기회는 언제 또 올지 모른다’, ‘지금 놓치면 타격감이 크다’는 생각으로 임했다”고 했다.강성형 감독을 향해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양효진은 “남자팀에서 오시다 보니 처음엔 소통을 어려워하셨다”며 “우리가 다가가는 것을 감독님이 내치지 않고 받아주시면서 점점 강팀이 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아울러 “1차전에서 컨디션이 안 좋았는데 ‘괜찮다’며 편안하게 해주셨다”며 “그 편안함 덕분에 우리가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