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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은 긍정적이다. 1% 시청률에서 출발한 드라마는 3% 시청률을 넘겼다. 평가는 수치적 성과를 넘어선다. 신선한 소재를 흡입력 있게 풀어냈다는 호평이다. 서예지부터 조성하까지 주연 배우들 모두 재발견됐다.
그 중심엔 김성수 감독이 있다. 김 감독은 영화 ‘무명인’(2014), ‘야수’(2006) 등을 연출한 영화인이다. 제작사 히든시퀀스 이재문 대표의 제안으로 합류했다. 영화채널인 OCN이기에 가능한 장르물로서 완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함이었다. ‘구해줘’의 영화적 색채는 입소문의 힘이 됐다. 김 감독은 “집에 TV도 없는 사람이 드라마를 만들었다”고 웃었다.
종영을 2회 앞두고 만난 김 감독은 “‘구해줘’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에 감사하다”면서 “‘구해줘’를 통해 청춘의 연대를 말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구해줘’가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합류 과정이 궁금하다.
△처음엔 제안을 받고 고사했다. 사이비 종교라는 소재가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집안이 사이비 종교와 얽혔던 개인적인 트라우마도 있었다. 기획안을 읽어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청춘물로 시작해 공포, 스릴러 등 장르적 실험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느껴졌다. 제작사에서도 시청률을 떠나 의미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 했다. 영화적 접근이 가능하겠다 싶었고, 운 좋게도 같이 호흡을 맞췄던 스태프들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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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곳곳에서 섬세한 손길이 느껴진다.
△생방송처럼 촬영한 날도 있다. 그럼에도 스태프들이 열정적이었고, 호흡이 잘 맞았다. 덕분에 시간을 아낄 수 있었다. 화면을 볼 때 영화처럼 느꼈으면 했다. 후반작업과 사운드에 공을 들였다. 대부분 드라마는 후반 작업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지만, 후반작업에 신경을 많이 썼다.
지난 17일 방송한 14회 중 이른바 ‘엘렐렐레’ 신은 화제였다. 주인공 임상미(서예지 분)가 영부 백정기(조성하 분) 등을 속이고자 연기하는 장면이다. 교단에 올라 방언이 터진 척하는 상미를 멀리서 지켜보던 상미 모친(윤유선 분)과 석동철(우도환 분)은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사이비 종교의 광기 어린 분위기와 그곳을 탈출하고자 하는 이들의 간절함이 맞물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대본에는 “상미가 방언을 한다”는 지문이 한 줄 적혀 있었다. 김 감독은 스스로 장면을 완성한 서예지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해당 장면을 두고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서예지가 알아서 준비하겠다고 했다. 다양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장면이다. 영부 앞에선 예비 영모인 척 해야 하고, 엄마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방언도 해야 한다. 방언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않나. 촬영하다 웃느라 NG가 많이 났을 거란 시청자 반응이 있었는데, 실제 현장에선 그럴 수 없었다. 배우가 감정에 집중하도록 환경을 만들었다. 리허설도 없이 원테이크로 촬영이 마무리됐다. 실제론 좀 더 길었지만 편집했다. NG 없이 한 번에 해낸 서예지에게 깜짝 놀랐다. 방언은 따라 하기도 힘든 연기일 텐데, 얼마나 캐릭터에 빠져 있었는지 느껴졌다. 한편으론 우리 드라마는 매 장면 힘들단 생각이 들었다. 농담처럼 “우린 쉽게 가는 법이 없다”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인터뷰②로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