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3] 非지상파, tvN JTBC 기획과 콘텐츠의 승리

킬러콘텐츠, 채널인지도를 높이다
채널인지도, 편성시험대를 통과하다
  • 등록 2013-12-30 오전 10:34:18

    수정 2013-12-30 오전 10:37:00

‘꽃보다 누나’와 ‘네이웃의 아내’.
[이데일리 스타in 강민정 기자] “융합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요즘 CF에서 한번쯤 들어봤을 카피다. 올 한해 방송가에 어울리는 답을 하자면, ‘허물어진 경계’가 아닐까싶다. 영화와 음악, TV 등 장르 간 구분은 물론 방송사 간 경계까지 올해 문화 콘텐츠엔 선 긋기가 없었다. 그 중심에 ‘비(非) 지상파’로 구분되는 케이블채널 tvN과 종합편성채널 JTBC가 있다.

‘2013 非지상파 결산’, tvN과 JTBC의 성과 그리고 과제를 짚었다.

■성과

◇킬러콘텐츠, 채널인지도를 높이다

올 한해 대중문화를 이끈 중심엔 tvN과 JTBC 콘텐츠가 있었다. tvN은 해외배낭여행 프로젝트 ‘꽃보다 할배’와 드라마 ‘응답하라 1994’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고 있다. ‘꽃보다 할배’는 나영석 PD와 이우정 작가 콤비의 작품으로 올초 론칭돼 예능프로그램의 판도를 바꿨다. 문화 소비의 비주류로 통했던 ‘실버족’은 중심으로 이동했다. ‘응답하라 1994’는 속편 징크스를 깨고 또 한번 ‘1990년대 추억여행’을 선물했다. 연이은 시리즈의 여주인공 남편찾기 콘셉트에 지친 시청자들도 나왔지만 평균시청률 10%를 넘긴 성적은 역사에 남을 기록이다.

‘응답하라 1994’.
JTBC도 예능과 드라마,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무정도시’를 시작으로 ‘가시꽃 궁중잔혹사’, ‘네 이웃의 아내’ 등이 히트했다. 정경호, 김현주, 정준호, 염정아, 신은경 등 지상파와 견주어도 손색 없는 캐스팅 라인업에 ‘웰메이드’라는 호평까지 더해졌다. ‘히든싱어’는 시즌2로 전성기를 맞았다. 최근 방송인 가수 박진영 편에선 전국 유료가구 기준 시청률 7.5%의 자체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19금(禁) 직설 토크’의 새 장을 연 ‘마녀사냥’은 JTBC의 채널인지도를 한 단계 높였다.

◇채널인지도, 편성시험대를 통과하다

킬러콘텐츠로 얻은 채널인지도는 편성 시험대를 통과한 힘으로 이어졌다. tvN은 ‘응답하라 1994’로 금토 미니시리즈라는 틈새 편성을 공략했다. 오후 8시 50분부터 약 1시간 가량, KBS, MBC, SBS 등 지상파에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배치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용했다. 킬러콘텐츠에 높아진 채널인지도까지 시너지를 낸 덕에 금,토요일 오후 9시는 tvN에 채널이 고정됐다.

이덕재 CJ E&M 콘텐츠 기획국장은 “tvN이 그 동안 다운로드 횟수와 실시간 인터넷 방송 등 ‘TV본방사수’ 개념이 덜했다”며 “‘응답하라 1994’는 금토 미니시리즈로 파격 편성됐음에도 TV앞으로 시청자들을 모으는 저력을 보여줬고 그 덕에 ‘응답하라 1994’ 후속 작품들도 안정적으로 편성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히든싱어2’.
JTBC도 토요일 오후 11시 방송되는 ‘히든싱어2’로 경쟁력을 보여줬다. 가장 강력한 경쟁작인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시청률 면에서도 우월을 가르기 힘들다. 온라인 파급력까지 합치면 ‘히든싱어2’가 더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네 이웃의 아내’를 계기로 지상파 드라마와 같은 시간대인 오후 10시 편성에도 힘을 얻었다.

송원섭 JTBC 홍보팀장은 “지상파 3사도 더이상 ‘기본 시청률’이 보장되는 시장 분위기는 아니지 않나”며 “웰메이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네 이웃의 아내’를 발판으로 피하기보단 맞불 편성전략을 택하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 찍기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제

◇편성시험대, 양극화를 마주하다

긍정적인 면만 있었던 건 아니다. 개국 7주년을 맞는 tvN과 2주년이 된 JTBC 모두 올 한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고속 성장은 부작용을 낳는 법이다. 킬러콘텐츠와 그렇지 않은 콘텐츠 간 양극화가 대표적인 고민이다. tvN과 JTBC는 지상파 방송을 위협할 만한 콘텐츠를 확보했지만 채널의 전체적인 체력 관리를 위해선 역부족이다.

‘퍼펙트싱어VS’.
문제를 해결하고자 tvN은 킬러콘텐츠에 의존적인 편성을 시도하기도 했다. ‘꽃보다 할배’가 끝나는 시간 편성된 ‘퍼펙트싱어 VS’는 전국평균시청률 3%를 넘어섰다는 전략적인 홍보로 인지도를 높이기도 했다. ‘응답하라 1994’에 이어 전파를 타고 있는 ‘더 지니어스’ 역시 마찬가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프로그램의 시청률 곡선은 ‘꽃보다 할배’와 ‘응답하라 1994’의 영향으로 방송 초반 순각적으로 높게 나타났을 뿐 1%를 넘지 못하는 게 전체적인 추이다.

이명한 tvN 국장은 “심야시간대나 퇴근시간대 방송은 지상파 프로그램 역시 시청률 면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다”며 “하지만 케이블TV의 강점이 그러한 시간대에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여 다양한 연령대의 시청자를 끌어모을 수 있다는 점인데 전체적으로 고른 성장을 보여주기엔 힘을 더 길러야 한다”고 분석했다.

◇양극화, 2014년의 과제가 되다

tvN은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 개성 강한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더욱 주력할 각오다. 이명한 국장은 “국내 최초 엔터테인먼트 리얼 드라마 ‘청담동 111’이나 외국인 4인방의 오지 체험을 다룬 ‘섬마을 쌤’ 등 타 방송사에선 찾아보기 힘든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며 “편성이나 시청률 면에서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그 과정은 늘 값진 결과를 보여왔다”고 자신했다.

JTBC 역시 프로그램 간 양극화를 해소하는 것을 2014년 과제로 삼고 있다. ‘마녀사냥’, ‘유자식상팔자’, ‘신화방송’, ‘히든싱어’, ‘네 이웃의 아내’, ‘맏이’ 등 특정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에만 한정된 ‘시청 스펙트럼’을 넓혀야 채널 경쟁력 또한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맏이’와 ‘신화방송’(오른쪽 위), ‘마녀사냥’.
그 첫 번째 발판으로 편성표에서 재방송 비중을 줄이고 자체 콘텐츠를 늘리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부터 일일드라마가 편성되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송원섭 KTBC 홍보마케팅 팀장은 “JTBC라는 하나의 방송사가 온전한 틀을 갖춰야 특정 프로그램이 아닌 채널 전체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충성도를 심어줄 수 있을 것이다”며 “지금까지는 프라임 시간대에만 집중해 킬러콘텐츠를 양산했다면 이젠 고른 편성으로 고른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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