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건은 영화 ‘보통의 가족’ 개봉을 앞두고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보통의 가족’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다. 장동건은 극 중 신념을 가진 정의로운 의사인 형제 중 둘째 ‘재규’ 역을 맡아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핍진하고 입체적인 열연을 선보였다.
‘보통의 가족’은 장동건이 ‘창궐’ 이후 약 6년 만에 선보이는 스크린 복귀작이다. ‘보통의 가족’은 장동건이 허진호 감독과 영화 ‘위험한 관계’(2012) 이후 오랜만에 재회한 작품으로 의미가 뜻깊다. 장동건은 연기 생활 30여 년 간 ‘한국 대표 미남’의 아이콘으로서 주로 로맨스, 뛰어난 피지컬을 바탕으로 누아르, 액션 등 장르색이 짙은 작품들에 출연하는 등 판타지성 강한 캐릭터들을 자주 맡아왔다. 그랬던 그가 비주얼을 벗고 현실성 강한 입체적 인물에 도전한 건 이번이 거의 처음이다. 특히 ‘보통의 가족’의 경우, 극 안에서 신체적으로 역동적인 퍼포먼스나 액션신이 없는 반면 설경구, 장동건, 김희애, 수현 등 네 배우가 맡은 배역들의 열띤 대화, 강렬한 심리 변화와 감정선의 전개에 상당 부분을 의존하는 작품이다. 호흡이 긴 장면이 많고 클로즈업 샷에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몸짓의 변화 등 오롯이 배우와 감독의 내적 역량이 극의 분위기와 완성도를 이끌어가는 작품이기에 배우 입장에서 쉽지 않았을 도전이다.
장동건은 지난 24일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했을 당시 ‘재판장에 들어가는 기분’이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당시의 심경에 대해 장동건은 “오랜만의 영화이기도 했고 그동안의 최근작들이 좋은 평을 사실 잘 못 받았어서 그런 것에 대한 목마름이 좀 있었던 거 같다”며 “대기실에 있다 깜깜한 복도를 지나쳐 들어가는데 순간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 회상했다.
이타적이고 정의로운 외면에 가려진 재규의 비겁함과 찌질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도 강조했다. 장동건은 “형(재완)에 대한 약간의 콤플렉스도 느껴졌다. 그런 모습이 저에게도 투영이 됐고 나란 사람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며 “사람의 인성이나 가치관, 삶의 방향 같은 것들은 개인이 순간순간 내린 선택의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져가는 것 같다. 그런데 그 안에서 우린 좋은 선택을 하려 노력하지만 어떤 때는 이기적이고 잘못된 선택들도 하지 않나. 만약 어떤 사람이 못된 선택을 한 두 번 하고, 옳은 선택을 열 번을 해왔다면 우린 이 사람을 좋은 사람이라 봐야 할까, 나쁜 사람이라 봐야 할까 생각이 들더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재규 같은 경우도 영화 안에서 나름 옳은 선택을 하려 노력했던 사람이고 외부 사람들의 기대와 시선에 맞춰 살아갈 수밖에 없던 면모가 있다”며 “그런 면모가 캐릭터의 전형성을 벗어나 인간이란 존재 자체에 깊게 들어갈 수 있게 만든 것 같다”고도 부연했다.
실제 자식을 키우는 입장에서 영화 속 딜레마가 자신에게 벌어지는 경우를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고도 토로했다. 장동건은 “우리끼리도 촬영 대기하며 그런 이야길 많이 했다. 형같으면 어떡하겠어’ 이런 식으로 서로 물어보는데 정말 아무도 답을 못 내리더라”며 “정답은 정해져 있지만, 그게 막상 내 일이 됐을 때 정답을 행동에 옮길 수 있을지 모르겠더라. 이 영화를 촬영하면서도 그렇고, 완성된 영화를 본 이후에도 내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됐다”고도 고백했다.
이어 “그런 만큼 관객들에게도 자신있게 추천한다. 영화를 보며 에너지가 빠지고 힘이 빠질 순 있겠지만 충분히 의미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확신도 덧붙였다.
한편 ‘보통의 가족’은 오는 10월 1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