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단은 이달 초 2021년 재계약 대상자 55명과의 연봉 계약을 완료했다. 올해 연봉 협상부터는 연봉 5000만원 이상의 선수를 대상으로 뉴타입 인센티브 시스템을 적용했다. 그간의 연봉 결정 관행에서 벗어나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변화였다.
|
우선 선수는 구단이 정한 고과 체계에 근거해 기준 연봉이 정해진다. 이후 기본형, 목표형, 도전형 등 세 가지 옵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기본형을 선택한 선수는 합의한 기준 연봉을 그대로 받게 된다. 별도의 인센티브가 없다. 반면 목표형을 고른 선수는 기준 연봉에서 10%를 낮춘 금액에서 연봉이 출발한다. 이후 성적이 좋으면 차감된 금액의 몇 배를 더 받을 수 있다.
도전형을 택하면 선수는 기준 연봉에서 20%를 낮춘 금액에서 연봉이 시작한다. 이후 좋은 성적을 내면 역시 차감된 20%의 몇 배를 더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소위 말하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구조다. 지금까지 어느 프로야구단에서도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다.
구단 관계자는 “개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해가는 과정에서 선수들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선수들에게 열심히 하면 보상이 따라온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려는 의도다”고 밝혔다.
원기찬 사장 아이디어 ‘동기부여 필요해’...비밀유지 강조
중요한 문제는 선수들의 반응이다. 선수에게 연봉을 건드린다는 것은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자칫 선수 입장에선 ‘구단이 연봉을 깎기 위한 꼼수를 부리는 것이 아닌가’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구단 프런트는 시즌 후 선수단에 설명회를 가졌다. 어느 날 갑자기 일방적인 통보를 한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설명을 이어갔다. 선택할 수 있는 여유도 길게 줬다. 선수를 대리하는 에이전트에게도 별도로 설명의 시간을 가졌다.
다행히 선수들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옵션 달성에 자신감을 가진 상당수가 도전을 선택했다. 이 시스템을 적용받는 5000만원 이상 연봉 선수는 총 28명이었다. 이 가운데 7명이 목표형을, 6명이 도전형을 선택했다. 15명은 기존 방식인 기본형을 택했다.
|
다만 합리적인 추측은 가능하다. 팬들 사이에선 연봉이 삭감된 일부 선수들이 ‘목표형’이나 ‘도전형’을 고른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물론 이는 구단도, 선수도 ‘노코멘트’다.
선수 입장에선 인센티브를 산정하는 목표를 어떻게 정하느냐도 민감한 부분이다. 선수마다 포지션과 역할, 플레이스타일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 목표도 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선발투수와 구원투수를 똑같은 기준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타자도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와 발이 빠르고 수비를 잘하는 선수는 인센티브를 구성하는 기준점이나 항목이 달라야 한다.
인센티브 목표를 정하는 가장 큰 원칙은 소통이다. 각종 기준 수치는 현장 코칭스태프와 상의를 통해 정리했다. 이후 해당 선수와 조율을 거쳐 최종 결정됐다.
구단 관계자는 “새 연봉제를 도입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수치를 구성하느냐라고 생각했다”며 “무조건 프런트가 일방적으로 던지는 것이 아니라 선수, 코칭스태프가 함께 협의하고 서로 납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의 새로운 연봉시스템을 발표하자 팬들은 ‘기업체에서 실시하는 성과급 제도와 비슷하네’라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구단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기업의 성과급이나 삼성 구단의 새 인센티브 제도 모두 구성원의 성취욕, 동기부여를 높이겠다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관심은 한 시즌이 지난 뒤 얼마나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나느냐에 쏠린다. 만약 새로운 인센티브제가 팀 성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면 다른 팀이나 다른 종목으로도 급격히 확산될 수 있다. 삼성의 뉴타입 인센티브 시스템이 프로야구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