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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정말 많이 했나봐. 말들이 장난 아니네.” “그러니까. 약 팔았으면 살 뻔 했어.”
그만큼 양 측의 준비 상황과 대응 논리는 꽤 탄탄했다. 신청서에 담긴 내용 중 1/1000 정도만 살짝 이야기했을 뿐이었음에도 그랬다. 염태영 수원 시장은 “프리젠테이션을 정말 많이 준비했다. 못 다한 말은 그때 제대로 들려드리겠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이는 부영-전북 측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기자이기에 앞서 야구 팬으로서 뭔가 벅찬 기분이 들었다. 불과 몇년 전 같은 장소에선 공중 분해 된 현대 유니콘스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만 연일 브리핑되곤 했었다. 절실한 마음을 담아 반드시 10구단을 유치하겠다는 양 측의 열띤 공방은 이해관게를 떠나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안겨줄 수 있는 멋진 퍼포먼스였다.
또한 기업과 지자체가 야구를 통해 얼마나 큰 꿈을 꾸고 있는지를 들으며 정작 야구계가 채 보여주지 못했던 야구의 청사진까지 였볼 수 있었다. 지역의 젊은이들에게 돈 버는 것 말고도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제공해야 한다는 각오 또한 인상적이었다.
그러다 문득 아쉬움이 스쳐갔다. 정작 진짜 무대인 프리젠테이션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은 극히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20여명으로 구성될 평가위원회와 KBO 일부 관계자들이 아니면 수원과 전북이 내 놓을 비전과 절실함을 공유하지 못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당초 프리젠테이션 일정까지 비공개로 하려 했다.
평가 위원 선정에 대해서도 극비를 유지하고 있으며 어떤 내용도 일단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히 꺼리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수원과 전북이 각각 KT, 부영과 손을 잡고 10구단 유치전에 나서자 연고 출신 야구인을 중심으로 야구계도 여론이 갈렸다. 직접 깊숙히 간여하는 인사들이 게속 등장했다. 학계도 양측의 요청에 따라 조사 결과 등을 발표하며 힘을 보탰다. 객관적 인사를 찾는 것 부터 힘겨운 상황이 됐다.
또한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더 예민하고 과열될 수 밖에 없다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한국 야구 저변상 10구단 이상의 운영은 통일 전에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정설이다. 올림픽 처럼 다음 기회가 있아면 ‘아쉽지만...’으로 끝낼 수 있지만 마지막 기회가 되다보니 더욱 예민하고 집요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프리젠테이션을 비롯, 평가위원회나 준비 내용들이 공개되면 자칫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는 일촉 즉발의 긴장감이 KBO를 감돌고 있다. “KBO가 부럽다는 타 단체의 말에 기분이 좋다가도 서늘해진다”는 한 KBO 관계자의 말이 허투를 들리지 않는 이유다.
때문에 이번 10구단 프리젠테이션을 볼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보지 못할 수 밖에 없는 우리 야구의 현 주소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진다.
올림픽과 비교해 보니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에 대해서도 바로 눈을 돌릴 수 있었다. ‘이런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건 지금이 ‘기회이자 위기’라는 뜻과 같은 것이다. 불과 몇년 전만해도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던 야구단이 갑자기 인기가 생겼다는 건 언제든 다시 외면받을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프로야구 리그가 있는 나라 중 유일하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 한국 프로야구다. 하지만 10구단은 성장의 끝이다. 내실을 다져두지 않으면 언제든 후퇴할 수 있다.
‘위기 뒤 기회’ ‘기회 뒤 위기’는 야구의 가장 대표적인 속설이다. 우리는 그동안 수도 없이 이 말이 사실임을 야구를 통해 알게됐다. 10구단 선정은 이제 잔치의 수준을 넘어섰다. 이미 어딘가에서 위기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모두가 더 신경쓰고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