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자 그대로 ‘구세주’요 ‘보물’이었다. 이날 롯데는 뒷문이 허전한 상황에서 경기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최강 마무리 정대현이 무릎 근육통 탓에 출전이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5회까지 3-0으로 리드를 하면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이유다.
그러나 롯데엔 김성배가 있었다. 김성배는 3-0으로 앞선 6회 1사 1,3루의 절체 절명의 위기에서 등판, 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아내며 SK로 향하던 흐름을 차단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7회도 무실점으로 막아냈으며 8회도 2사까지 책임졌다. 비록 2사 후 볼넷과 2루타를 허용하며 1점을 내줬지만 그 곳까지 경기를 끌고와 준 것 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수 있었다. 불과 이틀 전 투구수가 37개나 됐음을 감안하면 더욱 그랬다.
김성배의 역투를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6회 2사 1,3루 박정권 타석이었다. 첫 타자였던 이호준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뒤 맞이 한 두 번째 타자. 김성배는 초구 직구가 볼이 되자 2구째는 한 가운데로 슬라이더를 던져 중견수 플라이를 유도해 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슬라이더가 김성배의 기존 주무기는 아니었다는 점이다. SK 타자들은 2차전이 끝난 뒤 김성배에 대해 “이전엔 거의 보지 못했던 공이다. 전력 분석에도 없던 슬라이더가 기가 막히게 들어온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
새로운 무기를 중요한 순간에 던질 만한 배짱을 가진 투수는 그리 많지 않다.
*주(注) : 결과론과 가정(if)은 결과를 바꾸지는 못합니다. 결과만 놓고 따져보면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결과론은 야구를 즐기 는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모두 감독이 되어 경기를 복기(復棋) 할 수 있는 것은 야구의 숨은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만약애(晩略哀)는 치열한 승부 뒤에 남는 여운을 즐길 수 있는 장이 됐으면 합니다.
만약애(晩略哀)는 ‘뒤늦게 둘러보며 느낀 슬픔’이란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