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옥, "26년 롱런 비결? `익숙함`보다 두려움에 도전"(인터뷰)

  • 등록 2011-04-27 오후 1:09:39

    수정 2011-04-27 오후 1:20:10

▲ 배종옥
[이데일리 SPN 장서윤 기자] 배우 배종옥은 최근 유행어인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의 원조 격이다.

1989년 MBC 드라마 '행복어사전`을 통해 도회적이면서도 여권신장을 당당히 주장하는 여기자로 분해 당시로서는 파격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이후 숱한 작품을 통해 연기 변신을 꾀해왔지만 여전히 `당차고 똑부러지는` 여성의 이미지가 훨씬 더 짙게 남아 있다.

그런 그가 전형적인 주부이자 엄마 역할에 처음으로 도전했다. 스스로는 "굉장한 모험"이라고 평했지만 이번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 그는 부드러운 이미지의 엄마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드라마로도 제작됐던 노희경 작가의 원작을 스크린에 옮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감독 민규동)은 말기 자궁암에 걸린 엄마와 그를 둘러싼 다양한 가족구성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중 자궁암에 걸린 엄마 역으로 분한 배종옥은 "본격적인 `엄마` 역할로 넘어가는 중요한 도전이었다"라며 "이전에도 엄마 역할은 했지만 가족이 전부인 전형적인 주부의 이미지는 처음이라 고민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영화 속에서 배종옥은 부드럽고 인자하면서도 여성적인 매력을 지닌 평범한 주부 역할을 맡아 갑작스러운 발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연기 등을 소화하며 작품의 중심추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 배종옥은 "굳이 전형적인 엄마 역할을 미리 앞당겨서 할 필요가 있을까 고민이 있었지만 이번 기회는 지나면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더라"라며 "엄마지만 여성적인 부분과 맑고 예쁜 느낌을 간직한 캐릭터라는 점도 끌렸다"라고 전했다.

실제 그의 어머니가 암투병 중 운명을 달리한 경험도 연기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배종옥은 "어머니가 암으로 투병하시다 팔순에 돌아가셨는데 대체 의학으로 치료를 받아 고통없이 마지막까지 편안하게 계시다 가셨다"라며 "그런 엄마의 모습을 봐서 그런지 암이 그다지 고통스럽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라고 귀띔한다.

촬영하면서 엄마에 대한 기억이 문득 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매 장면마다 엄마의 생전 모습이 그려졌고 사람과 이별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고.

▲ 배종옥
장성한 18세 딸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나는 어떤 엄마일까에 대해서도 곱씹어보게 된 계기"라고 들려주었다. 스스로 생각하는 그는 "딸과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는 엄마인 것 같다"고. 미국 유학중인 딸이 방학을 맞아 올 때마다 모녀는 함께 쇼핑을 가거나 놀러다니는 등 마치 또래처럼 어울린다는 것.

그는 "오히려 딸이 더 어른스럽고 나를 이해해 줄 때가 많다"라며 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작품을 택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실제로도 절친한 친구 사이인 노희경 작가의 원작이라는 점도 한 몫했다. 배종옥은 "드라마 4부작으로 처음 나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봤을 때 `경악스럽다`는 표현을 했을 만큼 놀랐던 마음이 잊혀지지 않는다"라며 "젊은 작가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었는데 노 작가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독특함을 지닌 정말 좋은 작가"라고 평한다.

벌써 10년 넘게 함께 작품을 하며 알아 온 노 작가와 배종옥은 "서로 지겨워하며 싸우기도 하지만 좋은 작품이 있으면 언제든지 같이 할 준비가 돼 있는 든든한 동료"라고.

언론학 박사 학위를 받고 최근에는 대학원에서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도 진행하는 그는 학생들에게는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

배종옥은 "학생들에게 항상 `연예인`이 되고 싶은지 `배우`를 원하는지를 묻는다"라며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하면 모두 스타가 될 거라 믿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아마도 좌절을 먼저 맛볼 그들에게 현실을 정확히 바라봐 주게 하는 부분도 필요한 것 같다"라며 교수로서 투철한 신념에 대해서도 들려준다.

1985년 데뷔, 어느덧 연기자로 살아온 지 27년째. 함께 시작했던 쟁쟁한 연기자 동료들은 하나 둘 자취를 감췄지만 그가 여전히 다양한 모습을 보이며 건재할 수 있는 힘은 뭘까. 질문을 던지자 "운도 많이 따랐죠"라며 웃는다.

"잘하는 것보다 `할 수 있을까` 싶은 것에 많이 도전했고 그를 통해 캐릭터의 스펙트럼을 많이 넓혀놓은 게 제가 가진 경쟁력이 아닐까 해요. 이제는 어떤 캐릭터가 와도 자유롭게 받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늘 적당히 두렵지만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게 내 직업의 매력이고 그게 내가 배우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발판이지 않을까 싶네요"(웃음)

▲ 배종옥
  (사진=권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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