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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영화 전문가로 올해 칸 영화제 감독 주간 프로그래머로 활동 중인 제레미 세게(Jeremy Segay)는 팬데믹 이후 한국 영화 산업이 침체 대신 ‘회복’의 길로 접어들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7일(이하 현지시간)부터 개최 중인 제75회 칸 국제 영화제 현장 분위기는 그의 주장을 증명한다. 칸에 공식 초청된 작품들을 비롯해 칸 필름마켓에 나온 K무비들은 해외 바이어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며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조금만 기다리면 놓쳐” 필름마켓 K무비 열기
22일 영화제 메인 행사장인 팔레 데 페스티벌에 마련된 홍보 부스에선 CJENM, NEW/콘텐츠판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등 한국 영화 배급사들의 부스를 방문해 작품을 문의하거나 관심을 갖는 해외 바이어들의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
국내 배급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영화제는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비대면 참가를 선택한 해외 바이어들이 많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대면 방문객 수로 비교하면 예년보단 많이 한산한 편이나, 한국 영화에 관심을 갖고 판매 부스를 찾거나 따로 문의하는 바이어들은 훨씬 많아졌다”며 “공식 초청작 외에 필름마켓에 진출한 영화들도 짧은 시간에 좋은 판매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급사 NEW에 따르면, 박훈정 감독의 ‘마녀2’는 거의 모든 국가에 팔리며 선판매 열기를 주도 중이다. NEW 관계자는 “마켓 초기부터 구매 관련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며 “최근 몇 년 사이 K콘텐츠의 위상이 격상되면서 한국 영화를 구매하는 경쟁이 벌써부터 치열하다”고 귀띔했다.
박기용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위원장도 이와 관련해 “조금만 망설이거나 기다렸다간 좋은 작품을 놓칠 정도”라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을 비롯해 ‘기생충’, ‘부산행’ 등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대박난 IP(지적재산)들의 활약으로 K콘텐츠를 향한 글로벌 신뢰도와 기대감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EW 관계자는 “‘마녀2’의 경우 6월 개봉을 앞둔 만큼 동시기에 개봉 및 판매와 관련한 문의들이 줄을 잇는다”며 “아시아 지역은 판매를 전부 마쳤고, 북남미와 유럽 등도 6월초까지 계약을 마무리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필름마켓에서 한국 영화의 세일즈 금액이 급상승한 것 역시 올해 K콘텐츠의 위상이 특히 높음을 입증하는 것 같다”고도 덧붙였다.
영화 ‘헌트’(감독 이정재)의 배급사인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의 마켓 분위기도 긍정적이다.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관계자는 “대부분의 문의가 ‘헌트’에 관한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몇 개국에 판매됐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거래에 관련한 수많은 이야기와 문의가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식 계약은 칸 영화제 일정이 끝난 후 진행한다고도 덧붙였다. 또 “‘헌트’를 제외하고는 송중기가 출연한 ‘보고타’의 반응이 남미에서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판매 계약과 관련한 미팅은 부스 현장 대신 대부분 줌 미팅으로 이뤄진다고도 덧붙였다.
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두 작품을 경쟁 부문에 진출시킨 배급사 CJ ENM 역시 프리미어 상영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두 작품의 구매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CJ ENM 관계자는 “두 경쟁작을 제외한 다른 작품들도 문의량이 많다”며 “최동훈 감독 ‘외계인’의 반응이 특히 좋고, 설경구 주연의 ‘유령’과 현빈, 유해진 주연 ‘공조2:인터내셔날’도 집중 세일즈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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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번 칸 필름마켓에서 포착된 K무비 열풍이 한국 영화산업이 ‘부흥’의 길로 나아가고 있음을 알리는 청신호라고 입을 모은다.
배장수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한국 배우 및 영화를 대하는 유럽인들의 시선 자체가 달라졌다”며 “2019년 ‘기생충’ 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K무비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이번 축제 기간에 실감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칸 영화제 공식 소식지인 미국 버라이어티, 영국 스크린데일리 등은 첫날부터 개막 나흘째까지 잡지의 대문 사진을 한국 영화들로 장식했다.
스크린데일리는 칸 필름 마켓에 진출한 한국 영화들을 짚어주는 분석 기사에서 이번 영화제의 의미에 대해 “한국 콘텐츠의 영향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한 해”란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박기용 위원장은 “프랑스의 영진위와 비슷한 기관인 CNC의 제안으로 칸 현지에서 라운드 테이블(패널토크)을 열어 한국 영화와 공동 제작 등 지속적 교류를 약속했다”며 “예전이었다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진위와 프랑스 CNC는 양국의 교류 확대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논의하는 세션을 따로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