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하차하는 건 저도 몰랐던 사실이에요. 작가님도, 감독님도 자세한 내용은 알려주시지 않고 ‘광남이 집에 큰 파장을 일으키는 인물인데 중간에 빠진다’고만 말씀하셨거든요. 하차 전쯤부터 왕왕 약을 먹는 장면들이 있어서 이러다 (신마리아가) 죽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런 식으로 하차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신마리아는 심지어 ‘복뎅 아빠’ 배변호(최대철)과 신혼여행을 떠나는 꿈 같은 순간을 맞이한 날 눈을 감았다. 욕실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진 걸 배변호가 뒤늦게 발견했지만 끝내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하재숙은 대본으로 처음 이 같은 내용을 접한 뒤 눈물을 쏟았다고 고백했다.
“오랜 시간 사랑을 갈구하던 마리아가 뒤늦게 광남이에 대한 마음을 정리한 ‘배변’(배변호)과 여행을 떠난 상황이었잖아요. 죽는다는 것 자체보다는 마리아가 그런 행복한 상황과 마주하자마자 떠난다는 게 짠하고 불쌍했어요. 원래 평소에도 주책 맞을 정도로 눈물이 많은 편인데 대본을 받고 마음이 아파서 계속 울었어요. 스태프들이 걱정할 정도로요. 대본 내용을 본 뒤 2주 정도는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하차 직전 ‘복뎅이’를 연기한 아이가 대뜸 울음을 터트렸다는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밝혔다.
하재숙은 악한 캐릭터와 친숙하지 않은 데다가 신마리아가 지독한 외로움과 열등감을 끄집어내야 역할이라 고충이 많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신마리아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며 연기를 해나갔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준비하면서는 영화 ‘미저리’ 여자 주인공 애니 윌킨스 역을 참고하기도 했단다.
“서울을 돌아다닐 때 만난 어머님분들께서 ‘그렇게 살면 안된다’고 엄청 뭐라고 하셨어요. 제가 원래 잘 까부는 성격이라 ‘어머니! 저 그런 사람 아니에요. 그건 복뎅이 엄마가 하는 거예요’ 하면서 받아치곤 했고요. 하하. 심지어 복도식 아파트에서 촬영할 땐 저를 보더니 침을 퉤퉤 하고 뱉으시고는 문을 닫아버린 할머님도 계셨죠. 최대철, 홍은희 씨와 함께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갈 땐 절 투명인간 취급하는 분들도 왕왕 계셔서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고요.”
눈물도 많이 흘리고, 욕도 많이 먹었지만 하재숙은 ‘오케이 광자매’를 ‘더할나위 없이 행복했던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렇게까지 집중해서 연기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한 작품이었고, 제가 맡은 역할을 위해 이 정도로 많은 감정을 느끼며 울어본 것도 처음이었다”고 돌아봤다. 또 “예전과 달리 요즘은 드라마 내용을 정확히 이야기하시면서 말을 건네는 분들이 늘었다. 그럴 때마다 높은 시청률을 실감한다”면서 ‘광자매’ 출연 이후 인지도와 인기가 높아진 데 대한 기쁨을 표했다. “마리아가 죽고나서 ‘광자매’ 안 본다고 말하시면서도 내용은 다 아시더라”며 웃기도 했다.
‘광자매’ 촬영을 마친 하재숙은 재정비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남편과 함께 강원도 고성에서 스쿠버다이빙 샵을 운영하면서 간간이 예능 프로그램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차기작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단다. 그는 “여름은 일적으로도 그렇고, 남편도 저도 물놀이하는 걸 좋아해서 예능을 하거나 쉬면서 보내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오케이 광자매’ 속 신마리아 캐릭터를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앞으로 ‘멍석 깔아주니 참 잘한다’는 말을 듣는 배우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며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