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2연승에 월드컵 열기 '후끈'...'3골' 체리셰프는 국민영웅

  • 등록 2018-06-20 오후 2:41:08

    수정 2018-06-21 오전 2:16:58

러시아가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2연승를 거두자 러시아 국민들이 펄쩍 뛰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AFPBBNews
조별리그 2경기에서 3골을 터뜨리며 ‘러시아 국민영웅’으로 떠오른 데니스 체리셰프. 사진=AFPBBNews
[로스토프나도누=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의 초대형 스포츠이벤트의 성공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가 홈팀의 성적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역대 가장 뜨거운 대회로 기억에 남는 이유는 대한민국이 ‘4강 신화’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올해 2월에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도 초반 냉랭했던 관심을 끌어올린 것은 태극전사들의 메달 행진이었다.

지금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도 마찬가지다. 월드컵 개막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도 러시아에선 열기를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월드컵이 열리는 나라 맞나’ 싶을 정도로 대회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지 않았다.

러시아의 축구 인기가 기본적으로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높지 않은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 대표팀의 부진 때문이었다. 러시아 대표팀은 지난해 10월 한국전 4-2 승리 이후 A매치 7경기(3무 4패)에서 1승도 챙기지 못했다. 계속된 부진에 FIFA 랭킹은 70위까지 추락했다. 이번 월드컵 참가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순위였다.

대회 개막 전 만난 러시아 시민은 “러시아 대표팀이 너무 못한다. 많은 러시아인들은 러시아 대표팀보다 다른 나라 경기에 더 관심을 갖는다”며 “우리는 아마 예선탈락할 것”이라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외신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첫 경기 치르기 전만 해도 ‘역대 가장 지루한 개막전이 될 것’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개막전에서 5골이나 터뜨리며 대승을 거둔데 이어 ‘파라오 킹’ 모하메드 살라(리버풀)가 이끄는 이집트마저 3-1로 제압하자 수면 아래 있던 축구 열기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뜨겁게 불타기 시작했다.

이집트전이 열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 근처는 물론 곳곳에서 러시아 팬들의 응원가가 이어졌다. 러시아인 특유의 점잖은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기쁨을 최대한 만끽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조별리그 2경기에서 3골을 몰아친 데니스 체르셰프(비야레알)은 단숨에 러시아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사실 체리셰프는 러시아 대표팀의 주전이 아니었다.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개막전에도 벤치를 지키다 동료인 알란 자고예프(CSKA모스크바)의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전반 22분 교체 투입됐다.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반 43분 수비수 2명을 제치고 강력한 슈팅으로 첫 골을 터뜨린 데 이어 후반 추가 오른발 아웃사이드킥으로 두 번째 골을 기록했다. 이집트와의 2차전에서도 1-0으로 앞선 후반 14분 정확한 왼발 슛으로 승리를 견인했다. 2경기 연속 ‘맨 오브더 매치’에 선정되며 자신의 존재감을 전 세계에 알렸다.

1990년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태어난 체리셰피는 5살 때 역시 러시아 국가대표 출신 축구선수였던 아버지를 따라 스페인으로 터전을 옮겼다. 이후 20년 넘게 스페인에서 축구를 해왔다. 하지만 뿌리를 잊지 않고 10대 시절부터 러시아 국기를 달고 활약했고 가장 중요한 대회서 국민에게 기쁨을 선물하고 있다.

러시아 축구팬들로부터 비난과 조롱을 받았던 스타니슬라프 체르체소프 러시아 감독도 ‘명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 모두를 속인 것이냐”는 러시아 기자의 농담 섞인 질문까지 나올 정도다.

체르체소프 감독은 개막전 기자회견 도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축하전화를 받는 등 체리셰프와 마찬가지로 국민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이집트전 승리 후 “오늘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냐”는 질문에 “기쁜 날들이 더 많이 오길 바란다”며 활짝 웃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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