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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빙속황제’ 이승훈(29·대한항공)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매스스타트에서 올시즌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승훈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유타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2017-2018 ISU 월드컵 4차 대회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놀라운 막판 스퍼트를 뽐내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승훈은 줄곧 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바퀴를 남기고 러시아의 다닐라 세메리코프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하지만 결승선을 앞두고 맹렬하게 가속도를 붙여 세메리코프를 다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이승훈이 매스스타트에서 월드컵 1위를 차지한 것은 지난 1차 대회 금메달에 이어 두 번째다.
이승훈은 이번 우승으로 매스스타트 종목의 최강자임을 입증했다. 매스스타트는 쇼트트랙처럼 여러 명의 선수가 함께 달리며 경주하는 종목이다. 이번 평창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남자 매스스타트는 한국이 금메달을 노리는 유력 종목이다. 특히 이승훈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이승훈은 지난 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매스스타트 세계랭킹 1위를 차지했다. 현재도 1위 자리에서 내려올줄 모르고 있다. 지난 2월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쟁자들은 ‘타도 이승훈’을 외치면서 맹추격하고 있다. 리비오 벵거(스위스), 안드레아 지오반니니(이탈리아), 레이언 케이(뉴질랜드) 등이 이승훈의 라이벌로 꼽히지만 아직은 이승훈에게 미치지 못한다.
워낙 많은 선수가 레이스를 펼치고 포인트 획득 방식도 복잡하다보니 세계 최강이라고 해도 금메달을 장담할 수 없다. 이승훈도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앞선 3차 대회에선 하위권인 13위에 머물렀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선 이승훈 본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동료 선수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혼자 달리면 바람의 저항을 그대로 받고 쉽게 지친다. 하지만 2명 이상이 달리면 서로 위치를 바꿔가며 더 오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다. 팀동료가 경쟁 선수의 레이스를 견제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이날도 정재원은 후미 그룹을 이끌면서 선두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역할을 했다. 그 덕분에 이승훈이 체력을 끝까지 유지했고 마지막에 스퍼트를 할 수 있었다.
이승훈이 평창에서 다시 한번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기 위해선 정재원과 협력을 얼마나 잘 이루느냐 중요한 숙제라 할 수 있다.
‘빙속여제’ 이상화(28·스포츠토토)도 전성기 기량을 되찾아가고 있다.
이상화는 월드컵 4차 대회 둘째 날 500m 2차 레이스에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6초 54)에 0.25초 뒤진 36초 79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상화는 올시즌 4차례 월드컵에서 고다이라와 맞대결을 벌였지만 모두 패했다. 하지만 희망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상화는 비록 금메달은 놓쳤지만 계속해서 기록을 앞당기고 있다. 최근 세 번의 레이스에서 모두 36초대 진입에 성공했다. 2013년 자신이 세운 세계 신기록 36초 36에도 가까이 다가서고 있다.
전날 1차 레이스에선 이상화가 100m 구간 기록에서 고다이라를 앞서기도 했다. 지금의 흐름대로 컨디션을 끌어올린다면 60일 뒤 평창올림픽에서는 역전도 충분히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