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s 스타워즈①]가요계 강타 '90 스타...'우리는 30대 아이들!'

  • 등록 2008-08-19 오후 1:17:21

    수정 2008-08-19 오후 1:21:44

▲ 가수 엄정화 이효리 김건무 구준엽 쿨(사진 맨 위부터 시계 방향 순)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가요계가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을 탔다?'

올 가요계는 90년대 스타 바람이 한창이다. 앨범 판매량은 물론 장르별 가요계 주도권 다툼에서도 90년대 가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한국음악산업협회와 한터차트의 8월까지의 음반 판매 집계량에 따르면 10만장을 돌파한 가수는 단 4팀. 이 영광의 주인공들 중 3팀이 김동률, 신화, 서태지 모두 지난 90년대를 풍미했던 대중음악의 아이콘들이었다.

◇ 김동률-서태지-유희열, 음반-공연 시장 ‘순풍’

올 가요계에 '90년대 바람’을 몰고온 가수는 김동률과 서태지 유희열이다. 김동률과 서태지는 4년 여만에, 유희열은 6년 여만에 새 앨범을 내고 얼어붙은 가요계 음반 시장에 불을 지폈다. 김동률과 유희열은 특유의 서정적인 발라드 음악으로 90년대 감수성을 자극하며 음악 팬들이 잠시 잊고 살았던 ‘보는 음악’이 아닌 ‘듣는 음악’의 진정성을 맞보게 했다. ‘네이처 파운드’란 새로운 장르로 컴백한 서태지는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 빛을 발했던 멜로디 감각을 발휘해 8집 싱글 ‘모아이’로 잠자고 있던 20~30대 음악 팬들을 깨웠다.

‘옛 가수’ 김동률과 서태지 유희열이 가요계에 전한 울림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세 명의 가수들은 음반 판매 외에도 공연계에도 활기를 불어넣는 큰 성과를 거뒀다. 싱어송라이터 유희열과 김동률은 잇따라 공연 매진을 기록하며 공연계 돌풍을 주도했다. 특히 김동률은 라스베이거스 쇼를 연상케하는 화려한 무대를 연출하며 서울 이틀 공연 동안 2만여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지난 15일 ETP페스트를 통해 첫 공식 컴백 무대를 가진 서태지는 당일 3만 4천여명의 환호 속에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서태지는 또 올 9월에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지장에서 오케스트라 협연을 갖고 4만여 팬과 만날 예정이다. 올 12월께 전국 투어 콘서트도 앞두고 있는 서태지가 공연계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김동률 서태지 유희열, 이 90년대 싱어송라이터들의 음반과 공연에 걸친 고른 선전은 이들의 음악적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 가수 서태지 김동률 유희열(시진 왼쪽부터)


◇ 감상용 음악?...경쾌한 댄스 음악+화려한 무대 '30대 아이들'

90년대 가수라고 해서 심각한 감상용 음악에만 치중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엄정화 이효리 쿨 김건모 구준엽 등 90년대 데뷔했던 가요계 댄스 가수들은 경쾌한 음악과 함께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며 2000년대 아이들 그룹 못지 않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최근 새 앨범을 발매한 엄정화와 이효리는 가요계 섹시퀸 열풍을 일으키며 지난 90년대 전성기 못지 않은 화려한 무대로 음악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엄정화는 최근 가요계의 트렌트 음악인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디스코를 접목한 ‘디스코’라는 미니앨범으로, 이효리는 ‘잇츠 효리시’라는 3집 정규 앨범을 들고 20~30대 팬들은 물론 10대 팬들 공략에 나섰다. 가요계의 패셔니스타이기도 한 엄정화와 이효리는 각각 퓨처리즘 의상과 핀업걸 스타일의 섹시한 의상을 자유롭게 선보이며 대중 음악 가수로서의 볼거리도 놓치지 않았다. 특히 이효리는 타이틀곡 ‘유 고 걸’로 컴백 2주만에 지상파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석권하며 30대 여자 댄스가수로서의 저력을 음악 팬들에게 각인시켰다. 소녀시대와 원더걸스 등 10대 소녀그룹과 달리 90년대 가수로서의 농익은 무대 매너와 연출력이 10대 팬들을 압도한 것이다.

최근 재결합, 컴백을 선언한 혼성그룹 쿨과 김건모, 구준엽도 새 앨범을 내고 90년대 댄스 가수들의 화려한 재림을 알렸다.

여름 가요계의 보증수표 쿨은 10.5집 ‘사랑을 원해’를 들고 경쾌한 ‘쿨표’ 댄스 음악을 들고 나왔으며, 구준엽은 ‘아임 DJ 쿠’라는 싱글에서 유럽 등 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테크토닉 댄스와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노익장을 과시했다. 12집 타이틀곡 ‘키스’로 활동을 재개한 김건모는 프로듀서 김장환과 손잡고 앨범을 발매, ‘잘못된 만남’ 시절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가요계 '90's 風'의 명과 암

이러한 90년대 인기 가수들의 회귀에 대해 음반업계 관계자들은 음반의 수요층을 10대에서 30대까지 다변화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간 가요계가 10대 아이들 그룹 위주로 흘러 우리 가요를 외면했던 30대들이 90년대 스타들의 복귀로 다시금 가요계에 눈을 돌리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러나 90년대 스타들의 잇따른 재결합과 컴백이 그리 달콤한 것만은 아니다. 90년대 스타들의 앨범 제작 열풍이 자칫 신인 가수들의 좁은 입지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수 김동률과 이적이 소속돼 있는 뮤직팜 강태규 이사는 “가요계 불황으로 인해 스타로 만들기까지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가는 신인들의 음반 제작은 일부 대형 엔터테인먼트사를 제외하고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대박을 노리기 보다는 비교적 안정적인 흥행을 담보할 수 있는 90년대 스타들의 앨범 제작 열풍은 이러한 현실과 결코 무관치 않다”고 생각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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