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장마다 꼴뚜기 날까’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비록 값 비싼 생선은 아니지만 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장이 설 때마다 꼴뚜기가 나오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사람의 욕심이라는 이야기입니다.
LA 다저스의 박찬호가 또 갑작스럽게 등판했습니다. 24일(이하 한국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의 홈경기서 6-1로 앞선 6회 선발 데릭 로를 구원해 마운드에 오른 것입니다. 점수 차가 큰데다 5회까지 로가 3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고 투구 수도 불과 67개여서 뜻밖의 투수교체였습니다.
급박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5회 초 솔로 홈런으로 첫 실점하고 내려온 로가 팔꿈치 통증을 호소한 것이었습니다. 다저스 벤치는 부랴부랴 불펜으로 전화를 걸었고 박찬호가 선택됐습니다(경기 후 인터뷰에서 박찬호는 이날 새벽 2시에 LA에 도착했음에도 컨디션이 좋아 불펜에서 대기할 수 있다고 코칭스태프에 먼저 밝혔다고 합니다).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선발 투수의 갑작스러운 변고에서 비롯된 ‘돌발 구원 등판’. 다저스에서만 올해 벌써 2번째인데 공교롭게도 뒷감당은 모두 박찬호였습니다.
지난 14일 샌디에이고전서는 선발 채드 빌링슬리가 때 아닌 폭염에 5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다가 말공격 2사 후 자기 타석에서 타월을 던져 박찬호가 차출됐습니다. 불펜에서 7개의 공을 던지고 마운드에 올라온 박찬호는 나오자마자 연속 안타를 맞았습니다. 다행히 그 때는 3경기 연속 무실점을 하던 상승세의 끝물이어서 2이닝을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냈습니다.
그러나 박찬호는 올 시즌 처음으로 한 이닝서 아웃카운트 하나 못잡고 내려가는 수모(?) 속에 3경기 연속 실점의 멍에를 썼습니다.
황당했던 것은 로의 경기 후 자진 강판의 변이었습니다. “시즌 막판이라면 계속 던졌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초반인 만큼 조심한다는 차원에서 자원 강판했다.” 로는 예정대로 다음 선발 등판도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저스 홈페이지 기자는 그 배경을 주절주절이 분석했습니다. 그 중 하나엔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 궈홍치가 탈삼진 능력이 있는 반면 로아이자와 박찬호는 이제 더 이상 삼진을 잡아내는 투수도 아니고, 불펜 투수로서 경험도 적어 몸이 빨리 안 풀리는 스타일이라는 것입니다. 모처럼 전해진 박찬호의 5선발 가능성의 배경도 참으로 구차하기 짝이 없습니다.
다저스 벤치는 장마다 꼴뚜기 식으로 박찬호를 마구잡이로 돌리고, 기껏 나온 5선발 가능성의 배경은 해괴망측하기 짝이 없고.... 도대체 다저스에서 박찬호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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