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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물만의 코드? ‘로코로도 한다’
특정 캐릭터로 시청자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기승전결은 장르물에서 흔했다. 범인의 실체를 찾는 수사물이 대표적이다. 요즘 방송 중인 SBS 수목 미니시리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도 마찬가지다. 아치아라라는 마을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사건을 두고 누가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에 대한 궁금증을 던지면서 이야기가 시작됐다.
최근엔 이러한 장르물의 전형적인 코드가 로맨틱 코미디나 가족극에서도 적용된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그런 방식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1997년, 1994년, 1988년 당시 10~20대였던 여주인공과 그의 ‘남자 사람 친구들’을 보여준다. 2010년대 성인이 된 여주인공과 결혼한 ‘진짜 남자’가 과연 누구일지 예측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현재 방송 중인 ‘응답하라 1988’ 역시 박보검과 류준열을 놓고 혜리의 남편이 누구일지 각종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종영한 ‘그녀는 예뻤다’도 재벌 2세 캐릭터로 미스터리한 맛을 살렸다. ‘최고급 호텔 스위트룸에 장기투숙하는 남자’, ‘돈 많은 근사한 사람이야 가능한 재벌 2세’ 등 캐릭터에 대한 정보만 제공했다. 시청자는 모스트잡지 부편집장 역의 박서준과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모스트 에디터 역의 최시원을 후보에 올렸다. 결과는 반전이었다. 덮수룩한 수염에 더벅머리를 기른 모스트 피쳐디렉터 김풍호가 재벌 2세였다. 1화부터 던져진 미끼와 ‘밀당’을 했던 시청자는 결말의 반전에 시원한 웃음을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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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의 신원호 PD는 “‘남편 찾기’의 재미는 사실 이 드라마가 추구하는 감성과 다르다”며 “하지만 지금 문화콘텐츠를 주도하는 10~20대에게 우리가 들려주고 싶은 옛날 이야기를 마냥 주입시킬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감성을 이해하려면 이야기에 몰입을 해야하는데 그 재미를 끌어내기 위해 ‘여주인공 남편 찾기’를 활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신 PD는 “가족드라마가 전통적으로 40대 이상의 시청층에게 익숙한 이야기이고 시청률도 높게 나오는 편이다”며 “그럼에도 10~20대를 겨냥할 수밖에 없는 건 요즘 드라마가 단순히 높은 시청률이 아닌 ‘얼마나 재미있게 보고 있느냐’의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어야 성공한 콘텐츠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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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찾는 재미를 추구해 얻을 수 있는 건 높은 관심 뿐이 아니다. ‘웰메이드’에 대한 욕심도 이런 과정을 통해 채울 수 있게 됐다. 주연에 함몰된 스토리보다 조연까지 충분히 활용하는 에피소드가 시청자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응답하라 1988’은 극중 덕선의 남편 찾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4명의 남자 캐릭터를 후보에 올렸다. 류준열, 박보검, 고경표, 이동휘 등이다. 자연스럽게 한 명 한 명 캐릭터에 집중해야 하는 에피소드가 필요하다. 다양한 배우의 매력을 끌어낼 수 있는 바탕이 된다. ‘그녀는 예뻤다’도 남자 주인공인 박서준과 최시원으로 쏠린 시선을 조연으로 출연한 안제하에 스포트라이트를 돌렸다. “뻔한 로맨틱 코미디로 끝나지 않았다”는 인상을 시청자에게 심어준 ‘신의 한 수’였던 셈이다.
‘그녀는 예뻤다’의 한 제작관계자는 “대개 미니시리즈가 주연 4인방 체제로 이어지지만 생방송 시스템으로 촬영이 이어지거나 대본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시청자의 의견에 휘둘려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경우도 많다”며 “최악의 상황에서는 남녀주인공 2명을 겨우 살려내기도 힘든 ‘용두사미’ 식 드라마로 끝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응답하라’ 시리즈나 ‘그녀는 예뻤다’에서 처럼 ‘캐릭터 찾아가기’ 코드가 성공하려면 이야기가 처음부터 끝까지 탄탄한 구성을 잃지 않아야 하고 주연을 넘어 조연까지 시선을 넓혀야 하는 작가의 역량이 필요하다”며 “그런 기본기가 드라마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웰메이드의 발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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