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가 中心이다)④리그통합 '아이스하키에서 배운다'

[SPN 창간3주년 특별기획]최초의 아시아 통합리그 주목
-"아이스하키 리그, 국경과 벽 사라져"
-"수익구조 확보·팬과 언론 관심 높이는 게 숙제"
  • 등록 2010-05-27 오후 2:12:44

    수정 2010-05-27 오후 4:03:49

▲ 2009-10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 우승을 차지한 안양 한라. 사진=안양 한라


[이데일리 SPN 이석무 기자] 최근들어 프로야구나 프로축구 등에서 한·중·일을 통합하려는 시도가 전개되고 있다.

프로야구는 한국, 일본, 대만, 중국의 프로야구 우승팀이 참가해 리그전을 벌이는 코나미컵이 몇 년간 열린 바 있다. 프로축구 역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와는 별개로 한·중·일  리그 우승팀이 맞붙는 A3컵 등이 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교류 차원일 뿐 리그 통합과는 여전히 거리가 있다.

그런데 이미 한·중·일 리그가 통합된 스포츠가 있다. 바로 아이스하키다. 과연 아이스하키는 무엇을 위해 하나로 모였을까. 한·중·일 아시아 3국이 어떤 과정을 거쳐 통합했고 지금의 고민과 앞으로의 희망은 무엇일까. 아시아 통합리그를 주도하고 현재도 아시아리그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안양 한라 위니아 양승준 사무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봤다.

다음은 양승준 사무국장과의 일문일답.

- 아시아 3개국을 한 리그로 묶었다는 점에 매우 흥미롭다. 아이스하키 아시아리그는 어떻게 출범하게 됐나
▲ 안양 한라가 1994년 창단할 당시부터 중장기 사업계획으로 아시아 통합리그를 염두에 뒀다. 1996년부터 먼저 일본과 교류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시 일본의 최강팀이었던 오지와 접촉했는데 보기좋게 거절당했다. 겨우 10분 만나주고 가라고 하더라. 그래서 당시 꼴찌팀이었던 후루카와(현 아이스벅스)를 찾아갔다.
 
- 리그 통합을 위해서였나
▲ 통합리그 얘기를 꺼낸 것은 아니었다. 일단 합동훈련, 친선경기 등의 교류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첫 연습경기에서 안양 한라가 후루카와에게 10골차로 졌다. 당시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이후 교류를 더 적극적으로 하게 됐다.
 
- 이후 과정은
▲ 전주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체코와 캐나다 프로팀이 참가한 4개국 국제대회를 계기로 교류가 본격화됐다. 그러면서 서서히 통합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는데 때마침 2001년 일본 경제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2개팀이 해체됐다.

결국 일본팀이 4개만 남으면서 본격적으로 통합 얘기가 나왔고 2003-2004시즌부터 일본 4팀과 안양 한라가 참가한 통합리그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15경기씩 갖는 미니 리그였는데 다음 해 중국과 극동러시아 하바로스크 팀까지 참가하면서 최대 9개팀까지 늘어났다. 현재는 한국 2팀(안양 한라, 하이원), 일본 4팀(일본제지 크레인스, 오지 이글스, 닛코 아이스벅스, 토호쿠 프리블레이즈), 중국 1팀(차이나 샥스) 등 7개팀이 참가하고 있다.

- 한·중·일 3개국은 같은 극동아시아지만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달라 통합리그를 운영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 그렇다. 3국의 정서와 문화, 실력차가 너무 컸다. 무엇보다 언어문제가 가장 큰 문제였다. 처음에는 회의를 진행하는 것 자체도 어려웠다. 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시행 착오를 계속 보완해 나갔다. 과거에 회의 한 번 할때 3박4일이 걸렸다면 지금은 1박2일로도 여유있게 마칠 수 있다.

현재 리그 사무국은 동경에 있다. 리그 운영은 상당부분 일본이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안양 한라를 비롯해 최초에 시작한 5개팀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 현재 야구나 축구 등은 아시아 통합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다. 아이스하키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스하키는 몸무게가 가벼워 시작할 수 있었다. 유럽의 경우는 국경개념이 없기 때문에 유럽리그가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아시아 3국도 아이스하키만 놓고보면 국경 개념이 없어졌다. 처음에는 경기력, 문화 등의 벽이 있었지만 리그를 거듭하고 왕래를 계속하면서 자연스럽게 벽이 허물어졌다.

- 아시아리그가 한국 아이스하키 발전에 도움이 됐다고 보는가
▲ 물론이다. 경기력을 놓고 봤을 때 한국이 가장 큰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아시아리그를 통해 아시아 최강인 일본과 계속 교류를 하면서 한국의 실력이 부쩍 늘었다. 아직 대표팀은 일본이 한국보다 한 수 위지만 적어도 프로리그에서는 전혀 뒤지지 않는다. 안양 한라의 경우 아시아리그 출범 후 7년만에 처음으로 일본 팀들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가 다른데
▲지난 시즌까지는 한국 팀의 경우 외국인선수를 4명까지 보유할 수 있었다. 일본보다 실력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였다. 중국팀의 경우는 7명까지 데리고 있다. 하지만 다음 시즌부터는 한국팀들도 외국인선수 보유 한도를 일본팀과 같은 3명으로 할 예정이다. 한국의 아이스하키 리그 수준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 아시아 3국을 통합한 리그를 운영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본다. 현재 아시아리그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 현재 아시아리그는 규모로만 놓고보면 왠만한 유럽리그 수준은 된다. 상품성이나 경기력 면에서는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자체적인 수익기반 없이 모기업에 의존하는 수준이다. 수익구조를 늘리는 것이 큰 숙제다. 문제는 한국의 스포츠 시장인데 팬들의 의식수준이 아직 아닌 것 같다. 결국 시간이 더 흘러 경제규모가 커지고 의식의 변화가 찾아와야 해결할 수 있다.

- 아쉬움이 있다면
▲ 언론과 정부의 무관심이 가장 아쉽다. 경기장에서의 열기는 정말 대단하다. 매 경기 열성팬들이 관람석을 가득 메우고 있다. 하지만 비인기스포츠라는 인식 때문에 언론에 잘 노출되지 않는다. 지난 시즌의 경우는 TV 중계도 없었다. 아이스하키 처럼 한중일 간 문화교류가 끈끈하게 이뤄지는 분야도 없는데 정부의 관심이 없는 것도 아쉽다.

- 아시아리그의 향후 비전을 말해달라
▲ 아시아리그의 가장 큰 장점은 한국과 중국, 일본이 참가한 국제적인 리그인 만큼 마인드 자체가 국제화 돼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타이틀 스폰서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전세계 아이스하키계에서도 아시아리그를 주목하고 있다. 예전에는 아시아를 아이스하키 변방으로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대단히 매력적인 시장으로 느끼고 있다.

경기력은 상품화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본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리그에 대한 포장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때문에 구단의 법인화를 검토하는 한편 전문가 집단을 영입하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이나 유럽리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리그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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