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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는 지난 16일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발표했다. 지난해 3월 임기를 시작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까지 3년 5개월을 계약했으나 1년도 채우지 못했다.
정몽규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 “대표팀 경쟁력을 끌어내는 경기 운영, 선수 관리, 근무 태도 등 우리가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에게 기대하는 지도 능력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라며 “논의와 의견을 종합한 결과 클린스만 감독은 지도자 경쟁력과 태도가 국민의 기대치와 정서에 미치지 못했고 개선되기 힘들다는 판단이 있어서 사령탑을 교체하기로 했다”라고 경질 배경을 밝혔다.
전력강화위원회도 새롭게 개편된다. 정 회장은 “대표팀의 재정비가 필요한 때”라며 “차기 감독 선임 작업에 바로 착수하고 이에 앞서 새로운 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을 선임하겠다”라고 말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협회 임원 회의를 통해 뽑힌 전력강화위원장이 중심이 돼 구성한다. 구성된 전력강화위원회는 감독 후보군을 선정해 압축한 뒤 유력 후보에 대한 최종 면접 등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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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건 이야기의 발원지가 협회 내부라는 점이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 있었던 미흡함에 대한 반성과 개선 의지가 필요하나 후보군을 밝히며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고의로 선택지를 좁힌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정 회장은 차기 사령탑에 대해 “아직 상의한 바가 없다”라며 “전력강화위원회가 구성되면 새로운 전력강화위원장과 조속히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내부에서 물이 줄줄 새고 있다.
앞서 지난 13일 임원 회의에 참석했던 이석재 수석 부회장은 공개적으로 한국인 전력강화위원장과 한국인 감독을 선임하자고 밝히기도 했다. 심지어 마이클 뮐러 전력강화위원장이 있는 가운데 정해성 대회위원장을 후임으로 추천하기도 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이 확정되기도 전인데 성찰 대신 이미 방향을 잡고 추진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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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저도 정 회장은 오해라고 했다. 그는 “파울루 벤투 감독과 똑같은 프로세스로 진행했다”라고 했다. 정 회장의 말대로라면 일방적인 결정이 아니었는데 왜 강행된 선임에 대한 책임은 함께 지지 않는 것인가. 자기 행동을 돌아보진 않고 남 일처럼 후임 전력강화위원장, 후임 감독 이야기를 가볍게 흘리는 태도가 안타깝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로 할 일을 다 한 게 아니다. 본인들이 잘못한 일을 바로잡는 과정을 겨우 시작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로 꼬리를 자르고 숨어선 안 된다.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한국 축구를 더 혼란하게 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