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파(사진=SM엔터테인먼트) |
|
| NCT 127(사진=SM엔터테인먼트) |
|
[이데일리 스타in 김현식 기자]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가 ‘SM 3.0’ 시대를 열자마자 혼란에 빠졌다. 경영권 분쟁이 촉발한 상황 속 카카오에 이어 하이브까지 지분 확보 경쟁에 뛰어들면서 분위기가 뒤숭숭해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소속 아티스트들의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도 나온다.
SM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1995년 설립한 이후 10여년 동안 회사를 직접 이끌며 H.O.T.,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등을 키워낸 시기를 ‘SM 1.0’ 시대로 정의한 바 있다. 이후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프로듀싱에 집중하며 지난해 말까지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 등을 추가로 탄생시킨 기간은 ‘SM 2.0’ 시대다.
‘SM 3.0’ 시대는 이수만이 프로듀싱 일선에서 빠진 이후를 일컫는다. 앞서 이수만의 라이크 기획과 SM의 계약 관계는 지난해 12월 31일부로 조기 종료됐다. SM 주주인 행동주의펀드 얼라인이 SM이 라이크기획에 과도한 용역비용을 지불해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면서 개선을 요구하고 나선 게 계기가 됐다. 끝내 SM은 얼라인 측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였고 이에 ‘이수만 원맨 프로듀싱 체제’가 막을 내렸다.
이와 관련해 SM 이성수, 탁영준 공동대표(이하 SM 경영진)는 3일 유튜브에 게재한 영상을 통해 이수만이 없는 ‘SM 3.0’ 시대를 열겠다고 대대적으로 공표했다. 이를 통해 SM 경영진은 5개의 제작센터와 사내외 레이블 운영을 통한 멀티 프로듀싱 체제 구축 및 퍼블리싱 전문 자회사 설립 등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이수만 창업자의 뜻을 계승 발전시키며 ‘SM 3.0’ 시대를 활짝 열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SM은 카카오와 손을 맞잡았다. 카카오는 SM이 발행한 123만주 규모 신주와 전환사채 114만주를 인수하면서 SM 전체 지분의 9.05%(약 2171억5200만원)를 확보했다. SM은 카카오 및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힘을 합쳐 ‘SM 3.0’ 전략 추진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다음날인 8일 법원에 신주·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반발에 나서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이 가운데 10일 하이브까지 카카오를 우군으로 삼은 SM 경영진과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 사이의 분쟁에 뛰어들었다. 하이브의 역할은 이수만의 ‘백기사’. 하이브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 14.8%(약 4228억원)를 확보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단숨에 SM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이에 더해 하이브는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SM 지분 공개 매수도 실시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SM은 이날 “하이브를 포함한 모든 적대적 M&A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향후 하이브와 SM 경영진 간의 갈등 국면이 이어질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에 다음 달 6일로 예정된 SM 정기 주주총회에 업계 안팎이 관심이 쏠리는 중이다.
| SM엔터테인먼트 이성수(왼쪽), 탁영준 공동대표(사진=SM엔터테인먼트) |
|
| 하이브 방시혁 의장(왼쪽),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사진=하이브, SM) |
|
이 같은 분쟁 상황 속 난처한 입장에 놓인건 SM 소속 아티스트들이다. SM에는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샤이니,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 등이 소속돼 있다. 모두 최근까지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휘 아래 활동을 이어왔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프로듀싱에서 손을 뗀 가운데 SM 소속 가수들의 음악 스타일 및 활동 방향성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컸다. ‘SM 3.0’ 시대에서 어떤 새로운 신인 아티스트들이 탄생할지도 주목 포인트였다.
문제는 하이브의 깜짝 등장으로 앞서 SM 경영진이 발표했던 ‘SM 3.0’ 전략이 전면적으로 재수정 될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하이브 방시혁 의장은 SM 지분 인수를 발표하면서 “하이브는 이수만 선생님께서 추진해 오신 메타버스 구현, 멀티 레이블 체제 확립, 지구 살리기를 위한 비전 캠페인과 같은 전략적 방향성에 전적으로 공감했다”면서 “하이브의 역량을 투입해 글로벌 시장에서 K팝의 위상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이수만의 뜻을 이어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인데, SM 경영진이 발표한 ‘SM 3.0’ 전략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미 연차가 쌓여 확고한 정체성을 구축해 놓은 팀들의 경우 키를 누가 잡게 되든 음악 스타일 및 활동 방향성에 커다란 변곡점을 맞게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인 아티스트들의 경우엔 처한 입장이 다르다. 앞서 SM 경영진은 올해 신인 그룹 3팀과 버추얼 솔로 가수를 데뷔시키겠다고 예고한 바 있는데, 하이브가 기존의 음악 및 활동 방향성에 변화를 가하거나 아예 판을 뒤엎을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 신인급 연차에 해당하는 에스파도 기로에 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공들인 메타버스 구현 전략 및 ‘광야’ 세계관의 중심에 있던 아티스트인 만큼, 키를 잡는 주인공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콘셉트 등이 급변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 유영진 프로듀서(사진=SM엔터테인먼트) |
|
이 가운데 유영진 프로듀서는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가수로도 활동한 바 있는 SM 설립 초기부터 전속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와 함께 SM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책임졌다. ‘SMP’(SM Music Performance)로 일컬어지는 SM의 음악 스타일을 만든 장본인으로 꼽힌다.
유영진 프로듀서는 이날 낸 입장문을 통해 “현 경영진의 ‘SM 3.0’ 시대 비전 발표에서 이수만 선생님의 프로듀싱이 제외되어 있는 부분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수만 선생님의 프로듀싱이 없는 SM은 진정한 SM이 아니다. 전 이수만 선생님 곁에서 선생님의 뜻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소속 배우 김민종도 SM 전 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경영권 분쟁 사태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발언은 아니지만, NCT 127 멤버 태용은 SM이 라이크기획과의 계약 조기종료를 검토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던 지난해 9월 열린 컴백 기자간담회에서 “이수만 선생님이 없는 SM은 상상이 안 된다. 그건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언급해 주목받기도 했다. 향후 SM 소속 아티스트들이 일련의 사태에 대해 목소리를 내며 입장을 드러낼지도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