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K팝 가수를 모셔라.”
K팝의 위상이 달라졌다.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 중인 글로벌 팝가수들이 K팝 가수 모시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과거엔 K팝 가수들이 먼저 팝가수에게 컬래버레이션을 제안했다면, 지금은 글로벌 팝가수들이 앞다퉈 K팝 가수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 미국 팝가수 맥스의 ‘블루베리 아이즈’ 뮤직비디오 한 장면(사진=유튜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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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래버는 기본… 한국어 노랫말·랩도 등장팝가수의 러브콜을 받는 대표적인 가수는 방탄소년단(BTS)이다. 방탄소년단 멤버 슈가는 미국 팝가수 맥스의 요청에 지난 16일 발매된 신곡 ‘블루베리 아이즈’의 랩 피처링에 참여했다. 맥스는 지난해 8월 슈가가 ‘어거스트 디’라는 활동명으로 발매한 믹스테이프 ‘D-2’의 수록곡인 ‘번 잇’(Burn It)에 참여했고, 이번 슈가의 피처링은 지난해 그의 도움에 대한 우정의 화답 격으로 성사됐다. 이 곡이 특별한 이유는 미국 팝가수의 신곡에 K팝 가수가 참여한 것은 물론, 한국어 랩까지 담겼기 때문이다. 영어로 번역하지 않고 우리말 그대로 담아냈기에 슈가의 음악적 색채를 더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고, 한국어 랩에 대한 현지 팬들의 열띤 관심과 반응을 이끌어냈다. 성적도 좋다. 이 곡은 공개 직후 61개국 아이튠즈 1위를 차지했고, 유튜브 실시간 트렌딩 1위를 기록할 만큼 큰 화제를 모았다.
슈가는 미국 팝가수 할시의 신곡에도 참여했다. 슈가는 지난 1월 발매된 할시의 정규앨범 ‘매닉’의 13번째 트랙 ‘SUGA’s Interlude’에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할시는 발매 직전 진행한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트랙리스트에 세 명의 피처링 가수가 보일 텐데, 그중 한 명은 방탄소년단의 슈가”라며 “그는 굉장히 멋진 뮤지션이다. 앨범의 감성과 분위기, 주제가 잘 맞다고 생각해 그가 이번 앨범에 참여해 주길 바랐다”고 직접 협업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 그룹 블랙핑크(왼쪽)와 팝가수 레이디 가가(사진=YG엔터테인먼트·레이디 가가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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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블랙핑크를 향한 러브콜도 쏟아지고 있다. 블랙핑크는 지난 5월 발매된 레이디 가가의 정규 6집 ‘크로마티카’의 수록곡 ‘사워 캔디’(Sour Candy)에 참여했다. 이 곡은 발매 직후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 3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레이디 가가는 발매 직후 “블랙핑크의 다섯 번째 멤버가 되어서 자랑스럽다”는 소감과 함께 “강인한 여성상을 좋아하는데 함께 할 수 있어 기뻤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가수 청하는 덴마크 출신 팝가수 크리스토퍼와 듀엣곡 ‘배드 보이’를 23일 발표하며 국경을 초월한 컬래버레이션을 펼쳤다. 이번 컬래버는 내한을 예정했던 크리스토퍼가 한국 가수와 함께 아껴둔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고, 음반사인 워너뮤직코리아가 상대로 청하를 추천하면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청하 또한 평소 크리스토퍼의 음악을 즐겨듣고 좋아했기에 두 뮤지션은 서로의 음색에 매료돼 빨리 듀엣을 선보일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 마마무 화사(오른쪽)와 두아 리파(사진=두아 리파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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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마마무 화사는 지난 3월 영국 팝가수 두아 리파의 요청에 따라 신곡 ‘피지컬’의 피처링에 참여했다. 그룹 세븐틴 조슈아와 도겸은 미국 싱어송라이터 핑크 스웨츠가 지난 17일 발매한 ‘17’ 리믹스 버전에 한국어 피처링으로 힘을 실었다. 미국 일렉트로닉 팝 듀오 엑스러버스가 지난 18일 발매한 ‘러브’ 리믹스에는 밴드 데이식스 영케이가 참여하는 등 K팝 가수를 향한 러브콜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달라진 위상… K팝 향한 러브콜, 왜?과거 K팝 가수들은 아시아에서 쌓은 탄탄한 입지를 발판으로 미국과 유럽 음악시장에서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팝가수와의 협업을 제안하곤 했다. 현지 팬덤을 다수 보유한 팝가수와 함께 협업하면서 존재감을 알리고, 새로운 팬층 유입을 통해 안정적인 글로벌 무대 진출을 꾀했다. 하지만 지금은 K팝이 전 세계 음악시장의 주류로 떠올랐고, SNS를 기반으로 막강한 팬덤이 구축되면서 오히려 역 컬래버레이션을 제안받는 상황이 됐다.
| 방타소년단 슈가(오른쪽)와 할시(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할시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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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K팝 위상이 높아졌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K팝 팬덤이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유럽, 북미, 남미에 걸쳐 글로벌하게 형성됐고, K팝에 대한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K팝 가수와의 협업이 팝가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온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K팝 가수는 SNS 파급력이 상당하고, 젊은층에게 어필하기 좋다”며 “무엇보다 K팝이 전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음악으로 떠올랐기 때문에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김 평론가는 “K팝이 그동안 해외 아티스트들과 음악적으로 활발한 교류를 해온 만큼 전 세계 음악 흐름과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며 “한국어 노랫말과 랩의 비중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 이제는 한글이 K팝을 즐기는 하나의 재미 요소가 되고 있다”고 주목했다.
이재원 문화평론가 겸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은 “K팝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평론가는 “해외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K팝’이라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는 신곡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기존 팬들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는 소재를 발굴할 수 있다”며 “이는 K팝이 전 세계인이 공감하는 보편적 문화콘텐츠가 됐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