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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과의 평가전이 열린 지난 4일 인천 선학국제링크. 새러 머리 감독이 이끄는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들은 경기에 앞서 둥글게 모인 뒤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머리를 맞댔다.
‘주장’ 박종아(22)가 먼저 “팀 코리아!”를 선창하자 남과 북 선수들 모두 함께 “팀 코리아”를 외쳤다.
남과 북 선수는 가슴에 한반도기가 그려진 파란색 유니폼을 함께 입었다. 누가 한국 선수이고 누가 북한 선수인지 구별할 수 없었다. 굳이 구별할 필요도 없었다. 남북을 떠나 이들은 이미 한 팀이었다.
이날 남북 단일팀은 세계 5위인 스웨덴을 상대로 1-3으로 패했다. 경기 내용도 스웨덴에 일방적으로 밀렸다. 골문을 지킨 ‘골리’ 신소정의 선방이 아니었다면 더 큰 점수 차로 패할 수도 있었다.
결과와 내용은 예상된 것이었다. 스웨덴은 평창 올림픽에서 메달 후보로 거론되는 강팀이다. 그런 팀을 상대로 2골 차밖에 지지 않고 1골을 넣은 것은 오히려 우리 대표팀에게 큰 성과였다.
가장 관심을 끈 부분은 북한 선수들의 활약이었다. 머리 감독은 22명 게임 엔트리 가운데 정수현, 려송희, 김은향, 황충금 등 4명의 북한 선수를 활용했다.
단일팀은 남북 합의에 따라 매 경기 북한 선수 3명을 의무적으로 기용해야 한다. 그런데 머리 감독이 4명을 활용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북한 선수들이 팀 전력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이스하키는 1, 2라인에 가장 실력이 좋은 선수들을 집중 배치한다. 3, 4라인은 수비에 주력하면서 1, 2라인 선수들이 체력을 비축할 시간을 벌어준다.
머리 감독은 처음 단일팀 구성이 확정됐을 때 “북한 선수 가운데 1,2,3라인에 들어갈 선수는 아무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래서 정수현이 핵심전력인 2라인에 들어갔다는 것은 다소 의외였다.
정수현은 지난해 4월 강릉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골 2도움으로 북한 선수 가운데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체격이 큰 편은 아니지만 스피드가 뛰어나고 투지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수현은 이날 평가전에서 공격진 파트너인 랜디 희수 그리핀이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진 못했다. 하지만 몇 차례 슈팅을 날리며 상대 수비를 위협했다.
머리 감독은 “정수현은 터프하고 빠르다. 경기를 읽는 눈도 좋다. 시스템을 빨리 이해하는 편이다”며 “정수현이 잘 적응하고 앞으로도 열심히 한다면 2라인으로 계속 기용하겠다”고 강조했다.
머리 감독은 평가전에 나선 북한 선수 4명의 활약을 묻는 말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렀고 시스템과 환경도 달라 긴장했겠지만 좋은 경기를 치렀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정수현은 “우리 북과 남 선수들이 달리고 또 달리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다. 이번 대회가 북과 남의 뭉친 힘을 과시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평가전에서 유일한 득점을 올린 박종아는 “훈련 기간이 짧긴 하지만, 쭉 해오던 스포츠를 하는 거니까 큰 어려움은 없다”며 “북측 선수들이 우리 시스템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러면서도 “언어 문제가 가장 어렵다. 경기할 때 서로 쓰는 언어를 못 알아들을 때가 있다”고 애로사항을 털어놓기도 했다.
남북 단일팀은 평가전을 마치고 5일 선수촌에 입촌했다. 흰색 패딩을 맞춰 입고 선수촌에 입촌하는 선수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열흘 남짓한 훈련이었지만 남북의 벽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남북 단일팀은 10일 스위스, 12일 스웨덴, 14일 일본과 B조 조별리그를 치르고 이후 순위결정전 등 총 5경기를 치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