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판'이 바뀐다②]영화흥행, 이제 '입소문'에 달렸다

  • 등록 2009-01-30 오후 2:15:40

    수정 2009-01-30 오후 2:17:48

▲ 영화 '과속스캔들'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지난해 11월 디씨지플러스의 신혜연 한국영화투자팀장은 개봉을 앞둔 '과속스캔들'의 홍보를 어떻게 할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일반적으로 그간 한국 영화의 홍보방식은 이랬다. 영화 제작을 앞두고 제작발표회를 열고 작품의 시작을 알린다. 촬영 도중에는 영화 현장공개를 통해 대중의 호기심을 유도한다.

이후 촬영현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언론사에 배포한다. 영화가 완성되면 제작보고회를 열고 예고편을 선보인 뒤 언론시사회와 개봉 때까지 언론홍보에 집중한다.

하지만 '과속스캔들'은 이런 일련의 홍보과정에서 여러 가지를 제외했다. 대신 신 팀장은 영화 홍보사와 상의 끝에 '과속스캔들'의 홍보 포인트를 '입소문'으로 잡았다. 사전에 인지도가 없었던 작품인 만큼 언론의 주목을 끌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판단, 관객들의 입소문을 통해 평가를 받자는 전략이었다.

'과속스캔들'은 개봉 전 일반시사회를 통해 5만 여명의 관객들에게 미리 선을 보였다. 대게 2만 여명 내외에서 시사회를 하던 다른 한국영화와 다른 선택이었다. 언론에 노출이 덜 되었던 '과속스캔들'을 본 관객들은 '의외로(?) 괜찮은 영화를 봤다'며 자발적으로 홍보를 했다. 그 수가 몇 만이 되었기 때문에 입소문의 크기도 다를 수 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과속스캔들’은 톱스타가 출연한 작품도, 유명 감독이 연출한 작품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개봉 초반 흥행의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언론의 보도보다 입소문을 듣고 영화를 선택한 관객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과속스캔들’을 기점으로 배우들의 인터뷰와 언론 노출에 치중하던 한국영화의 마케팅 전략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관객들의 입소문'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전에도 관객들의 입소문은 영화 흥행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입소문보다는 언론의 평가와 배우들의 인터뷰, 오락프로그램 출연 등이 영화 개봉 전 홍보와 마케팅 전략에 있어 우위를 점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과속스캔들'은 마케팅 전략의 우선 순위를 바꿨다. 이는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한편으로는 무모한 선택이라고 보는 시선도 많았다. 관객의 입소문이란 임의대로 조율과 통제가 어려운 성질의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개봉을 앞둔 '작전'은 첫 번째 일반시사회 관객들을 포털사이트에서 활동 중인 블로거들을 대상으로 열었다. ‘작전’을 홍보하고 있는 영화마케팅 홍보사 커밍쑨 관계자는 “영화의 개봉일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대규모 일반시사회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며 “대신 영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블로거를 첫 일반시사회 관객들로 모셨다”고 밝혔다. 인터넷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가진 블로거들의 입소문을 기대했다는 의미다.

‘작전’에서 주연을 맡은 박용하는 이를 의식한 듯 첫 일반시사회에 참석해 “여기 오신 분들은 다른 분들보다 생각이 강하신 분들로 알고 있다”며 “영화에 대해 좋은 글을 부탁한다”고 머리를 숙였다.

‘과속스캔들’을 배급한 롯데시네마의 임성규 과장은 “최근 영화 홍보에 있어 입소문의 비중은 절대적이다”며 “지난해 10월 개봉해 11월까지 430만 관객을 동원한 ‘맘마미아’도 다른 외화에 비해 특별한 마케팅이 없었음에도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오히려 상영 중반 이후 관객이 느는 현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영화홍보 마케팅 회사 영화인의 서경은 팀장은 "영화 홍보 마케팅에 있어 작품에 대한 사전 인지도나 배우들의 언론 홍보 참여도를 높이는 방식 등은 이제 구시대적인 것이 됐다"며 "'과속스캔들'을 기점으로 관객들의 입소문이 영화 흥행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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