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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빈은 2024~25시즌 LPBA에서 ‘여대생 돌풍’을 이끄는 주인공이다. 특히 이번 시즌 2차 대회였던 ‘하나카드 LPBA 챔피언십 2024~25’에서 김가영, 김예은 등 챔피언 출신 강자들을 잇달아 꺾고 4강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정수빈은 화려하진 않지만 차분하고 침착하게 공을 친다. 그런 모습은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온라인상에서 정수빈에 대한 화제성은 놀라울 정도다.
정수빈은 3년 전만 해도 당구의 ‘당’ 자도 모르는 평범한 여대생이었다. 숙명여대 통계학과에 입학하고 나서 우연하게 친구 대신 ‘당구장 알바 대타’를 뛰게 됐다. 그것이 그의 인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당구를 직접 쳐보니 재밌었고, 제법 소질도 있었다. 공이 굴러가는 움직임이 전공과 익숙한 수학과도 맞닿아있었다. 그렇게 자연스레 선수 등록을 했고 운명처럼 프로선수의 길로 뛰어들었다. 2022~23시즌 와일드카드로 처음 LPBA에 뛰어든 뒤 2023~24시즌부터 정식 선수로 등록했다.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64강, 32강 등 조금씩 위치가 올라갔다. 결국 이번 시즌 4강까지 오르면서 단숨에 주목할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이른바 ‘포텐’이 터진 것이었다.
지난 2년은 선수라고 하기 부끄럽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실력이 많이 나아졌음을 느낀단다. 그는 “이번 시즌 큐를 교체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주변에서 조언도 많이 받았지만 저 스스로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연습량이나 연습 방법은 그전과 다르지 않는데 두께 조절이나 스트로크에 대한 자신감이 더 높아진 것 같다. 기본기가 다져지니까 그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게 됐다”며 “이젠 어떤 선수를 만나도 내 것만 잘 친다면 이길 수 있다는 마음이 생겼다. 그게 가장 큰 발전인 것 같다”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작년까지는 프로선수라는 뚜렷한 느낌은 받지 못했다. 학교생활과 대회 출전을 병행하다 보니 한 곳에 집중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올해는 다르다. 4학년 1학기를 마친 뒤 선수에 전념하기 위해 졸업까지 한 학기를 남겨두고 과감히 휴학을 선택했다. 그전에는 졸업하고 금융권에 취직하고 싶다는 막연한 바람이 있었다. 지금은 당구로 인생을 걸어보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현재 팀리그 소속팀이 금융회사인 NH농협카드이니 어떻게 보면 목표를 이룬 셈이다.
정수빈은 “학교를 다니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 엄청 많았는데 당구가 직업이 되면서 고정적인 수입도 생기고 후원해주겠다는 연락도 많이 받고 있다”며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경제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수빈이 크게 성장한 계기도 올 시즌 2차 대회에서 열린 김가영과 64강전 경기였다. 당시 정수빈은 25점 경기에서 12-23으로 뒤지고 있었다. 그때까지 김가영의 애버리지는 무려 1.5였다.
그런데 김가영이 단 2점만 남긴 상황에서 정수빈이 기적을 일으켰다. 단, 두 큐만에 13점을 몰아쳐 대역전극을 쓴 것. 본인 조차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도 할 수 있구나’라고 마인드를 바꾸게 된 결정적 승리였다.
정수빈은 다시 큐를 힘껏 잡고 새 도전에 나선다. 19일부터 베트남에서 열리는 ‘2024 LPBA 에스와이 바자르 하노이 오픈’에 출전한다. 해외에서 처음 열리는 대회인 만큼 더 의욕이 생긴다.
“타국에서 열리는 대회이고 매 경기 어려운 선수들이랑 만나기 때문에 결과를 보장할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래도 자신감이 없는 것은 아니에요. 앞으로도 더 열심히 준비해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고 약속하고 싶습니다.